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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의 세상 Apr 03. 2022

인생의 조편성

짧게 씀 #3 남들이 우리의 조편성을 맘대로 못하게


나는 월드컵을 좋아한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세계인의 축구. 초등학교 5학년 "대~한민국"의 월드컵 열기를 경험한 직후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의 쫄깃한 설렘은 본선을 앞두고 이루어지는 조추첨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도전자의 입장일 수 밖에 없는 우리는 늘 경우의 수, 죽음의 조 피하기가 기본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우리는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한 조에 속했다.
완전 최악의 조도, 그렇다고 만만한 조도 아닌, 최선을 다해봄직한 조편성이다.
포기하긴 이르니까! 새벽에 졸린 눈을 부비고 시청한 나는,
아직 6개월이나 남은 월드컵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렌다. 나는 생각보다 축덕이니까!

근데, 조편성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우리의 인생을 떠오른다
운이라는 결정 짓는 월드컵 조편성처럼, 우린 태어나면서 각자의 조에 편성된다. 
성별, 나라, 첫째일지 둘째일지, 요즘 말하는 수저의 색,
운동신경이 있을지, 공부재능이 있을지,
예술적 감성을 타고날지, 계산의 밝은 사람이 될지,
우리는 수많은 것들은 운명으로 받는다
인생의 조추첨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죽음의 조에 최약체로 태어나거나
누군가는 무난한 조에 최강팀으로 태어나거나

월드컵 조추첨이 어찌나 우리의 삶을 닮았던지,
조별리그가 끝나고나면 우승하기 위해 끊임 없이 이어지는 토너먼트까지
진출 혹은 탈락. 두가지 선택지를 받아든 우리는 이렇게 슬픈 운명이던가!

하지만, 고작 공놀이하는 월드컵의 조추첨도 4년에 한 번씩 돌아오지 않던가
생각해보면 태어난 후에 우리의 인생의 조추첨은 꽤나 많이 돌아온다
입시, 전공, 진로, 결혼, 이직, 이사, 오늘의 점심 메뉴, 여행을 어디갈지까지
어쩌면 인생의 매순간이 조추첨이다

결코, 우리의 조편성이 우리를 휘두르게 놔두지 말자
한 번의 조추첨이 아닌, 우리만의 조추첨을 만들자
매 라운드를 이길 순 없어도, 늘 새로운 대회를 찾아다니자
우리에게 맞는 무대와, 우리가 빛날 대회는 여전히 많다
그리고 조편성이 마음에 안들면 어떤가
인생의 도전자인 우리는 늘, 새로운 모험과 기적을 써가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우리는 어쩌면 매순간 우리의 조추첨을 우리 스스로 하고 있던 셈이다

물론, 운과 노력이 뒤섞인 이상한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이렇게 적고 있는 나는 내일 출근을 해야한다
하....어찌 나는 직장인이라는 조편성이 되었을까
이 조편성을 결정한 5년 전 나에게 원망을 돌리며,

5년 뒤에는 기필코 프리랜서 사업가라는 조편성을 기대해본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조편성은

우리 스스로가 결정하는 그날까지


_

남들이 우리의 조편성을 맘대로 못하는 마음을 담아, 짧게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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