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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계절 Oct 08. 2022

숫자로 경영하라V

서평


숫자로 경영하라V 표지 (2022.9.8 ~ 2022.9.26), 최종학 교수, 원앤원북스


올해도 어느덧 4분기가 시작되었네요. 해가 지날수록 해야 할 일의 양은 늘어나는데, 절대적인 시간은 부족하고, 설상가상으로 체력도 뒷받침되지 않으니 조급함만 쌓이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숫자로 경영하라". 예전 같으면 이런 회계와 관련된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텐데, 우주의 힘(?)에 이끌린 건지 435페이지 두꺼운 책장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딱딱한 회계 이론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읽기 시작했는데,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굵직 굵직한 사건들을 소재로 펼쳐내는 작가님의 이야기 세계에 흠뻑 빠져들어 버렸습니다.


재무제표 행간에 숨은 의미를 파악하라!
숫자는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수단이다.

숫자에 담긴 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경영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숫자로 경영하라V 표지에서...

먼저, 목차를 훑어보니 과거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내 유명 대기업과 연관된 사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1)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2)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3) 아시아나 항공 사태 


매스컴을 통해 바깥으로 드러나는 내용만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건들이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 기사가 쏟아져 나왔을 때 저는 별다른 관심도 없었고, 대기업들은 돈도 많으면서 왜 저런 사건들을 일으키나 하고 남의 일처럼 생각했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책을 읽으며 사건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는 기업의 지배 구조 메커니즘, 회계 처리 방법과 경영 전략, 사건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 집단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이유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 합병)


2015년 5월 26일, 삼성 그룹은 계열사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한다는 뉴스를 발표했습니다. 합병 후 존속회사의 명칭은 삼성그룹의 정체성을 고려해 삼성물산으로 남기고,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일모직은 왜 다른 계열사가 아닌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했을까요?

그리고, 왜 합병 시점을 2015년으로 선택했을까요?


합병 이전에,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의 지분을 충분히 보유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7.2%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삼성그룹의 1대 주주는 이건회 회장이었습니다.            



합병 이후에,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가 되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의 지분 합계 14.7%(삼성생명(7.2%) + 삼성물산(4.1%) + 가족보유(3.4%))로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삼성그룹의 1대 주주가 이재용 회장으로 바뀌며 3세 경영 시대(이병철 > 이건희 > 이재용)가 시작되었습니다.            


합병을 하지 않고,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려면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합니다.

              제일모직과 이재용 회장이 현금을 마련해 삼성물산의 주식을 최소 15% 이상 사야 하기 때문입니다.            

              평상시라면 10년이 걸리더라도 이런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 갈수 있을 것이나,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있었기 때문에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만약,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사망한다면 회장의 재산(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은 이재용 회장에게 상속될 것입니다.(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심근 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해서, 2020년 10월 별세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막대한 상속세를 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속받은 주식의 반 정도를 팔아야 합니다.            

              이 경우 이재용 회장이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를 계속 지배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삼성 그룹이 해체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삼성그룹은 빠른 시간 안에 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 계열사 합병이라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입니다.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3개월 정도면 충분히 합병을 완료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자는, 합병을 통해 삼성의 지배주주 일가는 세금을 덜 내면서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게 되었으므로, 그 이익의 일부를 한국 사회에 환원하기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국 GDP의 30%에 육박하는 연간 매출액 규모를 가진 삼성그룹이 더욱 발전해서 많은 국부를 창출하고 그로 인한 혜택이 국민들에게 더 많이 돌아갈 수 있게끔 노력할거라 기대합니다.

© shameersrk, 출처 Pixabay


정당한 회계처리 vs 고의적 분식회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2015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의약품 회사, 이하 삼바)는 회계처리 방법을 변경(장부가액 기준 --> 공정가액(시가) 기준)하면서, 총 4조 5천억 원의 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하게 됩니다.


삼바가, 회계 처리 방법을 변경할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이었을까요?

금융 당국과 학계에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회계처리 방법을 변경한 근거는,  

    삼바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을 91.2% 보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8.8%는 미국의 바이오젠이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삼바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연결 재무재표(장부가액으로 기업가치 평가: 4,621억원)를 작성해 왔습니다.  

    2015년, 삼바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경영권을 잃었다고 판단하여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재분류합니다. 이 경우, 지분법에 따라 기업의 가치를 공정가액(실제 가치)으로 평가(4조8,085억원)할 수 있게 됩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오랫동안 개발한 신약이 판매허가를 받아 큰돈을 벌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기업 가치가 급등한 것으로 평가되었고, 그 결과 향후 옵션을 보유한 합작 파트너사(바이오젠)가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 예상(이 경우 두 주주사의 지분율은 50%가 됨) 되므로, 삼바가 독자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로부터 분식회계라는 이슈가 제기되었는데,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할 때 회계감리를 실시한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는 이 회계처리를 조사한 후 적정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참여 연대의 질의에 따라 금융감독원도 조사에 착수했고, 회계처리가 적정하다고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2017년 정권이 바뀐 후 금융당국은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하게 되고,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11월 이 회계처리가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고, 금융위원회도 80억 원의 과징금을 확정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업계와 학계의 일부 진영에서는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조작 사건"이라고 부르는 등 첨예한 대립을 하게 됩니다. 2022년 9월 현재,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하네요.  

    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로 결론 내린 2018년 11월 삼바의 주가는 반 토막이 되어 30만 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참고로, 현재 주가는 807,000원으로 초기 상장가인 10만 원 대비 8배가 상승한 상태입니다. 확실히 기업의 가치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이네요.  


무엇보다 이 사건이 크게 부각되는 이유는,  

    삼바가 회계처리 방법을 변경하기 직전, 삼성 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바의 최대주주가 바로 제일모직이므로, 삼바의 가치가 높아지면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죠.  


이 사건은, 삼성그룹 불법 합병 판정에 따라 이재용 회장이 구속되는 사태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업이 적절하게 판단해서 경제적 실질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라는 IFRS 체계 하의 회계 처리 기준의 애매모호성과 정치권력의 이해관계가 엮인 법정 공방을 보면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정답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 geralt, 출처 Pixabay

법과 제도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정당한 수단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고 그에 따라 이익을 창출하도록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합니다.


기업은 자신에게 유리한 측면으로 축소해석하고, 규제 당국은 더 넓은 그물망으로 옭아매기 위하여 확대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여지를 남기지 않는 명확하고 완전무결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판례, 해설서,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애매모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치권력의 정권 유지와 재창출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다루어지는 선진 문화가 조성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끝으로, 책의 말미에 소개된 5부-경영에 대한 8가지 단상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을 소개합니다. 부서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은 제게는 회계와 관련된 앞장의 사례도 좋았지만, 마지막 장에 소개된 리더십과 관련된 내용이 특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1. 로마 제국 무적 군단의 승리 비결은? (개방성, 실용성, 유연함)

로마는 주변 국가들과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경험한 이들의 장비와 전술을 채택해서 조금씩 개량하였지만, 주변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의 장점을 배우려 하지 않음.

로마는 정복당한 국가의 사람들까지 포괄해 동일한 시민권을 주어 로마인과 똑같이 취급함.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갈리아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진다고 로마인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었음에도, 로마가 대제국을 건설해 그토록 오랫동안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은 타민족에 대한 개방성과 유연함 때문이었음.

© sashafreemind, 출처 Unsplash

2. 철저한 준비는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

1983년 삼성전자가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안 팎으로 격렬한 반대에 부딪침. 일본의 한 연구소는 '삼성이 반도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없는 5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기술도 없는 조그만 기업이 경영자의 욕심 때문에 무모한 사업을 시작했다고 폄하하였음.

이병철 회장은 1970년대부터 이건희 회장에게 반도체 공부를 시켰음. 이건희 회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일본에 체류하면서 반도체 관련 책과 씨름하며 기술자들에게 과외를 받았고, 미국 실리콘 밸리도 수시로 방문하며 기술자, 경영자, 컨설턴트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치밀한 준비를 했음.

이병철 회장은 최측근인 아들에게 몇 년에 걸쳐 반도체 사업을 준비시키며, 최고 인재를 뽑아 투자 준비팀을 만들고, 회사를 인수하기 전인데도 반도체 연구소를 미리 만들어 미국에서 공부하던 한국 학자들을 스카우트해 연구를 시작하였음.

즉, 준비도 없으면서 용기를 갖춘 사람들이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운이 좋아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과 기술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치열한 준비의 결과임.

© nci, 출처 Unsplash

3. 박항서 감독의 성공 비결에 대한 오해

2018년 1월, 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한 첫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박항서 매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게 됨.

언론에서는 박 감독의 리더십을 '파파 리더십'이라 부르며, 아버지처럼 따뜻한 사랑으로 선수들을 지도한 결과 감동한 선수들이 열심히 경기에 임한 결과라고 보도함.

그러나, 파파 리더십의 이면에 숨겨진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리더십도 큰 역할을 함

 히딩크 감독에게 배운 20여 개 항목을 이용해 선수들의 체력을 테스트 후, 그 결과에 따라 선수들을 공정하게 선발함(박 감독 이전에는 혈연과 지연이 선수 선발에 개입되어 선수들 사이에 갈등도 많았음)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쌀국수를 주식으로 삼는 식단에 있음을 파악하고,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도록 식단을 바꾸고, 선수마다 테스트 결과를 반영해 서로 다른 훈련을 시켰음.

© nci, 출처 Unsplash

작가님이 책의 말미에 인용한 경영의 그루 피터 드러커가 남긴 리더십과 관련된 조언을 저도 인용하며 서평을 마칩니다.


유능한 리더는 사랑받고 칭찬받는 사람이 아니라. 그는 직원들에게 올바른 일을 하도록 하는 사람이다.

리더는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바라는 결과를 도출해서 존경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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