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의 세상: 새해에 여러분은 어떤 다짐을 했나요
새해입니다, 여러분.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상투적인 말이라도 올 한해는
늘 건강하고 행복한 일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인사를 하고나니
무릇, 새해에는 떠오르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새해 덕담, 그리고 새해 다짐.
둘 다 새해 첫날 하면 떠오르는 것들인데요
덕담이라하면 말할수록, 들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힘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다소 수줍어서 모르는 분에게
새해 인사를 건네는 일이 많지는 않은데
그래도 올해는 달라보고자 부단히 노력을 해보았습니다.
1월 1일 새해 아침부터
생수 사러 나가는 길에
1층에서 마주친 경비원 아저씨에게 먼저 꾸벅.
생수 사러 나오는 길에 편의점 점장장님께 꾸벅.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는 길에 처음 만난 꼬맹이에게도 꾸벅.
인사를 하고 나니 새해 기분이 물씬 나고, 스스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꼈죠.
그 날 온가족이 저희 집에 집들이 하러 와서
떡국을 먹고 오손도손 수다도 떨었는데, 여러모로 따뜻한 새해의 시작이었습니다.
저에게 새해의 목표가 있다면
덕담은 그럭저럭 지켜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남은 차례는 다짐인데요. 다짐이라는 녀석은 생각보다 신통치 않습니다.
저는 전통적으로 ENFJ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가끔은 J라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새해 계획을 세워놓고는 단 한 번도 지킨 적이 없기 때문이죠.
다분히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라, 하나의 미션을 정해놓고
그것을 하기 위해 다분히 노력하긴 하지만 두서없이 진행 될 때가 많습니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왔다 갔다 하다보면
어느샌가 목표 지점에 도착해 있을 때가 많은 거죠.
여러분의 2024년 새해 다짐은 어땠나요.
사실 각자 소망하는 바가 다를 거라 생각 합니다.
사실 제 주변만 돌아봐도 다양한 다짐들이 있습니다.
고3인 수험생 후배는 인서울이라는 다짐을
취준생인 동아리 후배는 취직이라는 다짐을
3년째 솔로로 지내고 있는 아는 형은 연애라는 다짐을
여름만을 기다리며 다이어트를 각오하는 다짐을
올해는 부모님께 잘하고자 하는 어색한 다짐을
내 손으로 일군 카페를 차리고자 하는 다짐을
토익 영어 자격증을 갱신하겠다는 다짐을
올해는 10cm나 커버리겠다는 다짐을
PS5의 철권을 8을 선물 받겠다는 다짐을
좋아하는 짝궁과 같은 반이 되겠다는 다짐을
새해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면서 다짐한 수많은 마음을들
다 헤아리기가 새해 밤을 수놓은 별 만큼 많겠지요.
부끄러운 탓에 여기에 다 공유할 순 없지만
저도 꽤나 많은 지키지도 못할 다짐을 새해 아침에 적어보았습니다.
적고나니 정말 지킬 수 있을지 엄두가 안나는 소망들도 있었는데요.
헌데, 우리가 다짐을 할 때는
왠지 모르게 부담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이른 바 떠벌림 효과(Profess Effect)처럼 내가 내뱉은 말은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더라도 책임감이 생겨서 지키고자 노력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요
그러한 고로 우리는 다짐하는 것에 부담을 느낍니다.
지키지 못할 내 자신이 두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는 것 아닐까요.
마음을 먹어도 삼일 밖에 못간다는 두려움에 그런 말이 나왔겠죠.
하지만, 작심삼일을 백 번하면 일 년이 채워진다는 농담처럼
저는 다짐을 습관처럼 하면 두려울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다짐은 꺽이기 마련이거든요.
우리의 인생은 수없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우리를 덮치곤 합니다.
오죽하면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에도 있죠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다"라는 말처럼요.
어떤 다짐은, 어떤 목표는 시작하자마자 꺽여버리기도 합니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를 외치는 수많은 동지들의 외침이 그렇죠.
그러니까 우리의 새해 다짐도
분명 꺽이기 마련입니다.
한 달만 지나보세요. 아니 일주일만 지나도
여러분들이 한 스스로의 다짐은 흔들릴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우리의 이런 불안한 마음에
멋지게 대답해준 배우의 한 마디가 있기에
올해의 새해 다짐은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적을 수 있었습니다.
누군지 다아시겠지만,
바로 전여빈 배우입니다.
제 44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전여빈 배우의 수상 소감이 저에게는 올해 새해 다짐의 힌트를 주었습니다.
'중꺽마' 이후에 '중꺽그마' 유행어를 탄생시킨 말이죠.
전여빈 배우는 힘든 시절을 떠올리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위로 해주었습니다.
"중요한 건 꺽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고요.
듣자마자, 마음이 울컥 내려앉았습니다.
때론 가혹하게 꺽이지 않기 위해서 아등바등했던 지난 날의 저에게
위로이자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게 하는 말이었거든요
너무 힘들거나, 어렵거나, 하기 싫을 때
꺽이지 않으려나가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든, 운동을 하든, 취업을 하든, 연애를 하든,
자신만의 작은 약속이든, 원대한 큰 포부든
우리는 그 약속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불안해하며
스스로를 다그치기만 하진 않았던 가요
전여빈 배우의 말처럼
그래,
꺽이면 어떤가
하고싶은 걸 하는 기쁨은
꺽여도 꺽여도 우리가 다시 일어나게 만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24년 새해 다짐을 했습니다.
금세 꺽여서 싫증이 나거나, 힘들어할 다짐들도 있습니다.
근데,
꺽이면 어떤가요
계속 하고 싶어하는 마음과 조금씩 해내는 기쁨과
이루지 못해도 얻는 경험과 마음가짐이 있으니까요
여러분도 올 한해는
꺽여도 좋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원하는 바를 계속해서 일으켜 세워보세요
그러면 올해 연말에는
꺽인 것들이 쌓여서 더 큰 우리를 만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