혹시 몰라 우리도 재능충일지
'ㅋㅋㅋ그냥 재능충 아님?'
성공한 사람들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댓글이다. 보통 누군가의 삶을 되돌아보며 그가 겪었던 시련과 극복 과정을 다루는 영상인 경우가 많은데, 꽤나 상세하게 과정을 보여줌에도 댓글 창에서는 늘 재능과 노력에 관한 언쟁이 오가곤 한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의 현재 모습만 살펴본다면 재능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수영장에 테니스 코트까지 딸린 대저택과 수십 대가 넘는 스포츠카, 보통 사람이라면 타본 적도 없을 호화 요트까지. 5년 만에 알뜰살뜰 1억 모으기에 도전 중인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 주가에 따라 하루에 수백억씩 재산이 왔다 갔다 하는 그들에게는 노력 이전에 타고난 특별함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조차 나이키의 시작이 트럭 장사였다는 걸 알면 놀라곤 한다. 승리의 여신의 이름과 스포츠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스우시(Swoosh) 로고를 가진 이 거대한 브랜드의 시작은 사실 트럭에 쌓여있던 오니츠카 타이거 200켤레였다.
자사 제품은커녕 변변한 매대조차 없었고, 판매전략은 대학 운동장을 돌아다니며 육상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방문판매가 전부였다. 1964년 첫해 매출 250달러에 불과하던 블루 리본 스포츠를 시가총액 2768억 달러를 보유한 오늘날의 나이키로 키워낸 것은 창업자의 끝없는 노력과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Phil Knight)의 삶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대학 시절에는 늘 앞질러가는 선수의 등을 보며 달려야 했던 육상 선수였고, 아버지에게 빌린 50달러로 창업한 블루 리본 스포츠는 7년 만에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우여곡절 끝에 나이키를 창업했지만 2년이 지나는 시점까지 '사업이 망할 경우 뭘 먹고살아야 할지'에 대해 밤마다 아내와 심각한 대화를 주고받아야 했다. 7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자체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기 시작한 나이키는 미국의 조깅 붐과 함께 성장하기 시작했고, 마이클 조던을 위시한 유명 스포츠 선수들과의 협력을 통해 서서히 지금의 모습에 가까워져갔다.
10여 년동안 이어져 온 수많은 실패 속에서 그 역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대신 끊임없이 도전했다. 자신을 괴롭히는 현실의 문제들과 스스로에 대한 의심 속에서도 그는 스물네 살 때 했던 '미친 생각'을 결코 잊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해도 신경 쓰지 말고, 목표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멈추는 것은 생각하지도 말자. 미친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간다'.
필 나이트의 자서전 제목이기도 한 슈독(Shoe Dog)은 신발 연구에 전념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선수 시절부터 운동화를 좋아했던 필 나이트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자 나이키 창업에 뛰어들었던 사람들 모두를 아우르는 단어이기도 하다.
오로지 보다 나은 신발을 만들겠다는 목표만을 생각하며 그들은 달렸다. 아내의 와플 기계를 빌려 신발 밑창을 찍어내는가 하면, 밑창에 쿠션을 덧대거나 공기를 주입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미쳤다며 손가락질했지만 지금 우리는 그 노력이 신발 산업에 어떤 역사를 만들어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노력의 가치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성공한 사람을 보며 '타고난 재능 덕분'이라며 지레 짐작하거나, 소위 '금수저'가 아니면 노력해도 소용없다고 거칠게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가치란 분명 존재한다. 모든 노력이 성공을 보장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보장되었을지도 모를' 성공마저 놓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모두가 부러워 마지않는 모습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도 아무것도 없이 그저 달려야 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현재가 불만족스럽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일단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혹시 모르지 않는가, 내가 떠올린 미친 생각이 먼 미래에 새로운 역사가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