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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이김 Oct 15. 2021

메타버스 : 문학의 삼위일체


문학엔 3대 장르가 있다. 시, 에세이, 소설.


지금 생각해보니 백일장에 나가면 꼭 운문보다는 산문을 선택했고, 산문 중에서도 수필이 아니라 소설을 택했다. 대단한 이유가 있었다기 보단 그 때 나에겐 이야기를 지어내는 일이 가장 쉬웠기 때문이다. 소설을 주제를 담은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하던 시절, 소설은 백일장에서 늘 내게 상을 안겨주었다. 나는 절대 시인은 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에세이는 삶의 교훈을 주려는 것만 같아 지루했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백지 화면을 보고 하얗게 질려버리는 것은 시도 에세이도 아닌 소설 때문이다. 한 때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 쉽다고 느껴진 것이 이해가 안 될 만큼, 소설을 쓰는 일은 시와 에세이와는 차원이 다른 사고 능력을 요하기에 감히 손대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런 느낌이야말로 내가 소설을 쓸 준비와 자세가 되었다는 증거같기도 하다. 원래 무식할수록 자기가 많이 안다 착각하는 법이다. 공부란 하면 할수록 끝이 없다.


시인은 절대 될 수 없을 줄 알았지만 시는 취미로 가끔 쓴다. 주제를 내 입으로 소리쳐야 하는 에세이는 이제 일기처럼 써진다. 그렇다면 진짜 내 소녀 시절의 목표이자 자랑이었던, 소설은?


시와 에세이엔 흥미도 없었으면서 지금 그 두 가지를 부지런히 하고 있는 상황이 코미디 같았다. 그 두 장르에서도 나름의 진전은 있었지만 작가가 된다면 분명 소설가가 될 줄 알았기에 정작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에 내내 시달렸다. 글쓰는 삶에 접어들기로 한 것도 힘든 결정이었지만 정작 이 속에서도 주어진 방향이란 것이 없으니 방향키를 무수히 돌려봐야 했다. 항해가 어지럽게 일어나는 여름은 늘 바쁘고 심난하며, 그렇기에 무슨 일이 벌어진다.  


올 일년 중 가장 최악의 컨디션을 달리고 있었던 그 시기에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LINK'라는 사업을 알게 되었다. 작가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는 이 사업의 취지가 마음에 들었던 것도 있고, 방향 잃은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목적있는 성장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종적으론 소설까지 손을 뻗쳐 문학의 삼위일체를 이루고 싶기도 했다. 내게 문학의 삼위일체란 처음엔 , 에세이, 소설 모두를 향유하는 삶을 뜻했으나 공모 지원서를 내면서 의미가 확장되었다. 구상하고 있는 예술 작업으로 여태 문학이 발표되는 공간인 출판물-웹에서 한발짝  나아가 메타버스까지 포함시키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메타버스는 문학과 어떤 접점을 가질  있을까?’에서 시작한 질문은 문학이 어떤 방법으로든 종이--메타버스라는  가지 지면에서 자신을 드러낼 것이라는 확신과 동시에 의미를 어떻게 구현할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약 하루에 걸쳐 우발적으로 작성한 지원서가 선발되면서 내게 여전히 백지로 남아있던 영역인 소설과 메타버스까지 손을 뻗었다. 내 작품을 웹과 메타버스로 전시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습작 한번 제대로 못 써본 소설을!


한 달 남았고, 시간은 없고 마음은 촉박하고, 할 일은 많고. 그렇지만 방황이 예상치 못한 길로 나를 이끌었고, 내가 이 기회를 잘 탄다면 성장하리라는 믿음이 마음 한 구석에 확고히 자리잡았다.



https://www.sfac.or.kr/artspace/artspace/seogyo_notice.do?cbIdx=982&bcIdx=125205&type=



반드시 삼위일체를 이루어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한계를 뛰어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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