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 출산이 임박했다.
막달로 접어들었다는 생각에 이제 이 지긋지긋한 몸뚱이에서 해방되겠구나, 기쁨이 몰려온다.
지금 내 배에는 수박 한 통이 달려있다. 물론 비유지만, 진짜 그냥 생 수박 한 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래서 누워있으면 배에 수박 한 통이 날 짓누르고, 일어나려면 '끙'소리와 함께 꼭 두 손으로 바닥을 짚어야 겨우 엉덩이가 들린다. 양말을 신을라치면 수박 한 통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다리도 짧지만, 팔은 더 짧아서 수박 한 통이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발가락에 양말 끼우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신발은 어떠랴. 바쁘게 나오느라 구겨 신은 운동화 뒤축을 바르게 하려고 손을 뻗으면 수박 한 통과 함께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첫째 때는 자연진통으로 딱 예정일에 아기를 만났는데, 둘째는 바로 다음 주 월요일에 유도분만 날짜를 잡았다. 38주 0일이 되는 날이다.
딱, 일주일 뒤면 어찌 됐든 이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 그럼, 세상 밖으로 나온 우리 호랭이와 또 다른 긴 여정을 함께 하겠지?
슬슬 아기침대도 준비하고, 수유의자도 사고, 천천히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남은 일주일은 출산가방 준비와 호흡법 연습을 하려 한다.
얼른, 수박 한 통을 쑥- 꺼내어 마음껏 내달리고 싶다. 아가야, 다음 주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