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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cos Sep 11. 2015

더스크랩

무라카미 하루키 '더 스크랩'



1960년~1980년까지 미국의 대표 잡지 에스콰이어, 롤링스톤등에 쓰여진 칼럼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을 모아 출시한 에세이, 음악, 문화, 성, 인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주제의 칼럼에 관한 하루키의 생각이 담겨져 있다.



짧게는 반페이지, 길어봤자 한페이지 반 정도 밖에 안될뿐더러, 다루는 내용이 그리 무겁지 않아서 가볍게 볼 수 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더라도, 하루키는 다시 한번 가볍게 해석한다. 무더운 8월의 날씨에 한 페이지 넘기기에도 기력이 딸리는 지금 그늘 밑에서 읽기에는 이 책이 딱이다. 휴양지에 들고 가서 읽기에도 괜찮을 듯 싶고,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떼 짬짬히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하루키의 책은 볼 때마다 느끼지만 가볍다. 글의 가벼움을 논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것은 글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 읽기에 부담스럽지가 않음이다. 물 흐르듯이 흐르는 글의 전개는 언제나 봐도 놀랍다. 생각이라는 무형의 것을 이렇게 글로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항상 존경하는 눈빛으로 하루키의 글을 본다. 특히 소설보다 에세이를 읽을 때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쉽게 쓰여진 글을 보면 나도 저 정도는 충분히 쓸 수 있다는 미련한 착각을 가진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하면 그 어려움은 금방 느껴진다.


작성된 수필 옆에는 작성 날짜가 적혀져 있는데 대부분이 80년대 중반으로 적혀져있다. 지금으로부터 30년전의 글이지만 지금 하루키의 글과 비교해봐도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물론 더 스크랩이라는 책을 출시하면서 일부 수정된 부분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지난 지금 읽어도 글 하나하나가 하루키스럽다.


30년전과 비교해보면, 이 때의 글은 지금의 글보다 조금 더 담백하다. 어떤 글은 담백하다 못해 퍽퍽할 정도로 느껴진다.


장편 소설, 단편 소설을 비롯해, 수필, 잡문, 특정 주제에 관련한 대담-예를들면 재즈에 관련된 사담을 모은 책-에 관련된 서적까지 하루키의 책을 오랫동안 읽어왔던 독자 입장에서 하루키의 부지런함에 혀를 내두른다.


이제는 대단한 작가로 동시에 내세를 초월한 초인으로 까지 보인다. 하지만 더 놀라운건 글의 완성도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하루키의 글을 신뢰하면서 본다. 오랜기간 동안 언제나 나를 만족시키는 평균이 상의 글, 부지런함이 만들어낸 양적의 글들은 하나하나 높은 완성도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하루키의 글을 보면 재밌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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