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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티카 Oct 15. 2021

운명이 허락한 음악,
우연이 만든 인연

매드프라이드 유니버스 마지막 인터뷰

글 이철승
사진 이철승, 임호준(sum 스튜디오)



밴드 '헤이유진' 의 유진 박, 곽의정, 이재만, 김교연




예전에는 언제나 혼자였지만, 밴드를 만난 이후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에요. 
같이 음악 하는 친구들이 항상 곁에 있으니까요.

매주 일요일 오후 5시가 되면 헤이유진 밴드는 청풍호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제천의 한 스튜디오에 모입니다. 기타를 든 곽의정 님, 베이스를 든 이재만 님, 드럼 앞에 앉은 김교연 님, 그리고 전자바이올린을 든 유진 박 님까지, 4명이 모두 모이고 경쾌한 음악연주가 시작됩니다. 


의정: 여기가 원래는 청풍떡갈비에 찾아오시는 가족 단위 손님을 위한 어린이박물관이었어요. 그런데 사장님께서 유진 형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음악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로 바꾼 거예요.


스튜디오 옆에 크게 자리 잡은 식당이 있고 그 위로는 평범한 가정집도 보입니다.


유진: 제천에 살기 시작한 지 3년쯤 되었어요. 저를 제천으로 불러주신 사장님은 어머니께서 아셨던 분이신데, 이제는 제게 아버지 같은 분이세요.



사장님이 아버지라면 유진 님에게는 이제 함께 음악을 공감하고 연주하는 음악친구들도 생겼습니다. 


유진: 밴드 멤버들은 제천에 내려와서 만났어요. 제천에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해서 스튜디오를 찾아갔다가 즉흥 연주를 했는데 실력도 좋고 합도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처음인데도요. 그래서 같이 음악 하자고 했어요.


교연: 저희는 원래 서울에서 활동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설 무대가 사라져서 고향인 제천에 잠시 내려와 지내다가 형을 만나게 된 거예요. 


유진: 신기하죠? 인연인가 봐요.



치유가 되는 음악


코로나19로 인해 만난 인연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약속했던 공연은 계속 미뤄지기만 했습니다.


의정: 매드프라이드가 공식적으로는 첫 무대예요. 첫 무대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매드프라이드여서 더 뜻깊었죠.


유진: 무엇보다 재미있었어요. 신나고.


교연: 우리는 당사자인 유진 형을 항상 가까이에서 보고 있으니까 매드프라이드의 취지와 의미에도 쉽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재만: 형을 만나기 전에 편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솔직히 지금도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그런데 당사자가 아니라 누구를 만나도 그럴 수 있는 거니까요.


의정: 뮤지션 중에는 특이한 사람들이 워낙 많아요.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뮤지션도 많고요. 아무래도 평소에 겪은 그런 경험들이 유진 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교연: 저는 개인적으로 드럼을 가르치는데 그중 한 아이가 정신건강 장애가 있었어요.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고 소통도 어렵고 집중력도 매우 낮았죠. 그런데 드럼만 가르치면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어요. 결국, 6개월 정도 지나니까 아이의 상태가 상당히 좋아졌고 항상 상처나 있던 손톱도 다 아물더라고요. 그렇게 한번 음악의 영향력을 목격하고 나니까 그 이후로 발달장애, 틱장애, ADHD 등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드럼을 가르치는 수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유진: 음악의 힘이에요.


교연: 형도 음악을 듣고 연주를 할 때 가장 행복한 게 보여요.



만나고 싶어요, 어려워 말고 들어오세요


밴드가 모인 지 1년이 훌쩍 넘어서야 매드프라이드에 첫 공연을 갖고 앞으로 언제 또다시 관객들을 앞에서 연주를 할 수 있을지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헤이유진 밴드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유진: 평소에도 종종 모여 연습을 하지만 특히 일요일 저녁에는 꼭 모여서 연습을 해요. 그런데 주말이니까 식당에 오셨던 손님들이 음악 소리를 듣고 자연스럽게 들어오셔서 보시곤 해요. 저를 보려고 일부러 오시는 분들도 많고요.


의정: 연습하는 중이니까 공연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형은 그렇게라도 관객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해요. 연주 중간중간에 짬이 나면 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사인도 해드리고 그러죠.


교연: 11월부터 위드코로나로 전환한다고 하니까 상황이 허락하면 연말에 소규모의 팬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해서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재만: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아직까지는 유튜브에 집중하고 있어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해서 들려드리고 있는데, 연말에 공연하면 유튜브 라이브로 들려드리고 싶어요.


유진: 음악은 라이브만 한 게 없어요. 연주하는 뮤지션도 그렇고, 관객의 입장에서도 그럴 거예요. 


의정: 지금 구독자가 3만 명을 넘었는데 유진 형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앞으로는 여행이나 일상 브이로그도 생각하고 있어요. 


유진: 솔직히 저는 일상 브이로그는 조금 적응이 필요해요. 그런데 ‘인간극장’도 하고 했으니까 어려울 건 없죠.


재만: 다 같이 여행도 하고 캠핑도 다녀왔는데, 형이 우리랑 간 캠핑을 이번이 처음이었데요. 여행도 맨 연주하기 위해 오갔을 뿐 즐길 기회는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교연: 형도 혼자 다니고 혼자 지내는 것에만 익숙하다가 4명이 모여 다니면서 점차 공동체라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약간은 가족처럼? 저희도 처음에는 형의 마음의 병이 낯설고 조금 넘기 힘든 우리와 형 사이의 경계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 경계가 많이 흐려진 것 같아요.


의정: 사람들이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기 전부터 지레 두려워하고 편견을 갖지 말고, 우선 만나봤으면 좋겠어요. 만나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잖아요? 


헤이유진 밴드는 앞으로 팬도 당사자도 더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를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헤이유진 밴드가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고 연주해서 유튜브에도 공개하고, 스튜디오의 문도 잠그지 않고 항상 열어두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누구든 언제나 어려움 없이 들어오기를 바라면서.




제 3회 매드프라이드가 온라인 가상 공간 게더타운에서 개최 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2021 매드프라이드 유니버스

일시 : 2021년 10월 10일

장소 : 매드프라이드 게더타운 


매드프라이드 공식 홈페이지 : https://ffa.co.kr/madprideseoul

안티카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antica.mind

안티카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nticamind

유튜브 채널 ‘모두를 위한 자유’: https://www.youtube.com/c/모두를위한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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