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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뮤 Dec 13. 2024

육아경력직은 다르다

지난 11월 26일 뱃속의 호랭이가 세상에 나왔다. 유도분만 이틀째에 만난 호랭이. 우주 때보다 시간은 더 오래 걸렸지만 유도분만의 장점도 확실히 느꼈다. 진통이 없을 때 분만을 위한 준비를 하니, 조금은 우아하게 관장, 무통관 삽입 등등의 준비과정을 끝낼 수 있었다. 


우주를 낳았던 병원에 똑같은 분만실에 들어가니... 마치 지난 3년의 시간이 싹둑 잘려나가고 그때의 하루가 오늘과 연결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3년 전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엔 '과거의 기억'이 있는 채로 돌아가 그때 후회한 여러 가지 들을 다시 만회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결론적으로 나는 과거의 후회를 만회했다. 내가 원래 자궁문이 열리는데 굉장히 오래 걸리는 산모라는 것을 적절한 타이밍에 어필해서 진진통 1시간 만에 무통주사를 맞았다. 첫째 때는 거의 12시간 진통을 했었으니... 바로 무통주사를 맞았을 때의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 힘주기는 두 번 겪어도 징글징글할 정도로 아프고, 힘이 들었지만 끝까지 정신을 놓지 않고 힘줄 때 힘주고, 뺄 때 잘 빼서 회음부가 덜 찢어졌다. 그래서인지 회음부 회복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빨랐다. 아이 낳고 바로 엉덩이를 대고 앉을 수 있었고, 며칠 후에는 큰 불편함도 없을 정도였다. 


내가 출산과 육아에 대해서 대부분은 과거 경험을 토대로 미리 다 결정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딱 하나만 끝까지 고민을 했다. 바로, 모유를 먹일 것인가 말 것인가. 모유를 먹인다면 초유만 줄 것인가, 쭉 더 줄 것인가. 첫아이 때 젖몸살을 아주 세게 해서 머리로는 바로 단유를 해야지 싶었으나, 또 모유를 먹는 아이의 예쁜 모습을 기억하니... 마음으론 다시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두 아이를 함께 케어해야 하는 현실을 떠올리곤 무조건 회복이 빠른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바로 단유를 했다. 그리고 일말의 죄책감을 빼고는 이게 행복한 둘째 육아에 신의 한 수였다.


출산 후에도 겪어야 하는 모든 불편과 아픔을 이번엔 모두 제거한 것이다. 몸 가볍지, 회음부 안 아프지, 젖몸살 없지... 와 이렇게 멀쩡한 몸뚱아리를 얼마 만에 느껴보는 것일까! 심지어 조리원에서 부지런히 복직근이개 운동을 해서인지 배도 빠르게 들어갔다. 산후검진 때 의사 선생님께서 자궁이 굉장히 빨리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완벽한 몸상태로 조리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이 호랭이와 오롯이 함께한 3일째다. (우주는 친정에서 잠시 맡아주시기로 했다) 아이가 크게 보채지도 않아서 먹이고 트림시키고 재우고 하면서도 틈틈이 내 할 일도 할 수가 있다. 역시, 경력은 무시 못하는구나. 신생아 육아에 대해 다 까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니 너무 능숙하게 해내는 나 자신이 대견할 정도다. 


물론, 내일의 육아는 또 어떨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지만 오늘까지는 매우 부드럽게 흘러가는 나의 두 번째 육아! 내일은 드디어 우주가 집에 온다. 동생과의 첫 만남이 어떨지 궁금하다. 첫째가 있으면 이 평온한 신생아 육아의 큰 변화가 있겠지만 이것 또한 잘해봐야지.


우주야! 단우야!(이제 우리 호랭이에게두 이름이 생겼다!!!)

엄마에게 와주어 고마워. 우리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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