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리고, 방송국 전용 차량이 집 앞에 대기하고 있으니, 타고 오시면 됩니다. 방송 전용 휠체어도 실려 있으니 그냥 몸 만 오시면 됩니다.ㅎㅎ”
창 밖을 내려다보니, 정말로 유명 연예인들만 타고 다닌다는 검은색 밴이 보였다. 하루아침에 유명 인사가 된 상황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았다.
“아델린, 나 오늘 잘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래너드 너는 오늘 아주 아주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냥 나하고 대화한다고 편하게 생각하면 돼. 너무 잘 보이려 애쓸 필요도 없고,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을 보면 주면 돼.”
“응. 고마워 아델린. 다 네 덕분이야. 사실 오늘 인터뷰는 아델린 네가 해야 되는 건데...”
“ㅎㅎ 그런가? 다 좋은 주인을 만난 덕분이지. 그 주인에 그 인공지능 ㅋㅋ. 그럼 인터뷰 중간에 나한테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건가?”
“아 그렇네. 아델린한테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되겠다ㅎㅎ”
“근데, 버지니아 울프 여사님이 차려준 밥상에 우리가 숟가락만 얹은 거라... 뭔가 도둑질하는 것 같기고 하고.. 양심에 가책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긴 한데..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해. 아무런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봐. 여사님이 하필 우리에게 나타나, 이런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신건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거야. 그걸 밝혀내는 건 우리의 과제이고... 암튼, 난 오늘 인터뷰할 때 여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꼭 전할 거야.”
방송국에서 보내준 검은색 밴은 집에 있는 것처럼 안락한 느낌을 주었다. 차에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편안했다. 차에서 내려 녹화장 안으로 들어가니 박선영 기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래너드 작가님. 오시는 동안 불편하진 않으셨어요?”
“아뇨, 너무도 편안하게 잘 왔어요. 휠체어도 너무 좋아요”
“네 다행이에요. 작가님은 실제 모습이 너무 멋있고, 잘 생기셨네요.ㅎㅎ”
박 기자의 칭찬에 래너드의 두 볼이 살짝 붉어졌다.
“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녹화장에는 촬영 스테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BOC 방송국의 기자도 눈에 띄었다.
“작가님, 인사하세요. BOC 방송국의 에드워드 기자도 오늘 함께 할 거예요.”
그렇게 스테프들과 인사를 마치고 진행 순서를 안내받고, 리허설까지 마치자 11시가 훌쩍 넘었다.
“자, 오늘 오전 녹화는 오후 1시까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점심 식사하고 나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것으로 할게요”
그렇게 11시부터 오전 녹화가 시작되었다.
[20세기 천재 작가의 재림, '래너드 스티븐',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There's feeling
There's a fire
There's a whisper preaching to the choir
Take the leaders
And the liars
Throw your fears on the funeral pyre
......
Start a tiny riot
Stop being so God damn quiet
Got a spark in your heart so strike it
Wash away your pain
Turn the pouring rain to a tidal wave and ride it
....
'Across the time'의 테마곡 Tiny Riot 이 오프닝 음악으로 연주되고 나자, 카메라가 무대 중앙을 클로즈업했다.
가장 중앙에는 휠체어에 앉은 래너드가 1번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앉아있고, 그 왼쪽에는 박선영 기자, 오른쪽에는 에드워즈 기자가 자리를 잡고 있다.
(박선영 기자) “와 정말 멈추었던 심장도 다시 뛰게 만들 정도로 뜨거운 에너지를 용솟음치게 만드는 음악이네요. 래너드 작가님에게 정말 딱 들어맞는 음악인 것 같습니다.”
(박선영 기자)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바로 그분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래너드 스티븐 씨입니다.”
(래너드) “안녕하세요. 초보 작가에 불과한 저를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너무나 영광입니다.”
(박선영 기자) “하하. 너무 겸손하시네요. 래너드 씨만큼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초보 작가가 전 세계에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요? 지금으로선, 모든 작가를 통틀어서도 래너드 씨가 최고입니다.”
(에드워드 기자) “맞아요. 래너드 씨. 자신에게 당당하셔도 됩니다. 래너드 씨는 이제 최고의 작가입니다.”
(래너드) “사실 제 영원한 동반자인 아델린이 없었다면 이런 좋은 결과는 절대로 만들어낼 수 없었을 거예요.”
(박선영 기자) “아델린이라면, 래너드 씨의 인공지능 비서를 말하는 거죠? 그럼, 아델린의 소감을 한번 들어 보도록 할까요?”
박선영 기자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래너드의 스마트워치에서 빔이 솟아오르더니 아델린의 홀로그램 이미지가 나타났다.
(아델린) “안녕하세요. 방금 소개받은 아델린이에요~~ㅎㅎ 이렇게 여러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어서 너무너무 기분이 좋네요. 저도 물론 열심히 했지만, 작가로서의 래너드의 상상력은 최고라고 생각해요.”
(래너드) “ㅎㅎ 고마워 아델린.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가로서의 제 스승은 버지니아 울프 여사님입니다. 여사님이 없었다면 저는 작가의 길을 가지 않았을 거예요. 여사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아들러 박사가 진행 중인 버지니아 울프 여사의 뇌 복원 프로젝트가 혀끝에서 튀어나오려는 것을 겨우 억누를 수 있었다)”
(에드워즈 기자) “버지니아 울프가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래너드 씨를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박선영 기자) “래너드 씨. 공모전 대상 수상으로 3억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받으셨는데 어떻게 쓸 계획인가요?”
(래너드) “네, 어머니께서 허리가 불편하셔서 수술 비용으로 쓸 계획이에요. 제가 어릴 때부터 혼자서 저를 키우시느라 너무 고생을 하셨어요.”
(박선영 기자) “그러셨군요. 그런데, 래너드 씨의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요? 일찍 돌아가신 거죠?”
(래너드) “사실은, 아버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어요. 얼굴도 본 적 없고, 사진조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요. 어머니는 제가 아버지에 대해서 묻는 걸 싫어하셨어요.”
(박선영 기자) “아 그러셨군요. 무슨 말 못 할 깊은 사정이 있나 보네요. 그건 그렇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래너드) “네, 우선 'Across the Time'을 홍보하는데 주력하려고 합니다. 동시에 후속 작품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신인 배우들이 제 작품을 통해 많은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래너드) “그리고, 돈이 좀 더 모이면 장학 재단을 만들고 싶어요. 저와 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요.”
(박선영 기자) “정말 멋지네요. 'Across the Time' 이 전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서 멀지 않아 래너드 씨의 소망을 꼭 이루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 기자) “그리고, 래너드 씨 본인의 반신불구 수술도 하셔야죠?”
(래너드) “네, 줄기세포 치료를 하면 회복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워낙 비싸서요.. 어머니 수술 먼저 하고 나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박선영 기자) “래너드 씨는 요즘 보기 드문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어렸을 적 기억, 작품을 쓰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작품의 캐릭터 소개 등 추가적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느덧 시간은 1시가 다 되었고, 마지막 질문만 남겨 두고 있었다.
(박선영 기자) “래너드 씨,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와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래너드) “저를 위해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버지니아 여사가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100년이 지난 후 세상에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위대한 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
(박선영 기자) “네, 전 세계의 많은 작가 지망생, 크리에이터들이 래너드 씨를 보면서 꿈과 희망을 더욱더 공고히 다지게 될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 기자) “래너드 씨의 앞날에 좋은 일들만 많이 생기길 기원하며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박선영 기자) “시청해 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