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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lazy Mar 17. 2022

업무 만족도

있긴 한 겁니까?



 업무 만족도라는 것은 현실 세계에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혹은 자기 계발서를 보면 업무를 진행하며 자아를 찾고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자기 발전을 묵도 하며 진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것이야 말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느껴야 할 최고의 미덕이라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데..


 한때는 미지의 세계에 존재하는 업무 만족도라는 것을 찾아 많은 회사를 떠돌았다. 어딘가에는 내가 그런 것을 느끼게 해 줄 곳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한데, 그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었다. 자기 계발서나 2000년대 초반에 잘 팔린 에세이들에서는 이쯤에서 ‘회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나였다.’라는 문장이 나올 때이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회사가 문제였고, 더 큰 문제는 사회였다. 회사란 곳은 어떤 곳인가, 또 사회란 곳은 어떤 곳이고. 나 혼자만 잘나서 잘 될 수도 없는 구조이지만, 나 혼자만 이상해서 망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이야~ 뫄뫄 씨도 이제 회사원 다됐네!”라는 소리는 신입사원 시절, 소위 말하는 사회 물이 덜든 시절  뾰족 뾰족 솟아올라 나를 감싸고 있던 내 개성이 많이 깎여 나가 둥글둥글해졌다는 소리와도 같다. 회사가 바라는, 사회가 바라는 인간상에 가까워졌다는 소리이다. 그렇게 선배들이 본 뾰족 뾰족한 것, ‘내 것’들이 깎여 나가는 동안 맨 처음 신입사원으로 회사에서 일하며 꿈꿨던 ‘업무!’, ‘회사!’, ‘성취감!’도 함께 깎여 나갔을 것이다. 사회생활 10년이 가까워 오니 나오는 입에서 말이라고는 ‘회사가 다 거기서 거기지, 회사에서 즐거움 찾는 거 아니다, 즐거움은 회사 밖에서 찾자.’라는 소리뿐 인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어른 되는 거 어렵고 재미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할 때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 회사는 뭔가 다를 것이다, 이곳에서는 뭔가 신나는 일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는 가능할 것 같다, 라는 허황된 꿈 꾸기 말이다. 한 달, 3개월, 6개월, 1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아.. 내가 또..

 회사는 회사일뿐이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란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일과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 동일한, 혹은 같은 선상에 있는 일이라면 더 행복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라는 인간은 돈을 버는 일과 사랑하는 일을 동일화시키지 못하는 인간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일이어도 그것이 돈과 연관이 되면 압박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면 업무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KPI를 달성하고, 매출 신장을 이뤄내고, 포털 사이트 메인에 당사의 제품이 노출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는 많았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프로젝트의 크기가 아무리 커도, 사회적으로 공헌도가 크다고 해도 근본적인 것은 같았다. 휘발성이 강한 성취감, 그리고 내 그림이 아닌 남의 그림을 대신 그리며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넣어둬야 하는데에서 오는 꾸준한 박탈감. 빛조차 보지 못하고 기획안 단계에서 드롭당하는 것은 그나마 낫다. 망할 것을 알면서도, 그래 이 회사는 내 것이 아니니까,라고 스스로를 독려해 족같아도 열심히 쌓은 것들이 결국엔 우르르 무너지는 것을 1열 관람하며 드는 허탈감과 분노는 정말 사람을 좀먹는다.


 회사 일은 보통 그런 것 같다. 머리에 잘 차린 밥상을 이고 목적지까지 가는 일. 가는 내내 옆에서 나뭇가지로 이 사람 저 사람이 내 겨드랑이고 허벅지고 뺨이고 툭툭 건드린다. 기우뚱거리느라 5첩 반상 중 쌀밥을 떨굴 때도 있고, 메인 반찬의 반이 날아갈 때도 있다. 내가 만든 건 이런 초라한 밥상이 아니었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설거지까지 끝내려고 노력하는 게 나를 비롯한 보통의 회사원인 것 같다. 가끔 어떤 사람은 밥상을 뺏어다가 지가 목적지까지 갖고 가서 공을 가로채기도 하고, 밥상을 뒤엎기도 한다. 업무 성취감이라는 건, 이거 하나까지 놓치면 정말 시스로 흑화 해버릴까 봐 물에 빠져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잡고 있는 광선검 아닐까. 

안돼.. 시스만은..

 그래서 더더욱 나에겐 업무 만족도라는 단어가 유니콘과 동급의 단어처럼 느껴진다.

 사회인 여러분 그게 가능하신가요? 지금 하고 계신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시나요? 지금 하고 계신 일들이 여러분 인생에서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높은 업무 만족도를 갖고 있나요? 아니면 이전에 그런 업무를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나만 이렇게 투덜이 스머프 같은 건가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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