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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Feb 09. 2021

[인제 살으리랏다] 이거.. 꿈인가요?

어느 토요일 밤의 꿈같았던 하루 


시간이 지나 몇 번을 다시 되새겨봐도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날들이 있다. 

그날은 정말 꿈을 꾼 것 같았다. 



#1. 아주 평범했던 토요일, 갑자기 그들이 나타났다.


하추리에서 처음 맞는 토요일. 

여유로웠던 낮 시간 동안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에 빠져 있다가 슬슬 책을 덮고 카페 영업을 마감하려 할 때 즈음, 입구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문소리가 들렸다. 


'이제 마감인데.. 또 누가 왔냐-_-'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읽던 책장을 마저 넘기는데 어떤 말소리도, 인기척도 들리지 않는다. 낌새가 이상해 눈을 들어보니 장난 가득 웃음을 짓고 있는 익숙한 얼굴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 뭐라고.....?!!


아무 말도 못 하고, 나도 모르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오전에 카톡으로 안부를 묻다가 신상 과자를 소개해 주더니 바빴는지 답이 없던 p양이 눈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Y군도 익숙한 슬리퍼와 함께 슬그머니 나타났다. 

아니 이 사람들이!!! ㅋㅋㅋㅋㅋ

너무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면서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어떤 업무 때문에 만나기로 했다가 즉흥적으로 하추리로 달려왔단다. 


휴게소도 들르지 않고 달려와 많이 배가 고팠던 그들과 함께 속초에 아바이 순대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이거.. 상황이 흥미진진하다. 



#2. 별똥별, 갑자기?


한계령 고개를 넘어 속초로 가는 길.

6시도 안 된 시각이었지만 가로등도 없는 산길은 암흑처럼 어두웠고, 맑은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박혀있었다.

밤하늘의 별이 제법 떠 있어 잠깐 차를 세우기로 한다.

갓길에 멈춰 서서 별을 보는데 눈 앞에 커다란 별똥별이 휘리릭 하고 떨어진다. 

'오오오오오오오!!!!!!!!!!!!!!!!!!!'

동시에 소리를 지른 것 보니 P양도 저 별똥별을 같이 본 것 같다.  

탄성이 절로 나오네- 

한국에서 별똥별이라니.. 꿈만 같다.



#3. 오징어순대가 원래 이런 건가요?


속초 아바이 마을에 있는 송림 2대 아바이 순대집.

Y군이 진짜 맛있는 곳이라 여러 번 왔던 곳이라고 알려주는데.. 감칠맛이 장난이 아니다.

가자미 식해와 함께 먹는 오징어순대가 정말 엄청났다. 

미각이 둔해서 어떤 것을 먹어도 다 그냥저냥 맛있게 먹는데 오징어순대는 진짜 맛있었다. 

같이 시킨 홍게 라면은 그냥 그냥-  




#4. 크고 붉은 달

약간 이런느낌 (출처: 구글)

밥을 먹고 만석 중앙시장으로 건너가는 길-

도로 옆 바다 해수면 위로 엄청 크고 붉은 달이 떠올랐다. 

세일러문에 나오는 달 마냥 커다랗고 붉은 색이었다. 

하나하나가 너무 꿈같은 거 아니냐고.. 달마저도 평범치 않게 뜨는 날이었다. 



#5. 그때 그 바다


중앙시장 앞에서 호떡도 하나씩 먹고 스벅에서 커피도 한잔씩 테카해서 다시 인제로 돌아가는 길.

양양의 방파제 아래 펼쳐진 바다에 아까 그 달이 밝고 환하게 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서 하-얀 파도가 방파제에 계속해서 부서졌다.


이 얼마나 꿈같은 하루인가-


좋은 친구들, 그리고 별똥별, 감칠맛, 크고 붉은 달까지! 

뜬금없지만, 진심으로 한 기도는 언젠가 다 이루어지는 듯-


이 사람들은 인제에 들러 나를 내려주고 서울로 돌아갔다고 한다. 

짧고 강렬했던 6시간의 추억이었다 -✫



그리고.. 이후로도 이들은 내 계획보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자주 보게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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