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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란 Feb 21. 2024

2월 6일. 국제 여성 할례 철폐의 날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지만

여성 할례라는 말을 어디서 처음 봤더라…….

그건 명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끔찍함은 생생하다.

21세기인 지금도 몇몇 나라에서는 자행되고 있다는 말에는 구역질이 치밀어 오를 정도였다.

혼전 순결 유지 혹은 성적 욕구를 억제한다는 말도 안 되는 명목으로 여성의 생식기 일부를 절제하거나 상처를 입히는 행위라니.

게다가 의사도 아닌 마을의 주술사나 어른이 이 악습을 행하기 때문에, 많은 소녀가 이로 인해 평생을 고통받고 더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했다.

단지, 비의료인이 했다는 이유로 문제가 심한 것이 아니라 이 행위 자체가 정신적, 신체적 트라우마와 수많은 후유증을 낳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국제 사회의 노력으로 매년 여성 할례는 줄어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가정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다시 할례의 위협도 증가했다고 한다.     


더 넓게 보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어린 날의 다짐이 무색하게 나는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다. 

살다 보니 그렇다. 

나 하나도 버거워서 남을 생각할 여유는 점점 없어지고, 나를 둘러싼 환경에 잘 적응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속도를 따르려다 보니 다른 세상에서 벌어진 일에 눈을 돌리기란 쉽지 않다. 

개구리도 나름대로 귀엽다는 자기 위안도 한몫한다.

그러니 다른 나라의 악습에 관심을 갖기란 어렵다.

할례 같은 끔찍한 일에 대해 안다 하더라도, 이를 철폐하기 위해 어떤 움직임을 가져야 할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예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린다면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

악습은 곰팡이와 같아서 제거했다고 생각해도 어디선가 다시금 번져난다는 것.

그러니 제대로 알고, 한 명에게라도 더 알리고 그곳의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에 보탬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아니, 더 중요한 게 하나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모든 변화는 누군가의 아픈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일 때 시작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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