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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우사랑 Feb 01. 2022

먹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with. 고수리_<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이 평생 기억에 남는 이유가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어떤 음식은 손으로 만드는 위로 같다. 재료를 구하고 씻고 다듬고 만들어 전하는 수고로움과 누군가를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이 한데 섞인 맛깔스러운 위로.


고수리_<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






다 먹어버리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음식이 있다. 냉장고 안쪽에 그러나 늘 시선이 가는 곳에.


엄마는 저장 음식들을 철마다 열심히 만드는 사람이었다. 음식을 만드는 것도 생각을 하고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라면서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될 거라며 쓰러지기 하루 전까지도 즐거워하며 음식 준비를 했다. 좋은 식재료, 가성비 괜찮은 신선한 재료들을 볼 때마다 환하게 웃던 엄마가 생각난다. 그런 엄마가 마지막으로 만든 저장 음식이다. 내가 먹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매일 바라만 보는 냉장고 속 마늘장아찌는.


소박한 한정식 집에서 먹는 반찬들, 동네 허름한 식당에서 내오는 몇 가지 반찬들을 먹을 때 엄마가 떠오르는 걸 어쩔 수가 없다. 아직은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기는 하는 건가? 이런 그리움은 오히려 짙어지기만 할 것 같다.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많은 음식들, 그 맛의 끝은 언제나 허전함이고 허무함이고 그리움이다. 내가 정말 먹고 싶은 건 엄마가 떠오르는 음식이 아니라 엄마가 만들어 준 음식이니까.


설날이라고 집에  조카에게 떡만둣국을 끓이고, 소불고기를 해주며  엄마를 생각한다. 차례를 지내지도 않고, 어디를 가는 것도 아닌데 명절이면 잔치라도 하듯 음식을 만들던 엄마의 뒷모습을. 엄마의 음식을. 조카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불러하던 엄마의 얼굴을. 기억이  머리로만 오는  아니다. 어떤 기억은  끝의 감각에서,  내뱉는  끝에서,  끝에 느껴지는 여러 가지 맛으로도 온다.


냉장고 안을 바라보다, 바라보다 아주 가끔 마늘장아찌 한 알을 입 안에 넣고 천천히 굴려보는 날이 있다. 시고 달고 짭조름한 맛들이 입 안으로 퍼져 돌아다니는 동안 엄마가 마늘을 말리고, 까고, 일부는 장아찌로 일부는 갈아서 다진 마늘로 냉동실에 소분하는 모습들을 생각한다. 부자라도 된 듯 흐뭇하게 바라보던 모습들을 그려본다. 세세하고, 꼼꼼하게 기억하려 집중한다.


엄마 없이 두 번째 맞는 설날이다. 어쩌면 내가 먹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건, 마늘장아찌가 아니다. 삼키지도 내뱉지도 못하는 엄마의 부재다. 끌어안지도 보내지도 못하는 기억 속 엄마의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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