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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Mar 05. 2021

[인제 살으리랏다] 쿠키를 맛있게 먹었을 뿐인데..

내가 기어이 카페 하추리를 쿠키 맛집으로 만들려나보다


20대의 창창하던 시절, 친구들에게 항상 '나중에 너 결혼하면, 내가 애기들 선물 잔뜩 사들고 놀러 갈게! 그럼 우리 같이 쿠키도 굽고 커피도 마시면서 놀자!'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더랬다. 


그렇게 하던 말이 돌고 돌아 나에게로 다시 돌아왔는지, 어느샌가 쿠키 마스터라는 칭호를 얻어버렸다ㅋㅋ

어쩌다가 나는 쿠키 마스터가 되었나! 



[1] 맛있게 먹는다.


국장님과 카페 담당인 Y 씨가 한번 만들어보자며 쿠키를 굽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아, 쿠키를 굽는구나, 쿠키를 굽는데 저렇게 요상한 장비들이 많이 필요하구나' 


오븐에서 갓 나온 쿠키가 생각보다(?) 더 맛있다. 

뇸뇸뇸뇸 맛있게 먹었더니.. 

'그럼 쿠키는 은주가 구워볼까?' 


매주 수요일마다 쿠키를 만들기로 했다.





[2] 마음이 가는 대로 만든다.


거- 뭐, 그냥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요? 

네- 아닙니다..


그냥 만들면 되는 줄 알고 레시피에 있는 재료를 내맘대로 큰 보울에 담기 시작한다.

통밀가루를 넣고, 베이킹소다를 넣고, 소금, 미숫가루 등등 재료를 한 번에 섞을 마음에 넣었는데..


그게 아니란다. 허허

뒤늦게 버터를 꺼내고 달걀을 풀고.. 뒷수습을 해보는데 반죽이 좀 이상하다 ㅋㅋㅋㅋ

그래 뭐..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지-

쿠키에 남은 마시멜로도 올려봤다. 맛은 괜찮은 것 같은데 곰팡이 같기도 하고..

오븐 사용법을 잘 몰라 쿠키가 탔다. 그리고 너무 딱딱했다 ㅋㅋㅋㅋ

이렇게 된 쿠키는 빨리 먹어 치우는 것으로 한다.



[3] 맛있고 몸에 좋은 쿠키라는 것을 강조한다. 


처음의 대실패 이후로도 쿠키가 좀 오버쿡 되어 약간 탄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좀 딱딱하다.

그렇지만.. 이 쿠키로 말할 것 같으면 비싼 고급 버터와 국내산 통밀에 직접 재배하고 갈아서 만든 미숫가루가 엄청 들어간다는 것!! 이미 재료에서 먹고 들어가기 때문에 난 당당할 수 있었다.


하추리에 찾아온 지인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쿠키라고 강조하며 강매한다.

착한 나의 지인들은 진짜 맛있다며 여러 개씩 사간다.. 후후후




[4] 나도 모르게 쿠키 마스터가 되어있다. 


구정을 맞아 선물대용으로 보낼 쿠키를 100개 정도 굽고, 또 지인 찬스로 많이 비어진 쿠키 선반을 보며 쿠키를 또 구워야 한다고 알짱알짱 대는 게 귀여웠나 보다. 어른들이 쿠키 마스터라고 불러주신다 ㅋㅋ

한판을 싹 구워서 저렇게 포장해 놓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게요?

쿠키를 만들며 '기어이 내가 하추리를 쿠키 맛집으로 만들려나 봅니다'라며 으스레도 좀 떨어보고 

'카페 하추리는 쿠키 맛집이 분명하다'며 블러핑도 해본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맞장구를 이렇게나 잘 쳐주시면서 우쭈쭈 해주시니 쿠키 만드는 게 더 재밌다.  



다음의 재료들만 갖춘다면 쿠키 마스터도 그리 어렵지 않다. 


쿠키 한 판을 다 실패해도 어떻게 한 번에 완벽하겠냐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국장님과,

새로운 쿠키가 나올 때마다 모두 다른 평가를 해주시지만, 점점 더 맛있어진다며 하추리 어르신들과,

하추리의 맑은 공기와 건강한 재료들. 


우선, 쿠키를 맛있게 먹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하추리로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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