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나온다.
내가 다녀본 회사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워라밸을 지키며 인풋의 시간을 주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 체감상과 분위기 상 그렇지 못한 회사가 80%는 넘을 것으로 생각된다.
처음 광고라는 일을 시작했을 때, 공모전을 위해 밤을 새고 추억을 만드는 일이 어린 마음엔 멋있게 보였고, 우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추억은 됐다. 그렇게 빡센 추억이 기억이 남지 않을리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밤샘의 쳇바퀴는 현업에 들어오고 나서도 계속 돌아갔다.
밤을 잘 샐 수 있습니다. 저에겐 열정이 있으니까요. 라는 바보같은 무논리 포인트를 나의 강점으로 삼았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손목이 저려오기 시작했고 어깨엔 틈만 나면 통증이 왔다. 손대면 화부터 내는 성격이 되었고 각종 병원을 밥먹듯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는 엉덩이에서 나온다는 맹신이 가득한 환경 속에서, 어쩌다 대박 아이디어가 나왔던 날이면 '역시 아이디어는 나올때까지 파야돼'라는 엉뚱한 결론으로 귀결되는 그 모습은 나를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몇 년을 일하고, 내게 남은 것은 각종 병원 영수증과 SNS에서 '아직도 난 회사에서 바보같이 일을 하고 있어'라는 몇 개의 마스터베이션st 포스팅들 뿐이었다. (자랑할 게 야근 뿐이었던 바보같은 지난 날!)
다행히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그땐 그랬지-처럼 할 수 있는 괜찮은 회사에 정착.
우리는 도라에몽이 아니다. 마법 주머니도, 어디로든 문도 없다.
먹은 게 있어야 변이 나오는 자연의 섭리처럼, 인풋이 있어야만 아웃풋을 만든다.
그러니까 철야와 새벽출근을 반복하는 사람에게 황금 변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이, 부디 회의실 문보다 회사 문을 열고 나가 많은 것들 보고 듣고 먹었으면 좋겠다. 한 발자국만 나가도 세상은 초단위로 새로운 것들을 나에게 보여준다. 그런 인풋이 새로운 당신을 만든다 생각한다.
우리는 보고 듣고 읽고 먹는 것으로 만들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가, 좋은 것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