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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ne Chaehee Kim Nov 30. 2023

특목고 정글에서 살아남기(1)

내 아이를 특목고에 보내야 하나? (1)

경쟁이 첨예한 대한민국의 대학입시 체제에서 학부모들은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에 대해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내 아이를 어느 학교에 보내야 대학입시에 성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선택은 다양하다. 일반고에 보낼 것인지, 자사특목고로 보낼 것인지, 아니면 영재/과고나 예고로 보낼 것인지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등학교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이가 고등학교에 가서 생활하면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가 적응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사특목고에 보냈으나, 적응을 잘 못하고 다시 본인 거주지의 일반고로 전학을 오거나, 심하면 자사특목고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 입시를 치르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이러한 뼈아픈 실패를 아이에게 경험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자사특목고에 보낼 것인가를 정말 골똘히, 그리고 제대로 고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엄마들은 주변 학원 선생님이나 선배 학부모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심하면 사주 보는 곳에 가서 점을 보며 카운셀링(?)을 받는 웃픈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내 아이를 특목고에 보내고 싶은 이유는 바로 뚜렷한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내 아이를 특목고에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기 앞서 꼭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아이들을 특목고에 보내는 이유, 즉 특목고의 장점을 살펴본 후, 특목고의 특성이 내 아이의 특성과 잘 맞는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내 아이를 특목고에 보내면서 느낀 장점을 아래에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특목고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명문대에 간다.

고교학비 무상지원 시대에 굳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 내 아이를 특목고에 보내는 이유는 바로 명문대 진학률 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아이가 특목고에 가서 명문대에 진학하여 탄탄대로의 인생을 살기를 희망하는 부모들은 당연히 특목고를 염두에 두고 고등학교 진학계획을 고민하게 된다.


2023 대학입시 결과에서 서울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들을 분석해 보았다. 아래 [표 1-1]를 보면, 서울대 진학률이 10% 이상 되는 학교는 모두 10곳이다. 그런데, 하나고(29.1%)와 대원외고(19.9%)를 선두로 자사 특목고가 8곳이며 일반고는 2곳에 불과하다 (영재고 및 예고 제외 기준. 합격자 기준이 아니라 등록자 기준임)**.

현재 고교 내신 등급은 9등급 체계이다. 상위 1등급은 전체의 4%까지, 2등급은 7%를 더해 11%까지, 3등급은 12%를 더해 23%까지인데, 하나고(29.1%)와 대원외고(19.9%)에서는 대략 2등급 후반에서 3등급 후반까지 서울대에 진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정시로 가는 경우는 더 밑의 등급인 학생들도 서울대에 진학이 가능하다.


[표 1-1] 2023 서울대 진학률 상위 고등학교 순위

서울대 등록기준으로 진학률 6% 이상 상위 학교는 22곳으로, 그중 일반고는 4곳에 불과하며, 18곳이 모두 자사 특목고이다. 구체적으로 자사고는 10곳, 특목고는 8곳이다.


일반고 중 서울대 진학률이 가장 높은 두 곳은 어디일까?

기대와 달리 서울이나 경기권이 아니라, 충남 지역에 있는 공주사대부고와 한일고다. 그 외에는 주로 교육특구라 불리는 강남 학군과 분당, 그리고 오산지역의 일반고가 서울대 진학률이 높다.


[표 1-2] 고교유형별 상위권 학교수 및 평균 진학률 

특목자사고와 일반고를 좀 더 쉽게 비교하고자 [표 1-1]의 서울대 진학률 상위 학교를 고교 유형별로 통계 분석함.


진학률 6% 이상 상위 22개교에서 일반고는 4곳으로 18%를 차지하는데 반해, 자사고와 특목고가 총 18곳으로 82%로 대다수를 점유한다. 서울대 진학률에서도 자사특목고는 평균 11%로  일반고의 9%보다 높다. 특히 상위 10개교를 기준으로 보면 자사특목고의 서울대 진학률은 평균 16%로 더욱 높다.


수시 전형만을 놓고 본다면, 특목고가 오히려 서울대 진학률이 가장 높다. 일반고가 가장 낮으며 자사고는 특목고와 일반고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즉, 일반고는 정시로 서울대에 진학하는 비중이 높다.  2023년 서울대 합격자 수로 일반고 1위를 차지했던 분당의 낙생고는 등록자 24명, 진학률 9%의 높은 성과를 보여주지만, 수시 합격자는 단 1명에 불과하다. 일반고에서 서울대에 수시로 합격하는 학생의 비율은 자사특목고에 비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정시로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수에는 고3 학생보다 N수생이 많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자사고는 수시와 정시 비중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공부를 잘하는 상위권이 수시로 서울대에 합격할 등급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정시, 즉 수능으로 서울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음을 의미한다. 즉, 3-4등급 아이들도 정시로 서울대에 진학한다. 이는 그만큼 자사고 내에서 경쟁이 치열하여 높은 등급을 받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례필자의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던 때, 서울대 진학학생수가 가장 높았던 자사고에는 우리 지역의 인근에 있는 모든 중학교의 전교 1,2등 학생들이 진학했다. 전국에  있는 중학교의 전교 1,2등이 모두 모여 공부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라. 그 자사고에서는 과목별 만점자 수가 200명에 가깝게 나온 적이 있어 경악했던 적도 있다.


위 표에서 재미있는 은 일반고와 자사고의 경우, 상위 10개교는 수시로 서울대에 진학하는 비중이 비교적 높으나, 10위권 밖의 학교는 정시 진학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목고는 이와 반대로 상위 10위권보다 10위권 밖에 있는 학교의 수시 비중이 약간 더 높다.   고교유형에 상관없이 국내 최상위 학교들은 수시형애서 정시로 수렴하거나, 정시형애서 수시로 수렴하는 등, 수시와 정시를 모두 잘 하는 학교라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자사특목고와 일반고의 서울대 진학 패턴을 파악해 보았다. 다음 단계는 무슨 작업이 필요할까? 바로, 우리 아이가 수시와 정시 중 어느 전형으로 대학에 갈 것인지를 고민하기 위해 다음 질문에 답해 보는 것이다.

우리 아이의 공부 특성은 어떠한가?

우리 아이는 아래 유형 중 어느 쪽에 속하는가?

 

1) 목표를 세우고 공부 계획을 촘촘히 세워 실천하는가, 아니면
    계획을 세우지 않고 듬성듬성 공부하는 스타일인가?
2) 책상에 앉아 진득하게 공부하는 스타일인가, 아니면
    노는 것을 좋아하고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짧은가?
3)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 시험범위를 공부하는가, 아니면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적으로 정해 공부하는가?
4) 얌전히 앉아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활동적으로 학교 안 또는 학교 밖 행사나 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는가?

이렇게 아이의 공부특성을 살펴서 이를 염두에 두고 아이에게 유리한 대학입시 전형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입시 전형을 좀 더 잘 구현해 주는 고교로 진학하는 것이 더 낫다. 계획적으로 오랜 시간 끈기 있게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아이는 확실히 수능-정시 전형-에 유리하다. 또한 활동적이고 공부를 계획적으로 하기보다는 선택적으로 하는 아이들은 수시전형에 좀 더 적합하다. 다만, 아이들이 내신 "최"상위권을 유지할 정도의 끈기를 갖추었다면, 비활동적이라도 특목고에 가서 수시전형 준비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다.  


물론, 아이가 지금은 공부하는 모습이 아직 부족하지만 뒤늦게 공부 철이 들 수도 있다. 실제로 1학년 때 성적이 중위권이었으나, 2학년과 3학년을 거치면서 성적이 급상승해 3학년 1학기에 평균 1등급으로 마무리하고 서울대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한 아이도 보았다. 더 힘든 길도 있다. 수시 위주의 특목고에서-즉, 학교의 시스템이 수시에 맞춰져 있어 정시 준비에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정시 준비를 꾸준히, 그리고 독하게 하여 SKY대학에 합격한 아이들도 물론 있었다. 그러나 특별한 계기와 아이 스스로의 변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아이의 공부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성적이 우상향 곡선이라면 명문대 합격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아이들이 더 많다. 그러므로 '우리 애가 지금은 비록 이 정도 수준이지만 앞으로 더 잘할 거야'라는 근거 없는 막연한 기대로 아이가 진학할 학교유형을 결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의 성향과 성격을 아주 세심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히들 특목고와 자사고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특목고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본 글에서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합하여 특목고라 칭하되, 고교 유형별 특징을 분석할 때는 자사특목고(자사고+특목고 모두), 자사고, 특목고로 구분하여 명기하고자 한다.


* 물론, 공립 특목고는 등록금이 무료이기 때문에 선택이 좀 더 자유롭다.


** 출처 : 괜찮은 뉴스, 서울대 등록자 3% 이상 고교. 2020-2023 < 강석의 데이터박스 < 괜찮은 입시 < 기사본문 - 괜찮은 뉴스 (nextplay.kr) (2023.04.14)를 재구성함 (영재/과학고, 예고 제외)


* 이미지 출처 : pixabay. 자시특목고의 대표적인 스포츠 동아리인 라크로스 경기 모습. 라크로스 대회에서 특목고 간에 연합 원정경기가 벌어지는데, 보통 국제반이 있는 학교에는 라크로스 동아리가 개설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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