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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Sep 26. 2019

호스트 친구들과 저녁식사

에어비앤비 첫 쉐어하우스 

@ 에어비앤비 동네 산책. 이번주 런던은 내내 흐리다. 

에어비앤비에선 보통 한달씩 머물렀다.

비엔나, 케이프타운 모두. 

런던에서도 한 달을 예약했는데 처음으로 쉐어하우스다.


낯가림이 있는 남편을 위해 집 전체를 빌려서 편하게 생활하자 주의지만,

런던의 살인적인 렌트비를 생각하면 쉐어할 수밖에 없었다.


집주인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다. 

나이는 3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데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집은 타워브릿지가 코앞에 보이는 곳에 있고 널찍한 투베드 플랏이다.

집주인이 아침에 출근해서 주로 밤늦게 귀가하는 편이라 노는 집을 에어비앤비로 돌리는데 

장기 투숙객만 받는다고 한다. 이전 투숙객은 6개월 살다갔다고 한다. 


그는 매우 섬세하고 예의바른 호스트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가족들이 있고 영국에서 대학을 나온 후에 아예 정착한 영국 시민권자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오래 일했고, 지금은 영국에 거주 중인 마이너리티 학생들을 유수 글로벌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퇴근하면 약속도 많고 운동도 다니고 그래서 같이 식사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우리는 본의아니게 집을 독채로 쓰는 것처럼 사용하고 있다. 


호스트는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게 미안했는지 

주말 친구들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 우리 부부를 초대했다.


탬즈강변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호스트와 호스트 친구들과 복작복작 단란한 저녁식사를 했다.

호스트 친구들도 런던 금융권에서 일하는 로컬들이다. 


예전엔 한국문화가 영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한국에 관심있어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호스트 친구들도 한국 음식이나 유명한 한국 드라마, 영화 이런 것들을 꽤 알고 있었다. 


@ 호스트와 저녁먹으러 가는 길에 지나친 탬즈강 뒷골목. 호화로운 요트들이 즐비하다. 

여행다니면서 현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서로 어느 정도 안면을 트고 친해졌다 싶으면 여지없이 받는 질문이 있다. 

바로, 북한에 대한 것과 최근 일본과의 무역전쟁에 관한 질문이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을 어떻게 생각해? 트럼프랑 정말 뭔가를 할까? 통일이 진짜 될 수 있다고 믿어?"

"김정은은 어떤 사람이야?" "북한 사람들이랑 대화할 수 있어? 말이 통해?"


북한에 관해선 대체로 이런 류의 질문들이다. 

서양에서 주로 북한에 대해 보도하는 뉴스를 보면 매우 단편적이고 편향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에, 

그들이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나 잘못된 정보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한번은 이렇게 되물은 적이 있다.

"네가 30대에 아버지한테 나라를 물려받은 김정은이야. 국제사회에선 무역제재를 가하고 있고 그 대장 격인 미국은 너희를 나라로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위협하고 있어. 나라 안에는 굶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능수능란한 엘리트들이 끊임없이 네 자리를 넘봐. 넌 지금 네 자리와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할래?"


그가 태어날 때부터 '악의 축'이고 '정신나간 또라이(하하)'가 아니라 북한 지도자라는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는 배경을 이해하기를 바랬다. 김정은이든, 트럼프든, 어떤 행동을 하는 데는 다 그만한 역사적 배경과 이유, 동기가 있는 법이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을 '좋아한다', '싫어한다'기 보단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통일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나선 안된다고 생각해.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은 아마 통일이 아니라 현 상태 그대로 유지하기를 바랄거야. 특히 일본이 평화적인 대화를 방해하는 건 통일이 자국 이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지. 분명한 건, 남한 사람들은 평화를 원해."


그런데... 이런 북한 관련 대화를 나누려면 스스로 국제정치나 역사에 대해 해박해야 한다.

유럽이든 영국이든 여기 친구들은 역사에 꽤 관심이 많고 많이 알고 있다. 

우리 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치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설명할 수 없으면 꽤 난감하다. 


최근 일본과의 무역전쟁 이슈는 특히 외국 친구들에게 설명하기가 어렵다ㅠ

오래 전 식민지배에서 일본이 자행한 만행과 그에 대한 보상 문제, 현재 아베의 자위권 강화라는 정치가 맞물려 있고, 또 경제적인 종속관계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도 설명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설명하는 나도 어렵고, 듣는 친구들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저질렀던 악행에 대해 반성하지 않아.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도 않았지. 정부에 보상하는 것과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거든. 그런데 한국 경제에 대해 공격하는 건 아마도 그것보다는 자국 군대를 공격도 가능한 군대로 만들고 싶은 아베 정권의 정치적 목적 때문일거야.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누리는 것과 같은 지위를 아시아에서 계속해서 누리기를 원해. 그런게 그게 가능할까? 중국이 저렇게 성장하고 있고 한국도 일본을 경제적으로 넘어설 수 있을걸?"


대화를 하다보면, 한국 뉴스를 꽤나 본 친구들은 심지어 박근혜를 탄핵한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묻는다. 

한국 젊은이들이 정치에 정말 관심이 많냐고.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인데 어떻게 합법적으로 대통령이 됐으며, 왜 다시 탄핵을 당하게 됐는지...


"박근혜는 선거를 통해 정당하게 대통령에 당선된 게 맞아.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지만. 그리고 그가 최측근 최순실이라는 사람과 함께 모의해 저지른 부정부패들 때문에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어.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야. 과거에도 독재정권을 민주화 운동을 통해서 무너뜨린 경험이 있고, 박근혜도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평화적인 집회를 통해 의회를 압박해서 그 자격을 박탈한거지. 한국사회는 일본이랑 달라. 우리가 뽑은 지도자라도 자격이 없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민주주의에 있어서만큼은 일본보다 훨씬 나은 나라라고 나는 믿어."


항상 이런 대화 끝에 집에 돌아와서 잠자리에 누으면 나는,

내 짧은 영어와 부족한 국제정치, 역사 지식때문에 내 나라나 우리사회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있도록

미리 공부를 좀 할걸 후회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보다 밖에 나가서 내 나라에 대해 말할 때

우리나라가 꽤 괜찮은, 훌륭한 나라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괜찮은 사람들이, 괜찮은 방식으로, 괜찮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나라...인 것 같다.


조만간 제대로 먹지도 않고 일하러 다니는 호스트를 위해 

김밥을 좀 말아봐야겠다 ㅋㅋ 

그리고 역사와 정치, 문화에 대해서 나도 심도있는 공부를 좀 해야겠다.

내 나라에 대해, 그리고 주변국에 대해 잘 모르는 건 좀 부끄러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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