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 밤의 꿈같았던 하루
시간이 지나 몇 번을 다시 되새겨봐도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날들이 있다.
그날은 정말 꿈을 꾼 것 같았다.
하추리에서 처음 맞는 토요일.
여유로웠던 낮 시간 동안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에 빠져 있다가 슬슬 책을 덮고 카페 영업을 마감하려 할 때 즈음, 입구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문소리가 들렸다.
'이제 마감인데.. 또 누가 왔냐-_-'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읽던 책장을 마저 넘기는데 어떤 말소리도, 인기척도 들리지 않는다. 낌새가 이상해 눈을 들어보니 장난 가득 웃음을 짓고 있는 익숙한 얼굴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 뭐라고.....?!!
아무 말도 못 하고, 나도 모르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오전에 카톡으로 안부를 묻다가 신상 과자를 소개해 주더니 바빴는지 답이 없던 p양이 눈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Y군도 익숙한 슬리퍼와 함께 슬그머니 나타났다.
아니 이 사람들이!!! ㅋㅋㅋㅋㅋ
너무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면서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어떤 업무 때문에 만나기로 했다가 즉흥적으로 하추리로 달려왔단다.
휴게소도 들르지 않고 달려와 많이 배가 고팠던 그들과 함께 속초에 아바이 순대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이거.. 상황이 흥미진진하다.
한계령 고개를 넘어 속초로 가는 길.
6시도 안 된 시각이었지만 가로등도 없는 산길은 암흑처럼 어두웠고, 맑은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박혀있었다.
밤하늘의 별이 제법 떠 있어 잠깐 차를 세우기로 한다.
갓길에 멈춰 서서 별을 보는데 눈 앞에 커다란 별똥별이 휘리릭 하고 떨어진다.
'오오오오오오오!!!!!!!!!!!!!!!!!!!'
동시에 소리를 지른 것 보니 P양도 저 별똥별을 같이 본 것 같다.
탄성이 절로 나오네-
한국에서 별똥별이라니.. 꿈만 같다.
속초 아바이 마을에 있는 송림 2대 아바이 순대집.
Y군이 진짜 맛있는 곳이라 여러 번 왔던 곳이라고 알려주는데.. 감칠맛이 장난이 아니다.
가자미 식해와 함께 먹는 오징어순대가 정말 엄청났다.
미각이 둔해서 어떤 것을 먹어도 다 그냥저냥 맛있게 먹는데 오징어순대는 진짜 맛있었다.
같이 시킨 홍게 라면은 그냥 그냥-
밥을 먹고 만석 중앙시장으로 건너가는 길-
도로 옆 바다 해수면 위로 엄청 크고 붉은 달이 떠올랐다.
세일러문에 나오는 달 마냥 커다랗고 붉은 색이었다.
하나하나가 너무 꿈같은 거 아니냐고.. 달마저도 평범치 않게 뜨는 날이었다.
중앙시장 앞에서 호떡도 하나씩 먹고 스벅에서 커피도 한잔씩 테카해서 다시 인제로 돌아가는 길.
양양의 방파제 아래 펼쳐진 바다에 아까 그 달이 밝고 환하게 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서 하-얀 파도가 방파제에 계속해서 부서졌다.
이 얼마나 꿈같은 하루인가-
좋은 친구들, 그리고 별똥별, 감칠맛, 크고 붉은 달까지!
뜬금없지만, 진심으로 한 기도는 언젠가 다 이루어지는 듯-
이 사람들은 인제에 들러 나를 내려주고 서울로 돌아갔다고 한다.
짧고 강렬했던 6시간의 추억이었다 -✫
그리고.. 이후로도 이들은 내 계획보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자주 보게 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