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씀 #2. 똑 부러지지 말고 애매하게 휘어지는 게 어때
*2022년 새해를 맞이했을 때 적어두었던 글이다.
새해를 맞이했다.
하루 차이로 서른 한 살의 나와 서른 두살의 나는 전혀 다른 세상에 떨어진다.
똑 떨어져 한 살 더먹는다고 나의 세상은 바뀌지 않는데 말이다.
똑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 말해보자.
사실, 세상에 생각보다 명확하게 떨어지는 건 많지 않다.
어쩌면 경계라는 건 우리의 존재의 불완전함을 덮기 위해
늘 동원하는 핑계일지도 모른다.
색깔이든 도덕이든, 바다와 강이든, 꼼장어와 장어든, 서른 중반이든 초반이든 말이다.
일상에 애매한 게 얼마나 많은데! 우린 불안하기에 그토록 경계를 만든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마음 만큼 애매 한 게 어딨겠어.
세상에 웬만한 건 다 애매하니까. 우린 그토록 확실하게 선을 긋고 싶어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애매한 게 좋다.
있는 그대로 애매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할 수 있는 애매함이 우리 마음 속에 있어서 좋다.
애매하게 사랑하고,
애매하게 살아가고,
애매함에 모호해져도.
그 자체로 선 긋지 않아서. 난 좋다.
똑 부러지지 말고, 애매하게 휘어지는 여유를 위해 짧게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