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다래 Apr 01. 2022

라벨을 살펴라

오늘의 청소 - 분리수거

 평생교육관에서 진행하는 환경 관련된 수업을 듣는 중이다. 독서모임에서 이런저런 책을 읽다 환경 도서를 읽고 이 문제에 관심이 생겼고, 마침 시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이 있어 수강신청을 하게 되었다.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등등의 수업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유용했던 건 재활용 쓰레기에 관련된 강의였다. 그동안 분리수거를 한다고 했지만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이렇게 버리는 게 맞나, 알쏭달쏭했는데 뭔가 나름의 기준이 생긴 느낌. 2시간 동안 들었던 수많은 내용 중에 내가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들, 내 기준이 된 분리수거의 법칙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아주 인상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까먹기 마련이니....(중생이여...)




어쭙잖게 분리하지 말고 한 봉투에 모두 넣는다.

 나는 딱 이렇게 버리고 있으면서도, 마음속엔 죄책감이 있었다. 캔은 캔대로, 병은 병대로, 페트는 페트, 비닐은 비닐. 종류별로 구분해서 버려야 하는데, 봉투가 꽉 차도록 쓰레기를 모을 자신은 없었다. 매일 저녁 주섬주섬 쓰레기를 모아버리면서 찔끔찔끔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분리해야 하는데 너무 죄송하다. 하지만 나처럼 빌라에 살고 있고, 매일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는 지역이라면, 종류별로 한두 개씩 각각 넣어 비닐봉지를 낭비하는 것보다 한봉투에 우르르 때려 넣는 게 낫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죄책감이 사라졌다. 그런데 어떻게? 진짜 그래도 괜찮은 거야?


재활용 쓰레기 뒤에는 사람이 있다.

 일반 쓰레기는 소각장이나 매립장으로 향하지만, 재활용 쓰레기는 분리장으로 간다고 한다. 각 가정에서 내놓는 재활용 쓰레기를 쌓아놓고 그곳에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병들을 다시 한번 분리하기 때문에 우르르 쏟아놓고 한방에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는 말씀이었다. 너무 편해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버린 쓰레기 뒤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내가 버린 쓰레기를 사람이 만진다고? 


 안일하게도 난 요즘 뭐든 기계화되어있는 시대인지라 당연히 기계가 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기계가 어떻게든 분리해낼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2022년은 내 머릿속의 미래상보다 한참이나 사람의 손을 필요로 했다. 돈이 되지 않고, 더럽고, 힘들일일수록 발전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무심코 버린 라벨을 뜯지 않은 페트병이라든지, 배달음식을 먹은 뒤 깨끗하게 씻지 않고 대충 헹궈 내 보낸 그릇들을 누군가 만져 다시 분리한다.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 쓰레기 하나도 허투루 버릴 수 없다. 내가 대충 버린 칼이나 가위로 누군가가 다칠 수도 있는 문제다.


내가 할 일과 기업이 할 일을 구분한다.

 내가 할 일은 라벨을 살피는 일이다. 콩나물 봉지에, 햇반 용기에, 커피믹스 봉투에 보이는 재활용 기호를 보면 그건 무조건 재활용품으로 분리한다. 기업은 제품을 판매하며 사용된 용기는 재활용이 되는지 안되는지 기호로 표기하여 소비자에게 알려준다. 재활용 기호가 있으면 그건 기업에서 재활용이 된다고 했으니 소비자인 나는 망설이지 말고 재활용 봉투로 넣는다. 재활용 여부는 내가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깨끗하고 라벨을 확인했을 때 기호가 있다면 고민 없이 재활용. 


 이렇게 작은 커피믹스 봉지를 어떻게 재활용할 수가 있어- 그건 분리장 가봤자 제대로 분리도 안돼-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게 나아. 왜 이 문제를 내가 고민하고 있는가. 커피회사는 그 작은 일회용 비닐을 재활용이 된다고 표기해 판매했고, 나는 기업에서 지시한 대로 구분해 버린다. 분리장에서 사이즈가 작다는 이유로 분리가 안된다면 기업에서 분리되지 않은 작은 비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재활용이 되는 다른 소재를 사용하도록 요구하면 그만이다. 내가 지불한 상품 가치에 소재에 대한 재활용 여부까지 포함되어 있다. 


 지금까지 이건 되나 안 되나 쓸데없는 고민을 너무 많이 했다. 내가 할 일은 라벨을 살피고 지시에 맞게 내놓는 일이다. 



 

차라리 몰랐을 때가 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함부로 버리고 막 치웠다. 그러나 조금 더 이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알면 알수록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내 몸, 내 가족 편한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내놓는 쓰레기로 누군가 고통받을 수 있다면 그 책임도 오롯이 내 것이다. 버리는 물건에 따라 분리수거가 되는 건지, 소각해야 하는지, 불연이라 마대자루에 넣어야 하는지 그 정보를 내 머릿속에 다 넣고 있을 순 없다. 그러나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를 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현명한 방법으로 방법을 찾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