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의 세상: 있는 그대로의 나를 라쿤이라 부르기로 했다
새해 다짐글을 올리고 나니
따로 연말결산은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무엇으로 연말결산을 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인 파이아키아에서
마침 '23년 최고의 개봉 영화는?' 편이 업로드되었습니다.
작년 한해, 여러분의 최고의 개봉작은 무엇이었나요?
아마 사람마다 마음 속에 꼽는 영화가 다를 텐데요.
어떤 분들은 한국 영화가 고전을 면치 못하던 때에
12.12 사태를 그린 <서울의 봄>이 나타나 가능성을 보여준 것에
23년 최고의 걸작으로 뽑아주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 역시도 굉장히 재밌게 본 영화라 당연히 마음 속 최상위 권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에게 작년 한 해 스크린을 수놓았던 개봉작 중에
제 마음을 가장 깊게 울린 작품이 하나 있다고 한다면
단연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3>를 꼽고자 합니다.
제임스 건 감독의 마블 스튜디오와의 마지막 작별 작품이자,
DC 유니버스로 떠나기전 마블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를 두고 "마치, 픽사 영화 같다"라는 평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 만큼 진한 감동을 남겼다고 할 수 있죠.
영화를 보신 분들 역시, 이 영화의 서사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진한 메시지에 적지 않은 감동을 느꼈을 테지요.
그 중에서도 저에게 가장 인상에 남았던 메시지는 바로
"I'm a Raccoon"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스포일러를 최소화 하기 위해
줄거리에 관한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겠지만,
한 줄의 명대사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가 모두 담겨있었습니다.
세 편의 시리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로켓 라쿤'은 시리즈 전편에서 자신을 놀리듯이 '너구리(라쿤)'이라고
부르는 것에 화를 내며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3편을 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그것은 사실 로켓의 탄생과도 관련이 있죠.
로켓은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지만, 자신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괴물이라 여기고 있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지구의 생명체인 너구리라 부르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무관심, 공격이라고 생각해 분노하는 것이죠.
일종의 자조석인 분노인데요.
그것이 잘 들어나는 장면이 3편의 영화 첫장면입니다.
라디오 헤드의 유명한 명곡이죠 <Creep>과 함께
라쿤의 모습은 오버랩됩니다.
"나는 흉물이야, 이상한 놈이지" 라는 가사와 함께
자신이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또 실험체의 불과하다는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아픔을 숨기고 있는 라쿤의 처지를 보여줍니다.
3편을 보신분들은 알겠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라쿤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그리고 그토록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어려워했고
가족, 친구들을 잃는 것이 두려와 그들과 감정을 교류하는 것을
두려워 했는지, 로켓의 과거를 통해 밝혀지죠.
줄거리를 밝힐 순 없지만,
로켓과 같은 실험체였던 라일라, 티프스, 플로어
이들이 사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이전에 로켓의 첫 친구들이자, 가족이었고
아픈 상처들을 로켓은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습니다.
사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현실의 우리처럼, 그리고 로켓처럼
각자의 아픔과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과 운명의 힘에 휩쓸려
예상치 못한 길로 들어서게 된 등장인물들이 대부분이죠.
마치 우리의 인생이 그런 것처럼요.
피터 퀼은 어머니와 욘두를 잃은 과거를
가모라는 자신의 동족의 반이 학살 당한 과거를
네뷸라는 온몸이 개조 당하며 언니와 경쟁했던 과거를
드렉스는 가족이 타노스에게 몰살 당했던 과거를
멘티스는 자신이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과거를
크레클린은 욘두라는 리더를 잃은 과거를
등장인물 모두 상실을 경험했던 인물들이죠.
영화의 마지막에서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과거를 극복하며 성장합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임"에 있죠.
그것을 상징하는 말이 바로
로켓의 "I'm a Rocket, Raccoon(난 로켓이야, 너구리지)"입니다.
영화의 말미에 자신이 실험으로 만들어진
우주의 흉물이라고만 여겼던 라쿤은
자신처럼 실험 당할 위기에 처한
'북미산 라쿤' 무리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자신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은
진짜 '너구리'였다는 걸 알게 되죠.
철창에서 로켓이 아기 라쿤들을 구할 때
로켓은 아기 라쿤들을 구할 뿐 아니라
어린 시절 자기 스스로를
라일라,티프스, 플로어를
상처뿐인 자기 자신을 구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죠.
바로 라쿤, 너구리라고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
그 말은 저에게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상처와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쟁이나 운명의 장난으로
때로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거나
꺽이어버릴 때도 많죠
그런면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인정하고
편견 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떄
우리 서로가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면이 어쩌면 픽사 영화 같은 면모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 이유로 저에게 23년 가장 최고의 영화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이 되었습니다.
로켓의 마음을 잘 따라가며
24년을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스스로가 흔들릴 때
저는 라쿤이 되려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스스로 인정하는 힘.
나는 라쿤이야.
라고
속으로 외치면서요.
https://youtube.com/shorts/cAp7nu29vjI?si=EQW3UZZf286Hz4Vfhttps://youtu.be/0YULhlooRaE?si=Pgv33xWlbJzSCb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