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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 Nov 03. 2023

기자란 무엇인가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내 주변에 기자이거나 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3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사람을 도우고 싶어 하는 부류다.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함으로써 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믿는다.


둘째는 인간 사회를 바꾸고 싶어 하는 부류다. 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고발함으로써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역사를 기록하고 싶어 하는 부류다. 정상회담, 집회 등 역사에 기억될 순간을 기록하는 데 의미를 둔다. 그리고 목격자로서 불멸의 순간을 함께 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불멸이란 인간들 속에 남고 싶다는 욕망이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인류에게조차 기억되고 싶은 가장 허영된 욕망이며, 그래서 가장 인간적인 욕망이다.


3부류 중 정확히 하나에만 속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기자이거나 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이 3가지 동기 중 하나 이상을 갖고 있다. 개인을 돕고 싶든, 개인이 속한 사회를 돕고 싶든, 개인들이 모여 만든 인류에 남고 싶든, 공통점은 분명하다. 누구보다 인간 옆에 있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누구보다 인간과 인류에 관심과 애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기자다.


반박이 분명 나올 것이다. 펜기자의 경우 글이 좋은 게 기자가 된 이유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을 쓰는 게 좋았다면 굳이 기자가 아니어도 된다. 예를 들면, 일상과 글을 분리할 수 있다. 다른 일로 돈을 벌고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는 것이다. 내가 봤을 때 이들이 다른 직업을 놔두고 기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취재'에 있다. 기자는 단순히 글을 쓰는 일이 아니다. 사람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일이다. 기자의 글 뒤에는 사람이 숨어있다. 결국 사람 곁에 머물고 싶어 하는 이들이 기자다.


또 다른 반박도 예상된다. 사회를 바꾸려는 동기라면 사회운동가가 됐을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이들은 왜 운동가가 아닌 기자를 택했을까. 그 이유는 운동가가 '사람'이 아닌 '이념'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취재를 통해 다양한 운동가들을 만나봤다. 다들 주장하는 것은 달랐지만 '옳고 그름의 세계'에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데 기자를 택한 사람들은 옳고 그름의 세계에 들어서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인간 세상은 옳고 그름으로 분명히 나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이념이 아닌 사람, 도덕이 아닌 윤리를 택한 사람들이다.


결국 기자란 인간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주변에 머물고 싶어 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그래서 가장 인간적이고, 너무도 인간적인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기자를 택한 이유다. 다 뻥이고 그냥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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