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규란 Mar 27. 2024

3월 15일. 국제 이슬람 공포증 퇴치의 날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기억나는 일화가 하나 있다.

10여 년 전쯤, 런던에서 스위스 사람 한 명을 만나 친해졌다.

1년 정도를 가까이 지내다가, 나는 한국으로 그 애는 스위스로 돌아갔고 우리는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나 말고도 친하게 지냈던 한국 사람이 많았기에, 그 애는 꾸준히 한국으로 놀러 오려고 시도했다. 

그때마다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건, 바로 그 애의 부모님.

그 애의 부모님은 한국은 너무 위험한 국가라며, 늘 전쟁의 위험이 있다고 한국 여행을 반대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만큼 안전한 나라가 어디에 있다고.

하지만 그게 그 당시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이었다.

내가 영국에 있던 당시에는 한국을 아는 사람도 많이 없었고, 안다고 해도 북한을 먼저 이야기할 정도였다. 

어느 날은 다른 나라에서 온 애가 “너희 가족은 괜찮아?”라고 물었고, 어리둥절한 나에게 뉴스에 한국에 전쟁 위험이 발발했다는 소식이 나왔다는 걸 들려줬다. 

깜짝 놀란 나는 바로 부모님에게 연락을 했으나, 나보다 더 당황한 건 우리 가족이었다. 

아무 일도 없이 평온한 날을 보내고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는 거였지.

그때 다른 나라에 들리는 한국 소식과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 소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 

뉴스로 전해지는 건, 한 국가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아니다.      


이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와 공포를 볼 때면, 내가 영국에서 겪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믿는 종교. 

국제연합에 가입한 이슬람 국가는 57개국이라고 한다.

그 많은 국가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을 뉴스에 보도되는 소식에만 의존해 판단하면 안 되지 않을까.

물론,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 단체들의 만행은 사라지길 바란다. 

하지만 그게 이슬람을 믿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또한, 여전히 이슬람 국가의 율법 자체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고 특히 여성 인권적인 측면에서는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 역시 일부 이슬람 국가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몇 국가들은 세계의 흐름을 받아들이며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고, 여성들의 지위 역시 국가 요직에 진출하는 등 생각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이야기 있다.

물론 뉴스는 세계를 보는 우리의 시야를 넓혀줄 수는 있다. 

하지만 사람을, 국가를, 인종을, 종교를 배척하려거든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무력 단체의 일원들이 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서, 그 종교를 믿는 수많은 사람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우리야말로 눈을 감는 일이다. 

우리는 때로 두려워하는 감정을 내보이면 지는 것이고 용기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어 한다.

그 생각을 이슬람 공포증에 대입해보면 좋겠다.  

그렇다면 ‘포비아’라는 말까지 붙이며 한 민족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보게 될 것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여전히 생기긴 한다.

며칠 전, 남편이 한 이슬람권 국가 출신의 지인과 나눈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 열받아서 소리 지르며 "저들만 옳다고 저렇게 나불대니, 저 종교에 대해 사람들이 안 좋게 보는 거 아니야! 무식하면 가만히나 있으라고 해!"라고 하고 말았다. 그래도 이건, 종교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그 한 사람이 너무 싫었던 거다... 

작가의 이전글 달디달고 달디단 하루: 3월 14일. 화이트데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