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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ne Chaehee Kim Jul 25. 2022

그의 긴긴밤, 나와 우리의 긴긴밤

누구에게나 삶의 전환점이 될 긴긴밤이  찾아온다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우리나라 여름은 길고 무덥고 습해졌다. 이제는 선풍기나 에어컨 없이  여름밤을 무사히 보내기 어렵다. 2022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아열대의 무더운 긴긴밤을 위해, 동네 도서관의 긴긴밤 독서릴레이에 신청하여 책을 받아왔다. 둘째가 국립중앙박물관 역사체험을 하는 동안, 박물관 한 켠에 앉아 책을 완독 하였다. 이 책은 거의 1년간 멈춰있던 나의 펜대를 다시 움직이게 한 대단한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


'가끔 사진에서 봐왔기에 낯설지 않았던 리노. 리노가 마지막 하나 남았다니, 정말일까?' 


책의 설정이 궁금하여 백과사전을 검색해보니, 북부 흰바위코뿔소는 이미 멸종된 종으로 분류가 되어 있었다.

작가는 마지막 남은 북부 흰코뿔소를 소재로, 아름답지만 슬픈 이야기를 만들어냈으리라.

지구 상에 존재해왔던 흰바위코뿔소에 대해서, 이 책의 배경과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정리해 보았다.



# 지구 상 흰바위코뿔소의 멸종 과정에 대하여


"아프리카 대륙에 서식하는 전체 길이 5m, 어깨 높이 3m, 최대 몸무게 4t의 코뿔소로, 현존하는 5종의 코뿔소 중 가장 크며, 코끼리 다음으로 거대한 육상 동물로 꼽히기도 한다. 중앙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북부흰코뿔소남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남부 흰코뿔소, 두 종류가 있으나 북부 흰코뿔소는 자연 번식할 수 있을 정도의 개체수가 남지 않은 상황이다. 2018년 3월 19일 마지막 수컷 개체의 죽음으로, 인공수정, 대리모 등의 방법 이외에는 개체수 증식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 나무위키 발췌 -    

흰바위코뿔소,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렇다면, 노든의 롤이 된 흰바위코뿔소 개체도 실존했을까 궁금해졌다.


"드부르 크랄로베 동물원에서 올 퍼제타 보호구역으로 이송된 북부흰코뿔소 중 수컷 개체로 마지막까지 생존한 1972~1973년 생의 수단 (Sudan)은 2017년 말 경 오른쪽 뒷다리에 입은 부상으로 발생한 복합 감염이 노령 등으로 악화되자 2018년 3월 19일 부로 안락사되었으며, 북부흰코뿔소의 멸종이 공언된 상태이다.

수단의 사후, 케냐의 올 퍼제타 보호구역 내에서 수단과 생전에 함께 생활하던 수단의 딸 나진(Najin)과 나진의 딸이자 수단의 손녀인 파투(Fatu) 2마리가 생존해 있다.

현재는 조금이라도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지금까지 시도된 적 없는 코뿔소의 체외수정과 남부흰코뿔소를 대리모로 삼아 북부흰코뿔소의 수정란을 이식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며, 2020년에 복원 작업을 개시했다. 올 페제타 보호구역 공식 SNS 계정을 통해 2021년 6월 4일 기준 북부흰코뿔소의 배아 9개가 만들어진 상태라고 발표했다."                                                                                        - 나무위키 발췌 -

                                                                                                                      

아, 역시 노든의 롤모델이 있었구나. 소설에서는 아내와 딸이 먼저 죽는 것으로 나와있다.

그렇다면, 흰바위코뿔소 노든의 가슴 아픈 사연은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상에 이렇게나 불행한 삶을 살았던 생명체는 그리 많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북부흰코뿔소는 서식지가 남수단,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으로, 이 세 나라 모두 내전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밀렵을 단속하거나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 한 때는 야생 개체수가 32마리까지 증가하였으나 1997년 독재 정권이 붕괴되고 콩고민주 공화국이 성립되는 과정에서 내전이 일어나 정부의 공권력이 붕괴된 것이 치명타였다.

한 때 20마리만 남았었던 남부흰코뿔소의 경우 서식 국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스와티니, 짐바브웨, 나미비아 등 남아프리카의 국가들이 내전 등 정정 불안 없이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서,  국가 정부들의 적극적인 보호를 받고 개체수가 증가할 수 있었다."                    

 - 나무위키 발췌 -

                                                                                                                     

흰바위코뽈소의 멸종에 대해서, 혹자는 그동안 지구상에 살아남지 못하고 멸종된 수많은 동물을 떠올리며,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약한 유전자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유전자의 미약한 환경변화 적응력 때문에 이 종이 지구상에서 멸망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수많은 생물이 살아가는 지구 환경을 급변하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

결국 인간의 이기심과 산업 자본주의, 정치적 븐쟁이 아닐까?

지구의 주인이자 모든 생명체의 우두머리라는 우월적인 생각이 자연을 파괴적으로 개발하고 많은 생명을 멸종시켜 왔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달성시키기 위해 인간들은 흰바위코뿔소의 코를 밀렵하려고 개체를 죽이고 상처를 입혀왔으며, 또 한 편에서는 상처입은 개체들을 구조하여 치료해왔다.


동물의 눈으로 보기에 인간의 양면적 행위는 과연 어떠할까?

작가는 어린 펭귄의 눈을 통해 인간의 욕심에 한 행위 자체가 동물의 삶을 망가트린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동물을 치료하는 것조차 동물의 삶에 간섭하는 것으로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소설의 화자인 어린 펭귄에게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는다. 동물의 "이름"이야 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산물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본다.   


결국 노든의 삶이 파괴되고 멸종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파괴적인 인간과 치료적 인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생각해야 할 중요한 깨달음은 자연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본다.

아마존이나 아프리카같은 천연 자연환경을 그만 개발하고,

야욕으로 인한 전쟁을 그만두고-인간 뿐만 아니라 동물과 자연 또한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가?,

인간의 영역에서 겸허하게 살라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제발 동물들을 내버려 두라고 외치는 것이겠지.


"Laissez moi !"


칼 세이건(Carl Sagan)이 쓴 더페일블루닷(the pale blue dot)에서도 같은 맥락의 철학적 메세지가 나온다. 지구밖에서 보면 그 얼마나 작은 희미한 점같은 지구에서 왜 인간들은 욕심을 부리고 전쟁을 일삼는가? 한낱 부질없는 일이다.

우리 인간- 특히 자녀와 자손, 동물, 식물, 그리고 자연이 앞으로도 살아갈 소중한 지구를 더이상 망가트리지 않으면 좋겠다.

지구상에 사는 동물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인간들이 마실 우유를 넘치게 생산하느라 갓 낳은 새끼 젖소에게 일평생 젖을 주지 못하는 슬픈 젖소가 없으면 좋겠다.

인간의 발이 들어가지 않았던 영역은 그대로 보존해서 동물들의 삶을 그대로 놔두고 침범하지 말아서, 

천연 자연영역에서 문제없이 생존하던 바이러스가 우리 인간의 영역으로 넘어오지 않으면 좋겠다. 답답한 마스크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 그의 긴긴밤에 대하여


흰바위코뿔소 노든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몇 번의 중요한 '긴긴밤'을 보낸다.

밀렵군들에게 사랑하던 가족을 떠나보냈던 끔찍했던 긴긴밤, 내전으로 인해 동물원이 불타면서 의지하던 친구를 잃었던 긴긴밤, 그리고 펭귄 치쿠가 죽었던 긴긴밤을 겪었다.

그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무사히 살아남았지만, 그 고통스러웠던 긴긴밤의 기억은 계속 노든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괴롭혔고, 노든은 항상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후회하며 인간에 대해 복수를 불행한 삶을 버텨낼 유일한 목표로 삼는다.


"차라리 살아남은 게 내가 아니었으면...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어. 왜냐면 그들 덕분에 살아남은 거잖아.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해." 


흰바위코뿔소 노든은 자신과 전혀 다르고 전혀 다른 삶의 환경과 방식을 가진 어린 생명체 펭귄을 무사히 바다에 보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삶의 여정에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룬 후에 죽음을 각오하고 가족을 죽인 인간에게 복수하기로 원래 목표를 미뤄둔다.

노든이 어린 펭귄과 함께 한 바다로 향한 여정 중에, 가족을 죽였던 밀렵꾼 인간들을 다시 만나게 되고, 삶의 마지막 목표였던 복수를 하고자 한다. 그러나, 어린 펭귄의 만류와 밀렵꾼에게 죽을 위기에 처할 것이 뻔한 어린 펭귄을 살리기 위해 결국 자신의 복수를 포기하게 된다. 흰바위코뿔소는 총에 맞았던 부위가 다시 악화되어 절뚝거리며 느리게 걸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드디어 바다 근처에 도착하게 된다. 어린 펭귄과 헤어지기 전날 밤, 그는 어린 펭귄에게 행복했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해주며 긴긴밤을 지세운다.


"나는 여기에 남을게. 저기 지평선이 보여? 초록색으로 일렁거리는. 여기는 내 바다야...

 너는 네 바다를 찾으러 가야지. 파란색 지평선을 찾아서."


노든이 어릴 때 코끼리 고아원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 코끼리들이 해준 말을, 이제는 이름 없는 어린 펭귄에게 그대로 돌려준다.


"그럼 나 그냥 코뿔소로 살래요. 노든이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니까 내가 같이 흰바위코뿔소가되어 주면 되잖아요."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결국 그의 생에서 어린 펭귄과 함께 마지막으로 맞이한 두 번의 긴긴밤은 그 전의 비극적이던 긴긴밤과 달리, 서로 다른 두 개체가 함께 의지하며 살아오면서 느낀 애정, 삶에 대한 의지, 그리고 행복했던 추억을 되살리며 그들의 연대와 여정을 마무리짓는 일종의 아름다운 의식이었다고 생각한다. 홀로 남아야 했던 그의 긴긴밤은 어린 펭귄과 함께하던 우리의 긴긴밤이 되었다. 


나의 긴긴밤은 언제였나, 어떠했는가, 그리고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돌이켜 본다.

나의 삶의 전환점이 되었던 긴긴밤에 대한 기억도 떠올려본다.

긴긴밤을 거치며 태어난 나의 생명들은 현재 나를 힘들게 할 때가 많다.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아픈 기억들의 긴긴밤은 어느새 오래된 기억의 장에 희미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어느덧 가족보다 더 말이 잘 통하고 서로 상처주지 않으면서 위로해주는 지인들이 생겨,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때로는 가족보다 이웃이, sns지인들이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외로움을 보듬어주고 나를 더 이해해준다. 그리고, 그들과 크고 작던 새로운 목표를 함께 세우고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

이것이 바로 연대가 아닐까 한다. 거창한 사회적 연대가 아니더라도, 내가 속한 조직들의 느슨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내 걱정을 잊게 하고, 내가 유쾌한 한 때를 보낼 수 있게 해주니까.


마지막으로 우리의 긴긴밤 중 아주 작은 시간이라도 동물과, 지구를 진정으로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인간의 욕심과 지나친 산업자본주의에 대해 반성하고 개선할 부분을 도출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긴긴밤

글그림 루리, 2021, 문학동네

#제21회 문학동네 아동문학상 대상 수상작



#제21회 문학동네 아동문학상 대상 수상작 #작지만 위대한 사랑의 연대 #긴긴밤 #환경보호 #동물보호 #연대 #추천도서


* 출처 : 나무위키

* 이미지 출처 : YES24,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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