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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일기예요

by 마음씨

처음에는 이렇게 정리하지 않았지만, 이제 아이가 혼자 찾아 먹는 연습을 시작하느라 한달치 약통에 약과 영양제 배분을 마쳤다. 4년을 매일같이 챙겨왔어도 늘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 무엇보다도 규칙적이어야 하는 동시에 아주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감지할 수 있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내야 하는 것.


알약을 칸칸이 밀어넣으며 지난 몇 달 동안 평범한, 일상, 반복, 이런 단어가 참 그리웠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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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사이에 9월이 되었다.


몇 년 만에 매일 글쓰기 연습을 다시 시작했고, 작지만 스터디 모임을 준비하고 있고, 두 달 만에 다시 편지를 보냈고, 석 달 만에 집 앞 숲길을 혼자 산책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던 일들이 차츰 ‘지난 번처럼 하면 되는 일’로 차례 차례 자리를 옮겨준다. 기다리던 소식들도 긍정이든 부정이든 결과를 알려왔다. 밴쿠버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가장 아름다운 여름을 지나 이제 새롭지 않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계절들이 다가온다. 다음 주 연휴 하루 밀린 집안 정리를 끝내고 나면 아이도 새 학년 새 담임을 만나러 등교를 시작할 것이다. (아이들은 수가 적어 거의 바뀌지 않겠지만)


마침내, 평소 하던 대로 하루하루 살면 되는 시간이 가까워진 것 같다. 그토록 기다리던 시간이, 훨씬 더 빨리 올 줄 알았지만 어림도 없었던, 그래서 영영 안 오는 건 아닐까 조금 걱정도 했던 그 시간이. 날짜 계산 앱을 보니 벌써 캐나다 이사 후 255일이 되었다고 한다. 당황하는 일이 줄어들면 시간은 그만큼 더 빠르고 매끄럽게 무심코 흘러가더라. 금방이지 또, 1년 되고 3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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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좁은 인스타 피드 입력 창에 이러고 긴 글 끄적이는 것 보니 괜찮아진 게 맞는 것 같다. 간간히 안부 물어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내년 여름 전에 부디 놀러오세요.




원문글: https://www.instagram.com/p/CwtvbvuLWcI/


(실제로 우리집을 다녀간 분은 딱 1명이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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