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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우사랑 Aug 17. 2022

생활이란 쓸쓸함을 견디는 것입니다

with. 서윤후_<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


“생활이란 쓸쓸함을 견디는 것입니다.”


                      다자이 오사무_<나의 소소한 일상>






책을 읽다 만나는 어떤 문장은 몰랐던 감정을 알게 해주기도 한다. 서윤후 작가의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이라는 책을 읽다가 만난, "생활이란 쓸쓸함을 견디는 것입니다."라는 이 문장도 그렇다. 


작가는 "혼자서 열심히 하는 생활, 누가 알아봐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끄덕일 수 있는 그런 생활을 조용히 살아내는 것, 내가 삶을 견디듯이, 생활도 나를 견디는 것만 같은" 그런 순간에 이 문장이 떠오르곤 한다고 말한다. 


반면 나는 이 문장을 읽으니, 하루를 지내면서 어떤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해야하는 일을 앞에 두고 괜히 다른 일들을 하게 되는 것. 예를 들어 갑자기 냉장고 청소를 한다거나, 바닥을 하염없이 쓸고 닦는 일, 미뤄두기만 했던 철 지난 옷 정리를 바쁜 일을 앞에 두고 불현듯 하게 되는, 그런 순간의 마음 같은 것들. 그것이 생활의 쓸쓸함 같은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혼자 사는 조용한 집 안에서, 혼자 조용히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었던 그 시간들이 떠올라, 외려 이상한 쓸쓸함이 몰려왔다. 


작가는 "종종 이런 생활의 쓸쓸함을 우울로 만나게 될 경우, 더없이 부지런해졌다"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알 수 없는 기분을 떨쳐내고 싶어서였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써야 하는 글을 앞에 두고 독서를 하다가, 이 문장을 읽고 누군가에게 "저는 쓸쓸한 걸까요?"로 시작하는 짧은 편지를 썼다. 그리고 조금 후에 본인도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답을 받았다.


그런데 신기하지, 그 답이 나를 문득 찾아들었던 쓸쓸함에서 빠져나오게 해 준 것일까? 

순간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다시 써야 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쓰고 있는 글의 내용을 미루어 볼 때 나는 곧 다시 쓸쓸함에 빠질 거라는 걸.

도돌이표와 같은 일상, 견디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




"생활이란 쓸쓸함을 견디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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