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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Apr 14. 2023

[몽골 로드트립] 어쩌다 여기까지

4. 아무리 흐려도

(Хотон нуур

2022.07.13.(수) - Day 5.


아침일찍 눈이 떠졌다.

텐트 속에서 좀더 비비고 누워있을까 하다가 추워서 따뜻한 차라도 한잔 마실 생각으로 슬금슬금 일어나 뜨거운 차를 한잔 마시고 텐트 주위를 산책했다.


계곡을 따라 걸으며 콸콸콸 물소리도 듣고 양과 염소의 습격을 받았던 언덕을 지나 좀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보기도 하며 여유로운 아침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아침을 먹고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는날!

텐트를 접고 짐을 싸고 다시 아동을 시작한다.


아침부터 흐리고 으슬으슬한 날씨에 차로 이동할때 계속 자다가 도착햇다는 말에 후다닥 내려본다.


오늘 일정의 첫번째 목적지는 순 골 (Сүүн гол/우유 강)

신기하게도 강물이 불투명한 흰색이었다. 빙하가 녹은 물이 흐르면서 이런 하얀색을 보인다고 한다. 이 물이 어느 지점까지 이렇게 흰색을 띄며 흘러가는지 궁금했다.

언제 만들었을까 궁금한 나무다리에 10명도 넘게 태운 푸르공과 SUV들이 끊임없이 지나간다.

다리를 건넌 후 강을 좀 더 가까이서 지켜보려고 차를 세우는데, 우리 앞에 있던 푸르공에서 델을 입은 몽골 사람들이 끝도없이 계속 내리다가 숫자가 12에서 멈췄다. 와.. 푸르공 한 차에 12명이 타고 다니다니..!!

푸르공에서 내린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또 후다닥 떠났다.


우유 강을 지나서 한참을 가다가... 어느순간 우리가 타고 있는 푸르공이 힘을 못쓴다.

그리고 저 언덕 위에까지 걸어서 올라가라고 한다.

몽골여행에서 이런 일이 한번이라도 없으면, 그건 몽골이 아니지!!

한발한발 올라가는데 정작 다른 푸르공들은 잘만 올라간다..?

그리고 기사 아저씨는 빈 차를 가지고 언덕 위까지 슝 하고 올라간다. 얄밉다

언덕을 올라가며 남들은 다 잘만 가는데 우리 아저씨는 왜 이 길을 못올라가냐며 내내 투덜거리다가

정상에 올라가니 또 기분 좋다고 사진을 찍고 있다 ㅋㅋㅋ


몽골에서 여행을 하며 핸드폰 인터넷도 잘 안터지고,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도 불분명하면 아주 시간 개념이 없어진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배가 고프면 밥 먹을 시간이 되었나보다.. 하고 알 뿐이다. 특히나 하루종일 날씨가 흐리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알 도리가 없다.


언덕에서 내려와 어느 지점에선가 차를 멈춘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빠르게 자리를 펴고 요리사 언니가 아침에 준비해준 점심 도시락을 꺼낸다.

오늘은 파스타와 오이, 그리고 고기볶음(?)에 쪼꼬바까지 야무지게 나눠주신다.

시간이 지나서인지, 아니면 우리가 구름이 가득했던 그 구간을 지나서인지, 먹구름이 사라지고 하늘이 맑다.

이런날은 매 시간마다 햇볕에 그을려 피부가 타는게 마치 눈으로 보이는 것 같다. ^^

카메라만 들이대면 뭐든 보여주는 멋진 사람들 ㅋㅋㅋㅋㅋ

우리가 차를 세워두고 밥을 먹은 곳은 인간모양의 석상, 석인상(хүн чулуу)이 있는 곳이었다.

평원에 아무것도 없이.. 그냥 이 돌 석상이 떡하니 서 있다. 저 멀리 하나가 더 있다고 했다.


이렇게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석인상이 세워져 있는 것도 신기하고, 아무런 장치(?)도 없이 이곳에 떡하니 놓여 있는것도 신기하다! ㅋㅋ


석인상을 지나 조금 더 지나 암각화를 보러 왔다.

여기 말고 다른 장소에서도 암각화를 볼 수 있는데 이곳이 더 가까워서 이쪽으로 왔다고 했었나... 음 아무튼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암각화를 보러 옴! 모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 딱 좋은 걍 돌...

들어보니 암각화는 약 100년 전에 그려졌다고 하는데, 사실 100년 전이면 종이랑 펜이 세상에 존재하는 시기다.. 허허

바위가 비에 젖어서 많이 미끄러워서 바위 위에까지는 올라가지 않고 걍 멀리서 형상만 대충 보고 내려왔다.


이제 진짜 베이스캠프를 찾아 들어가는길.

운전기사 아저씨와 카두가 뭐라고 말을 하더니 차를 세우고 후다닥 내린다.

알고보니 지나가다 나무가 잔뜩 널부러져 있는 곳에서 슬쩍 나무사리(?)를 했다.

나무를 가져오는 카두의 표정이 아주 재밌고 짜릿하다고 써있다 ㅋㅋㅋㅋㅋㅋ 맘같아선 내려서 나무 다 가져오고 싶었지만 적당히 하기로..ㅋㅋㅋㅋ

이런 날씨면 분명 오늘 밤도 매우 추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무는 언제나 옳다!

나무가 좀 젖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무면 된다ㅋㅋㅋ


든든하게 발 밑에 나무를 싣고 진짜 오늘의 목적지로 들어가는길! 기분이 좋다^^

우유강 위의 다리보다 더 길고 얇팍한 나무다리를 건너는데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걸 알지만 그래도 심장이 쫄깃쫄깃한 것은 어쩔 수 없다 ㅋㅋ


강을 건너 드. 디. 어. 오늘의 목적지 호통 호수(Хотон нуур) 도착! ㅋㅋ

이제 주위에 만년설도 많이 안보이는 것이 타왕복드에서 많이 멀어진 느낌이다.


인근에 게르나 사람이 하나도 없고, 저 멀리 카자흐스탄 게르가 한 채 덩그라니 놓여있다.

타왕복드에서와는 달리, 여기서는 우리가 이 땅 다 예약한 것처럼, 마치 우리를 위해 비워둔 것처럼 주위에 아무도 없다. 크으~~ 오늘 우리는 최고 부자다!


각자의 텐트를 후다닥 치고 저녁을 기다리는데,

카자흐스탄 게르에 있던 꼬맹이 두명이 우리쪽으로 온다. 기사 아저씨랑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심부름을 온 것 같다. 간만에 보는 아이들이니 과자도 쥐어주고, 그레이스가 챙겨온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도 한장 찍어서 보낸다.

우리 뿐만 아니라 저들도 같이 이 순간을 즐기고 기억할 수 있으니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꽤 유용하다.

구름이 열리며 해가 서서히 내려가고, 호수 반대쪽에는 짧게나마 무지개가 떴다!!

두번째 무지개!

저녁은 뜨끈하고 얼큰한 라면과 샐러드.

말해뭐해.. 말이 필요없는 저녁식사다



역시 나무 주워오기를 잘했다!

젖은 나무에 기름을 조금 뿌린 후 불을 지폈다.

호숫가 너머로 빨갛게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뜨끈한 모닥불을 앞에두고 마시는 시원한 맥쥬..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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