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나부인 Jan 22. 2020

아침, 거실 커튼을 걷는 일의 나비효과

사소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우리 집은 정남향이다. 아침에 일어나 거실 커튼을 걷으면 햇살이 거실 끝까지 놀러 온다.

하지만 거실 PC에 반사되는 햇빛 탓에 커튼을 잘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만났던 꼬맹이 녀석이 우리 집에 며칠 지낼 때 일이다.

일어나자마자 거실 커튼을 열어젖히더니 햇살이 너무 좋다고 한다.

우리가 맞이하는 아침과는 조금 달랐다. 뭔가 일상의 소소한 변화 같은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 PC가 없는 쪽 커튼은 아침마다 항상 걷는다.

아침에 맞는 햇살이 이렇게 좋은데 그동안 왜 그렇게 우리 집에 못 오게 막았나 싶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이드이팩트가 발생했다.

소파에 앉아 커피 한 잔과 햇살을 즐기려는 이가 우리 부부 말고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바로.... 이름하여 "먼지"

햇살을 받은 먼지들이 아주 정확히 눈에 들어온다.

눈에 이렇게 잘 보이니 느긋하게 커피를 즐길 수가 없다.

반강제적으로 일어나 청소기를 손에 든다.

그렇게 며칠 매일 아침마다 청소기를 돌리니 조금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집이 참 깨끗해졌다. 며칠에 한 번 돌릴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리고 우리 집에 놀러 온 햇살을 먼지 걱정 없이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이제는 아침에 먼지가 보이던 보이지 않던 관계없이 일어나 제일 먼저 청소기를 돌린다.

방 요기조기 빼먹지 않고 돌린다.

매일매일 청소기를 돌리는 일이 집을 깨끗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나에게 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하게끔 만들어 주기도 했다.매일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자의적으로 한다는 것,


새롭고 즉흥적인 것을 좋아하고 귀찮음이 많은 나에게 "매일", "꾸준히", "늘" 이런 일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런 나에게 매일 비슷한 시간에 꾸준히 하는 어떤 일이 생긴 것이다.

그 일이 청소기를 돌리는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나'라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크다.

'청소기 돌리기'가 앞뒤로 친구를 사귀게 되면 나에게 매일 꾸준히 하는 일이 3개가 될 것이며

그 녀석들이 또 친구를 사귀면 5개, 6개....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아침에 커튼을 걷는 일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해봤을까?


사소한 변화가 그 일만으로는 별거 아닌 일이 될 수 있지만

그 사소함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거나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샤워 순서를 바꿔보거나 옷 입는 순서를 바꿔보는 것처럼

이미 내 삶에 너무 익숙한 한 가지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달라진 내일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아주 작은 시작에서부터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1초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 : 누군가에게 1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