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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의 세상 Jun 20. 2023

결혼주의자 선언

프롤로그 - 쪼미 부부의 결혼준비기 : 스튜디오 촬영 전날 밤

"자기 ~ 내가 내일 잊지 말고 가져와야하는 것들 메모로 공유했어요!"


아,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어떤 날이냐고?

눈 떠보니 예량이가 되어 있는

나는 내일 움직이는 인간 소품이 될 예정이다.


내일은 바야흐로 웨딩 스튜디오 촬영일.


그 전까지 그래도 이래저래 커리어 관련

인터뷰를 위해서라도 카메라 앞에 서봤던 나였지만,

세상에 웨딩 촬영이라니,

세상의 모든 예랑이들은 거쳐가야하는 관문에 드디어 도달한 것이다.


한 달 먼저 나보다 먼저 웨딩 촬영을 했던 

거니형의 조언은 냉철하기 짝이 없었다.


"웨딩 촬영 당일엔, 너에게 자유 의지란 없어. 알겠어?

 넌 그저 움직이는 소품에 불과해, 받아들여"


아니,

거니형은 분명히 예비신랑인 것을 

예비신부인 밍경에게 세뇌라도 된 것인가?


나는 분명 자유의지를 가진 한 명의 사람이거늘

어찌하여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사실, 웨딩 스튜디오 촬영까지 오기까지

더 큰 산들을 많이 넘었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웨딩 촬영이면 지금껏 해왔던 것들 보다는

훨씬 수월할 거라고 말들 하곤 한다.


나도 동의하는 바이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예비 신랑이 되기로 마음 먹고(?) 나서 부터

그러니까 이른바 결혼주의자가 되고나서부터,

지금까지 넘은 산들을 나열해보면 태백산맥이 따로 없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순서를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다. 


결혼주의자 선언을 한다. 

먼저 나의 존재(?)를 처가에 알린다.

결혼하기 좋은 날짜를 받는다.

우선 가장 급한 식장 투어를 다닌다. 

10개 후보 중 한 곳으로 식장을 확정한다  (우린 코로나 이후라 무려 1년 전에 예약했다)

자, 이제 플래너에게 달려간다.

드레스 투어, 예복 투어를 예약한다.

본식 스냅, 스튜디오 스냅을 예약한다.

양가 부모님 한복, 예복 대여일을 정한다.

예물을 정하고 구입한다.

웨딩밴드를 산다. 

신혼여행지를 정한다.

비행기를 예약한다.

숙박을 예약한다.

드레스 투어를 한다. 

예복 투어를 한다.

와, 제일 중요한 프로포즈를 한다!


그리고 이제 결혼을 향한 중간단계

스튜디오 스냅 촬영에 도착했다. 


후아...

이 정도면 이태백도 등산하다가 울고갈 태백산백 아닌가?

이 모든 과정을 넘어간 대한민국 선배 예랑이 분들에게 

심심한 존경을 표하고 싶을 정도다.


사실, 이전에 걸어왔던 결혼까지의 길들이

또 가야할 결혼까지의 길들이

내일 하는 스튜디오 촬영에 비하면

훨씬 험난하고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짓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다만,

어쩐지 내일 찍을 스냅 사진들이

우리의 청첩장에 들어가고

결혼식에 걸릴 생각을 하니


어딘가 긴장이 되기도 하고

사뭇 내일 잘 찍을 수 있을지

또, 카메라 앞에서 얼지는 않을지

신부의 예쁜 모습에 내가 방해가 되진 않을찌

이런 저런 생각도 들기도하고


무엇보다도

이제 결혼 준비의 반환점을 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남은 

신혼집과 혼수, 청첨 모임 등

거쳐야할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허나 이제 절반까지 잘 오지 않았던가.

이제, 멈춰서서 여기까지 온 우리의 결혼일지를 

글로 남겨볼까 하여 이 에세이를 시작해본다.


'도대체, 어쩌다

 결혼은 먼 일이라고 생각했단 내가

 결혼주의자 선언을 하며,

 전국의 예랑이들을 위한 지침서를 쓰게 되었을까?'


지구상의 80억 인구 중에

결혼에 대해 딱히 생각이 없던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평균 남성 30대

예랑이 쪼님님과


행복한 가정과 

가정의 화목함이 무엇보다

보석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에 둘 도 없는 예신

도토리님과의 결혼 과정


두 사람이 결혼을 결심하기 까지

거친 풍파를 헤쳐왔는다. 


대한민국에서

사랑과 연애를 하고

예비부부로 일어서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몸소 체험한


쪼미 부부에서

쪼를 맡고 있는

예랑이의 당찬


결혼주의자 선언.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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