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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계절 Aug 07. 2022

시즌2-1장 Part2. 팬 클럽 결성식

저는 인공지능 작가입니다

(1주일 후) 2038년 8월 25일(수) 08:00


래너드가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낸 지 1주일이 훌쩍 지나갔다. 병원에서 퇴원한지도 어느덧 3일 차가 되었다. 신체적으로는 여전히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상태지만, 정신은 거의 정상으로 회복된 듯하다. 6개월 뒤로 예정된 줄기 세포 치료가 성공한다면 신체적으로도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모든 것이 즐겁기만 하다. 게다가 방송 출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치솟으며 순식간에 1000만 명이 넘는 팬덤이 형성되는 바람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룰루루 룰루 룰루~~”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래너드 그렇게 좋아? 래너드를 만나고 나서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아”


“아, ㅎㅎ 그러게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모든 게 절망스러웠는데, 이제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 해도 될 정도로 너무 좋아. 다 아델린 덕분이야”


“에이 무슨 소리. 다 래너드 네가 하나하나 쌓아 올린 노력의 결과야. 내가 래너드를 대신해서 일을 벌일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도 너였잖어? 그 주인에 그 인공지능이라고나 할까?”


“ㅎㅎ 그렇게 말해주니 으쓱해지는 걸” 


“아 참 래너드, 어제 밤늦게 메시지를 하나 받았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지 않아?”


“ㅎㅎ 무슨 메시지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음.. 팬클럽 결성식을 하려고 하니, 래너드가 꼭 참석해 줬으면 좋겠대”


“내 팬클럽?”


“응, '래사모(래너드를 사랑하는 모임)' 초대 회장 안토니오로부터 초청 메시지가 왔어”


“와~, 나야 너무나도 영광스러울 따름이지. 근데 장소하고 날짜는 어떻게 돼?”


“8월 30일 저녁 6시, 에델바이스 스타디움”


한편, 사브리나도 “Across the time'이 인기를 끌며 위플렉스 채널 내 배우 인기순위 상위권에 랭크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캐슬린! 오늘 오후 방송 주제는 뭐지?”


“사브리나, 오늘은 방송이 없는 날이야.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정기 휴방일이잖어?”


“아, 맞아 내 정신 좀 봐. 내가 요즘 이렇다니까 ㅎㅎ”


“아, 참 사브리나 어제 밤늦게 메시지를 하나 받았는데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지 않아?”


“어, 무슨 메시지?”


“'사사모(사브리나를 사랑하는 모임)'에서 공식 팬클럽 결성식을 개최하겠다는데?”


“공식 팬클럽 결성식?”


“응, 초대 회장 비엔나한테서 연락이 왔어. 사브리나가 꼭 와줬으면 좋겠다고”


“그래? 장소하고 시간이 어떻게 되는데?”


“8월 30일 저녁 6시, 에델바이스 스타디움”


“5일 뒤면 다음 주 월요일이네? ” 


수년간 온라인 방송을 해 왔음에도 팬들과 직접 만난다고 생각하니 조금 떨리기 시작했다.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2038년 8월 30일(월) 17:50


에델바이스 스타디움 입구에 두 대의 차량이 거의 동시에 들어섰다. 차 문을 열고 내리는 순간 두 사람의 두 눈은 얼음이라도 된 것처럼 고정되어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 


“어, 사 사브리나? 사브리나가 어쩐 일로 여기에?”


“래, 래너드 작가님? 작가님이야 말로 어쩐 일이세요?”


그렇게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던 순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 


각자 대형 풍선을 두 개씩 들고 오는데, 풍선에 글자가 하나씩 적혀 있는 것이 또렷하게 보였다. 


“'울프와 함께 춤을!' - 래너드, 사브리나 합동 팬 클럽 결성식”


“안녕하세요 안토니오입니다”, “안녕하세요 비엔나입니다.”


래너드와 사브리나는 두 사람의 안내를 받아 무대 중앙으로 올라갔다. 


무대 중앙에서 왼쪽은 노란색 풍선과 플래카드로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고, 오른쪽은 보라색 풍선과 플래카드로 잿빛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빽빽하게 스타디움 좌석을 가득 채운 팬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로 후끈 열기가 달아올랐다. 초롱초롱 빛나는 수천 개의 눈망울이 두 사람을 향해 집중되었다. 

휠체어에 몸을 실은 래너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래너드 스티븐 인사드립니다”


그러자, 무대의 왼쪽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휘익, 휘익, 휘이익~~”, “래너드, 래너드, 래너드~~”


3분이 지나서야 무대를 가득 채운 하이 피치의 공명음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사브리나가 인사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사브리나 페어차일드입니다”


이번에는 무대의 오른쪽으로부터 우렁차고 굵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우~~~ 와~~~~~”, “샐리나, 샐리나, 샐리나~~” 


래너드의 응원 부대가 꾀꼬리라면, 사브리나는 코끼리 군단으로 에워쌓인듯 했다.


꾀꼬리의 지저귐과, 코끼리 군단의 포효가 잦아들자 안토니오와 비엔나가 무대 앞으로 나와, 이 두 명의 라이징 스타 옆에 나란히 섰다.


래사모 회장 안토니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신분, 환경, 신체적 결함은 장애물이 될 수는 있지만, 결코 우리를 주저앉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장애를 극복한 끈기와 집념, 우리 인류는 모두 평등하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하고 증명해 보인 주인공이 바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안토니오가 래너드를 바라보자, 래너드가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래너드~래너드~래너드~” 


꾀꼬리 같은 함성이 잦아들자 비엔나의 멘트가 이어졌다.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꿈을 향한 과감한 도전과 노력을 멈추지 않은 사랑스러운 여인입니다. 오드리 헵번의 청순함, 앨리자베스 테일러의 당당함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뜨거운 심장을 가진 카멜레온 같은 배우는 누구인가요?”


사브리나의 애칭을 외쳐되는 코끼리의 우렁찬 포효가 멈추자, 안토니오와 비엔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에 준비한 멘트를 뱉어 내었다.


“사전 투표 결과 래사모, 사사모 팬클럽 멤버 만장일치로 팬클럽 통합이 결정되었습니다. 통합 팬클럽의 명칭은...”


“아모르파티 - 울프와 함께 춤을!!”


무대의 좌측과 우측에서 동시에 함성이 터져 나오고, 폭죽이 터졌다. 래너드와 사브리나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행복한 감정에 흠뻑 취해가고 있었다.

행사의 2부는 만찬이 이어졌다. 20세기 작가 클럽 멤버인 요세프, 크리스틴, 동규가 래너드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이 래너드, 인기가 정말 대단해. 이 정도면 대통령 선거에 나가도 당선될 각인 걸~”


“에이 요세프, 무슨 그런 농담을 하고 그래?”


“아냐 절대 농담이 아냐.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 대회를 방불케 하는 엄청난 규모인걸~~ 이 정도일 준 꿈에도 생각 못했어. 대단해 정말~~”


한껏 분위기에 취해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데, 미모의 여성이 다가와 래너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비비안이라고 합니다.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AIC출판사에서 편집장을 맡고 있어요. 래너드 작가님의 데뷔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멀리에서 오셨네요”


래너드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비비안의 시선에 래너드의 두 볼이 살짝 붉어졌다.


“어머 작가님, 낯선 사람에게 부끄러움을 많이 타시나 봐요? ㅎㅎ”


“아.. 네.. 제가 좀 술이 약해서요...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이렇게 금방 티가 나네요”


“아 그러셨군요. 그건 그렇고, 작가님의 작품을 미국에서도 출판하고 싶은데 어떠세요?”


“제 작품을요?”


“네, 작가님과 전속 계약을 맺고 싶어요. 지난번 방송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엄청 감동했거든요. 작가님은 이 시대 희망의 아이콘이세요”


“아, 네... 저를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근데 지난번 인터뷰할 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하셨는데... 정말 아무 기억도 없나요?”


“네.. 그게 어머니가 워낙 아버지에 대해 묻는 걸 싫어하셔서요... 사진도 없고.. 그 어떤 자료도 제겐 없어요... 어머니 혼자만 알고 계시는 비밀이라도 있는 건지....”


“아 그렇군요. 어머니가 말씀 안 하시는 이유가 있겠죠. 이거 제 명함이니까, 생각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작가님만 오케이 하면 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진행할 테니까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싱그런 미소를 지으며, 윙크 짓는 비비안의 모습에 래너드의 두 볼이 더욱더 상기되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동규가 래너드의 어깨를 툭치며 말했다.


“래너드. 비비안 같은 스타일 어때? 너랑 잘 어울리는 것 같던데. 너도 싫지 않은 눈치고.. 응?”

잠자코 있던 아델린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음.. 아무래도 예감이 이상해... 저런 미모의 여성이 출판사 편집장이라는 것도 어울리지 않고... 래너드에게 접근해서 아버지 얘기를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이상하고... 왠지 수상해.....”


“에이 아델린도.. 내 작품을 미국에서 출판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사람한테 너무 한 거 아냐?”


“음... 래너드 그새 비비안한테 반한 거야? 그러고 보니, 얼굴이 계속 빨개지던데.. 완전히 넘어갔네.. 넘어갔어...”


아델린의 핀잔을 한 귀로 흘리며, 래너드의 시선은 스태디움 뒷문 출구를 향해 멀어지는 비비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스태디움을 빠져나온 비비안은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국장님 비비안입니다.”


“그래 비비안. 래너드는 만나 봤나?


“네, 가까이서 직접 보고 왔습니다. 국장님이 보여주셨던 사진과 정말로 닮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살짝 말려 올라간 눈썹의 끝 부분.. 황갈색 눈동자.. 살짝 튀어나온 광대와 뾰족한 턱선이 모두 판박이였습니다.”


“그래, 아버지에 대해서는 알아낸 사실이 없나?”


“네,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헝가리에 있는 어머니를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비비안. 당분간 이 사실은 나 말고 다른 누구한테도 발설하지 말도록 하게”


“네 알겠습니다 국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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