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었던 포트폴리오
1년 전 쯤. 갑작스럽게 이직의 기회가 찾아와서 포트폴리오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한번도 이직 준비를 해본 적이 없었고, 당연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본 적도 없었고, 이것저것 잘 알아보고 준비해서 만들 시간은 더더욱 없었던 터라. 그냥 '포트폴리오라는 결과물을 산출해낸다'는 것에만 의의를 두고 만든 거죠. 당시에는 '오, 급하게 만든 것치고 제법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하고 생각하며 뿌듯해 하기도 했었어요.
이렇게 만들어 놓은 포트폴리오가 있으니까 거기에 셀프브랜딩 작업을 통해 찾아놓은 요소들을 조금만 추가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포트폴리오를 열어보자마자 '어, 이게 뭐지? 대체 내가 뭘 만들었던 거지? 내가 진짜 이 포트폴리오를 들고 이직을 한 거야?'하는 당혹스러움이 느껴졌어요.
1년 전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들었던 아쉬운 점과 그 이유를 적어보자면
파트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서, 원하는 정보를 바로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것.
→ 좌상단에서 네비게이션이 있긴 하지만 About과 Key project 두 개뿐이라, 계속 스크롤을 하면서 정보를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자랑하고 있는 강점이 발휘된 실제 사례가 무엇인지 바로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
→ 처음 Strength를 보자마자 '어떤 경험을 했기에 이런 강점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들텐데,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광고 회사의 현업 부서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불친절한 설명이라는 것
→ 계속 광고 회사에서만 움직일 거라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커리어를 좀 더 열어놓고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불친절함을 해소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어떤 업무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
→ 마찬가지로, 광고 회사에 다니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런 업무를 했다면 이런 스킬을 갖췄을 것'이라는 추측이나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가 어렵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아쉬움들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마음을 넘어서 "아, 이렇게 중요한 걸 왜 빼먹었지?"라는 후회를 들게 했던 부분도 있었어요.
바로, 이 포트폴리오가 <직장인 김뮤>의 브랜드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사람이 어떤 경험들을 해왔는지는 말해주고 있는데, 정작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거죠. 이 사람이 우리랑 같이 일을 한다면 어떨까, 우리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상상을 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거예요.
아시다시피, 회사마다 조직 문화가 다르고 선호하는 인재상도 다르잖아요. 같은 회사 안에서도 본부마다, 팀마다 분위기가 다르고요. 팀 안에서도 직급 또는 업무에 따라서 어떤 사람을 뽑을지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은 바뀝니다. 아무리 역량이 좋은 사람이라도 컬쳐핏/팀핏이 맞지 않으면 떨어질 수 있는 거죠. 물론 이런 부분에 대한 검증은 면접에서 더 잘 이뤄지겠지만, 포트폴리오에서 '저는 이렇게 일하는 사람이에요!'라는 인상을 심어줬을 때 서류 검토에서 면접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좀 더 스무스해질 것 같더라고요.
또 마침, 이 글을 쓰던 중에, 팀에서 전환형 인턴을 뽑게 되었는데요. 저는 5년차에 이직을 하면서야 처음으로 포트폴리오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요즘 취준생 분들은 벌써 포트폴리오를 다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너무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다만 제 포트폴리오와 마찬가지로 '이런 일들을 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의문을 남기는 포트폴리오를 굉장히 많이 만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다보니 이게 꽤 큰 문제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1년 전에 만든 첫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으니, 이제는 새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만들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