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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coach Feb 13. 2023

스타트업 도전 실패기

2022년 10월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프리랜서나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즉시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헤드헌터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코칭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 싶었다. 마침 그런 포지션을 찾았고, 지원했다. 일이 되려고 했던 것인지 빠르게 인터뷰를 진행했고, 빠르게 입사하게 되었다.


그 과정 휩쓸려서 나는 확인해야 하는 몇 가지 사항들을 놓쳤다. 그것은 당시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괴롭히는 것이 되었다.


1. 선임자는 어떤 사람이면 해당 포지션을 채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차 인터뷰를 볼 때 알았다. 선임자가 출산휴가를 가야 하는 상황이구나. 기간을 어떻게 정해 놓았는지 확인했어야 했다.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더 있고, 어떤 사람들인지 확인했어야 했다. 해당 포지션을 뽑는 이유도 함께 물어봤어야 했다. 


나는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회사에 대부분의 사람이 헤드헌터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직 안에 같은 이름으로 일하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미 조직 안에서 커리어 코치로 일하고 있던 분은 같은 이름의 일을 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긴 다는 것에 대해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입사가 2주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그분은 내 입사가 자기더러 나가라는 소리냐고 나에게 물었다. 그리고 대놓고 나를 원하지 않았다고, 당연히 1차 인터뷰에서 떨어진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라는 걸 실제로 느껴봤다. 이때 이런 질문은 나에게 하는 게 아니라 조직에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어야 했다. 그럼 내 입사 공지 멘션을 확인했을 때 조직에 먼저 얘기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어야 했다. 그런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럴 리가 있냐고? 나는 이전 직장에서 같은 포지션명을 가진 사람들이 100명도 넘게 있었다고 말을 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그렇게 싫다면 커리어 코치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게다가 업무명에 커리어라는 단어를 붙이지도 말라는 요구도 응했다. 해서 나는 갑자기 서비스전략이라는 이름의 업무를 맡게 되었다.



2. 업무 범위를 확인해야 했다.

당황스러웠지만 이 회사 분위기가 원래 이런 건가, 스타트업이라 그런 건가, 저 사람이 좀 유난스러운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그 시간들을 참아냈다. 그것도 문제였다. 


나는 커리어코치라는 포지션으로 입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보고 나를 채용한 것일 텐데, 내가 할 수 없는, 해 보지 않는 일을 덥석 해 보겠다고 한 것이다. 상황이 나를 그렇게 이끌었고, 조직도 선임자의 그런 행동에 당황해하며 서비스 전략이라는 업무를 제안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일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서비스전략이라는 이름의 업무를 맡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선임자가 난리를 피우니 이름만 다른 걸 사용하고 커리어코치 업무를 담당한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엔 조직도 나와 같이 생각한다고 느꼈다. 이것도 문제였다. 서비스 전략을 맡게 되면 그 업무는 어떤 일을 해야 하며, 어떤 범위의 일들을 해야 하는지 조직과 의논하고 결정해야 했다. 다른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하는 일에서 내야 하는 성과나 결과물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했다.



3. 동료들에게 내 상황을 공유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3개월 평가를 하게 되었을 때 깨달았다. 조직원들은 내가 어쩌다가 서비스전략이라는 업무를 맡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니 내가 서비스전략으로 업무를 하고 있지 않았고, 일에 대한 오너십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그 내용을 여과 없이 나에게 말해주는 조직 역시 나를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서비스전략이라는 업무를 맡게 된 것은 순전히 내 의지였고, 그 기간 동안 내가 내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커리어코치 업무를 잘하고 있는 것은 안다. 그러나 앞으로는 서비스전략 업무에 더 충실해 달라는 것이 피드백이었다. 그래서 고민에 빠졌다. 이 조직에서 서비스전략 업무를 제대로 열심히 할 것인가. 커리어코치라는 일을 더 할 수 있는 조직을 찾을 것인가. 


이 조직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렇지만 스타트업은 한 명이 여러 몫을 해내야 한다는 것을 완전히 체감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서비스전략 업무도 하면서 커리어코치도 해내는 것이었다. 게다가 곧 선임자가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아올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서비스전략 업무를 더 많이 해내야 한다는 의미였다. 



4. 업무 조정에 대한 요청을 하지 않았다.

서비스 전략의 업무 범위를 정하고 커리어코칭에 대한 업무를 더 주요로 하겠다는 의논을 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 명이 여러 몫의 일을 해내야 하는 분위기라고 생각했고, 곧 선임자가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아올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서비스전략 업무를 더 많이 해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내 업무 분야를 조정해 달라는 요청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요청을 한번 해 봤다면 어땠을까? 여전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성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어쨌든 논의는 해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난 이미 커리어 관련된 일을 오래 해 왔고 그 일을 더 하고 싶었다. 커리어코치에서 비즈니스 코치로 점점 더 내 역량을 쌓아가기 위해 대학원도 예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물론 서비스전략이라는 업무도 상당히 매력적인 업무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쌓아가는 재미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코치 업무를 하는데도 분명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코칭 분야의 시간과 노력을 더 쌓을 때라고 생각하고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아쉬웠다. 조직의 성장과 내 성장의 갈림길에서 나는 내 성장의 길을 선택했다. 이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 갈림길에서 누군가는 조직의 성장에 시간을 쏟은 만큼 자신의 성장을 이루어 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아쉬웠다. 지금부터 서비스전략 업무 경험을 3년 쌓는 것과 코치로의 경험을 3년 더 쌓아가는 것 중에 나에게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해야 했다. 


나는 과감히 떠나기로 했지만 아쉬웠다. 더 시간과 체력을 투자할 수는 없을까? 에 대한 질문에 나는 그럴 수 없다였다. 하루에 9건에서 많게는 11건 정도 코칭을 진행하면 집에 갈 힘이 없어서 멍하니 자리에 앉아 집에 갈 힘을 모으곤 했다. 체력이 부족한 것도 한계였다.



종합해 보면 결국 무언가 요구하거나 말해야 할 타이밍을 놓쳤던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어떤 거라고 정확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나이 많은 나를 뽑아 준 것이 고마워서 어떻게든 성실하게 일하려고 했다. 그 성실의 방향을 잘못 잡은 채 말이다. 


그 좌절감에 일주일을 뻗어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다시 앞으로 나가야 한다. 할 일들의 목록을 만들고 하나씩 실천해 가면서 내가 성장하려는 분야에 경험들을 쌓아가야 한다. 이 실패의 경험이 그냥 실패가 아니라 미래의 내 모습에 이런 시간이 있어서 더욱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실패가 되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어쨌든 한 명이 다양한 몫을 해야 하는 곳이고, 자기가 해야 할 말을 망설이지 말고 적절한 타이밍에 해야 한다. 뭐, 나처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조차 분간을 못할 수도 있다. 이 경험을 쌓아 성공한 다음 성공기로 글을 작성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이전에 얘기했듯 우리는 성공보다 실패가 일상이니까. 이 일상적인 실패를 공유하고, 또 다른 (성공이 될 수도 있는) 실패를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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