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정리를 끝내고 나니 무엇을 해야할지 조금 어벙벙 해진다.
밀린 블로그도 너무 많고 정리해야할 여행이야기들이 산더미 같은데
뭔가 뭘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상태다.
한국에 와서 멍청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 아주 빡빡한 스케줄로 이사도 했는데...
얼추 집정리가 끝이나니 멍하다.
어쩌면 한국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몸을 쓰는 집정리에 온 힘을 쏟았던 것 같기도 하다.
거실에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이 짐 저 짐 다 풀어 헤처두고 아주 몸이 부서저라 정리했다.
이제는 다시 이 집을 한 바탕 뒤집지 않는다면 크게 정리할게 없다.
정말 한국에 돌아와서 해야할 것들을 해야하는 시점이다.
낯설기도 낯설지도 않은 것 같은 이 집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안락한 침대에서 눈을 뜨고 냉장고에 있는 산해 진미들을 꺼내 편하게 밥도 먹고
따듯한 물이 안나올 걱정없이 편하게 샤워도 할 수 있는 이 집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지난 743일동안은 매일이 다른 날이었다.
먹는 것도 만나는 사람들도 마주하는 풍경들도 내가 디디는 발걸음들도...
아주 안락한 우리만의 공간이 생겼는데 이 안정됨이 아직은 영 어색하고 불편하다.
매일 어디서 잘지 오늘은 뭘 먹을지 어디를 갈지 그렇게 귀찮은 날들이 그립다.
누군가 최근 내 글을 본다면 한국이 뭐가 그리 싫다고 저렇게 투정인가 싶을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한국이 싫다기보다는 나의 743일이 너무 좋아서 일 것 같다.
내 여행이 내가 남편과 함께한 그 여행이 너무 좋아서 지금이 조금 힘들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이또한 차츰 나아지겠지만 아마 한 동안은 싱숭생숭한 아줌마 모드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