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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의 세상 Jun 18. 2023

기쁘고 떳떳하게

두봉 주교님에게서 배운 삶


난 무교다.


가끔 교회오빠 같은 이미지 때문에

어느 교회 다니냐고 오해를 받지만

단언컨데, 비종교인이다.


오히려 나의 예비신부인 도토리님이

천추교 신자이자, 세례명 미카엘라이며

나는 틀림없는 비종교인이다.


종교를 일부러 갖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모태신앙으로써 , 운명으로써 종교인이 되듯이

나 역시 가족들의 환경이 자연스럽게

나를 신이나 종교의 영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 왔다. 


어린 시절 잠깐 교회를 다닌 적이 있지만,

숫기 없는 소년은 금세 싫증을 느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듯이

나도 현실의 힘듦과 

사람에 치일 때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 될 때

어김 없이 점집을 찾는다!(응? 이 얘길 할려고 한 게 아닌데)


무튼, 하고픈 말은

딱히 무슨 거부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무교가 되었다는 말씀.


종교와 가장 가까운 시절은 

오히려 대학시절 때였다.


대학교 시절 복수전공으로 발을 담궈보았던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기 위해 성경을 뒤적이며 복음서 내용을 공부해야 했다.


중국문화사를 이해하기 위해 노자경이나 반야심경을 들춰볼 기회가 생겼고

오히려 그때,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에 대항 흥미가 생겼었던 것 같다.


그때의 경험 때문인지 

학문으로써의 종교사 

역시 하나의 흥미로운 분야로써 

관심을 갖고 독서해 맞이 않는다.


또한, 현실에 치여 봉사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나이기에

사회를 위해, 사람들을 사랑하기 위해 

봉사와 사역을 행햐나는 꿋꿋한 종교인들을 볼 때면

누구라도 그렇듯이 마음속에서 존경심과 사랑이 우러나오는 것은 

비종교인인 나에게도 해당된다.


이를 테면,

얼마전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여 모두에게 귀감이 되었던

70년을 한국에 살면서 낮은 이들을 보살펴왔던 

천주교 두봉 주교님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사람에 대한 아낌 없는 사랑이 그렇다.


1929년에 태어나신 두봉 주교님은

6.25 한국 전쟁이 끝나기 직전인 

26살의 나이로 선교 자격으로 한국에 오셨다.


그 이후로 70여년을 한국에 사셨고

굴곡진 한국의 현대사를 함께 하시며

한국에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펴왔다.


작고 간드러진 목소리에 

호탕하고 유쾌한 웃음을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주교님의 매력에 MC인 유재석, 조세호님도

한껏 기쁜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한 회차였다.

(시간이 되시는 분은 꼭 보셨으면 보시라!)


신부로서 처음 한국으로 발령이 났을 때

드봉 주교님은 무척이나 기뻤다고 한다.

어려운 국가로 선교생활을 하러갈 수 있다는 기쁨. 


물론, 드봉 주교님도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진 1939년 아직 10살이었던 그에게

그의 고국 역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 드봉 신부님의 눈에 비친 한국,

그 시절 한국은 참 어려운 나라였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좋았다고 한다. 


"사람다운 사람"

그것이 주교님이 본 한국인들의 첫인상이었다.


한국에 오신 이후 주교님은

상지여자전문과 상지여고를 설립했고

농민 인권운동을 하다 정부와의 마찰로 추방당할 뻔도 했다. 


불을 떄기 어려운 겨울이면

양말과 내복을 입으며 근검절약하는 일화에는

손사레를 치며, 과한 말이라고 부끄러워하신다. 


그의 말로는

"평범하게 살지만, 행복하다"였고

"떴떳하고 기쁘게"삶을 살아오셨다고 했다.


주교님은 32년간 주고받은 

아버지와의 편지를 공개할 때에는

어린 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아이 같은 모습으로 돌아간다.


한자 한자 읽을 때,

그리고 부모님께 고마워요, 감사해요를 말할 때 

떨리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 마다.


사랑과, 순수함이 느껴진다. 


솔직한 나의 마음으론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한편으론 한없이 위로가 된다.


회사 일을 하다보면,

뉴스를 보다보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인류애가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요즘.


나는 유퀴즈를 다 보고 나서 

괜시레, 드봉 주교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겨봤다


평범한 것에 감사하고

나의 주변 사람들을 그저 사랑하고

떳떳하고, 기쁘게 삶을 대하는 

그 웃음소리의 반에 반만이라도 닮은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다짐.


물론,

하루이틀 지나고나면 또 똑같은 현실이지만

그런 가르침이 한발작이라도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를 기도하면서 말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나의 도토리님은 나를 물끄러미 보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미안한데 자기야, 자기가 나보다 더 신실(?)해보일 떄가 있어"


"음, 그건 교회 오빠와 같이 생긴 것에서 오는 오해야(?)"



-


나는 가끔씩 기회가 되면

내 에세이에서 마음속에서 존경해 맞이 않는

종교인분들의 삶과 희망을 자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fin - 


유퀴즈 <드봉 주교님>편

https://www.youtube.com/watch?v=KEi5Bg5RhV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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