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좋은 리더입니까?
경영대학원에서 리더십과 코칭이라는 전공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렇다 무소속에서 대학원생이 되었다. 물론 토요일 전일 과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소속이 생겼다. 학부 때, 그러니까 20년 전에는 시험만 신경 썼던 것 같은데 교육의 트렌드가 바뀐 것인지 대학원이라 그런 것인지 매주 읽고 쓰는 과제가 적어도 2개씩은 있다. 격주로 3개~ 4개씩 될 때도 있다.
평소에 읽는 것을 좋아해서 많이 읽었지만 막상 글을 써내는 과정을 하지 않았는데 이제부터는 좀 억지로라도, 과제 제출을 위해서 글을 써야 하니 이왕 쓰는 거 브런치에도 올려 보기로 했다. 마침 주제가 리더십이니 요즘 꽤나 인기 있는, 아니 조직이 있는 한 인기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한 학기 동안 고민하는 내용들을 읽으시는 분들도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
스티브 잡스는 좋은 리더입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에 대해서 거의 바로 나온 내 대답은 '같이 일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대답했을까?
요즘 리더십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기존에 나와있는 리더십 이론과 모델들을 배우고 나에게 맞는 리더십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첫 시간은 리더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주제였다.
이제 겨우 2주 차 공부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 깨달은 것은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은 어떤 권한이나 권력, 뛰어난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태어났더니 대기업 오너의 자식이라던지, 이미 젊은 시절부터 남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혁신을 추구한다던지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희망이 없었다. 난 이미 틀렸어.
절망하며 리더십에 대해서 더 찾아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요즘 핫한 chatGPT에게도 물어봤다.
리더십을 설명하면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들도 질문해 보았다. 비전, 역량, 동기부여, 소통, 문제해결, 상황인식, 리더십 스타일 등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한 리더십과는 차이가 있었다. 나는 단순하게 리더 = 리더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리더십은 어떤 포지션이 가진 권한, 책임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리더이기 때문에 리더십이 생기는 걸까? 리더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더가 되는 걸까?라는 질문에 마주하게 된다. 이건 뭐 말할 필요도 없이 고전적인 주제다. 그리고 사실 어느 쪽도 맞는 말이다. 비전을 예로 들어 보자. 비전을 가지고 있으면 리더의 자리로 가게 된다. 리더의 자리에 있으면 비전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경험했던 것 중에 비전을 방향성이라고 표현하며, 같은 일을 두번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셨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그렇다면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는 어떤가? 에 대한 내용에 이르게 된다. 여전히 최악의 리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경험했던 리더 중 가장 최악이었다. 그런데 성과적인 측면에서 보면 가장 좋았다. 한 팀으로 일하면서 최악으로 구는 것을 보았고 그 대상이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가 어느 날은 그 대상이 내가 되기도 했다. 그 대상이 되지 않는 길을 성과를 내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성과는 좋았을지언정 나는 그 리더와 더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아 회사를 그만뒀다. 성과라는 것이 결국 회사의 이익에만 기여했고, 어떤 비전을 실현해 내가 이루고 싶은 무언가를 쫓고 있지는 않았다. 아마 비전이라는게 맞았다면 그걸 계속 견뎌 냈을 것이다. 결국 리더, 리더십이라는 것은 좋고 나쁨이 아니라 나랑 맞는지 안 맞는지에 대해서 따지게 된다.
앞서 스티브 잡스는 좋은 리더인가?라는 질문에 나랑 같이 일 안 해봐서 모르겠다가 현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리더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리더십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자기 인식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 가장 먼저 나온다. 우리도 예로부터 많이 해오던 말이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리더십을 배우려고 했더니 나에 대해서 파악하는 게 우선 된다니 갑자기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 배우는 내용은 리더십의 모델들이다. 리더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자기 인식에 따른다면 각 개인의 성격만큼 다양한 리더가 존재하고 그에 맞는 리더십도 세상에 있는 사람만큼 존재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성공한 리더들의 모습을 살펴 나와 잘 맞는 리더십을 찾아보거나, 나에게 딱 맞는 리더십을 만들어 가는 것을 이번 학기의 목표로 정했다.
그래서 각 모델들을 볼 때
1. 가지고 태어난 것인가, 길러진 것인가
2. 조직 안에서만 작동하는가
3.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3가지 질문을 가지고 살펴보기로 했다.
리더십에 대해서 고민하는 분들도 함께 리더십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