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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계절 Dec 12. 2023

방구석 오페라(아름다운 사랑과 전율의 배신)

서평

2023년도 이제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서평은 제 전공분야와는 전혀 상관없는 오페라에 대한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서평 이벤트가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몇 번이고 망설였습니다. 가뜩이나 읽어야 할 다른 책들이 많은데, 오페라를 읽는다고? 운명의 여신이 강림했는지  어느새 제 손엔 책이 쥐어졌고, 조금씩 짬짬이 읽다 보니 무려 한 달이 걸렸네요. 


오페라는 제게 너무도 낯선 영역입니다. "베르디",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15년 전에 지인들과 단체 관람했던 "노트르담 드 파리(노틀담의 곱추)" 정도가 떠오르네요. 배우들이 성악 발성으로 노래하며 연기하는 공연이라는 것이 제가 아는 오페라의 전부였습니다. 


이런 낯선 주제와의 만남은 호기심과 걱정이라는 선물과 부담을 안겨줍니다. 그래도, 한 달 동안 부담을 잘 이겨내고 나니 선물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문화콘텐츠 전문 작가님 덕분에,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도 알게 되었고, 25개의 문학작품을 잘 감상했습니다.



그럼, 제가 얻은 선물 상자를 한번 열어 볼까요?


"언제나 작은 것들이 큰 것을 허물고, 문학은 건축을 무너뜨리지"

이 문장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노래 가사의 일부분으로, 전작 <방구석 뮤지컬>에 소개되었던 문장이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문구입니다. 더불어 이 책 <방구석 오페라>를 집필하기로 마음먹게 한 문장이기도 하죠.

호주 오페라 하우스에서 느꼈던 감동을 정리하며 오페라에 관한 지식을 쌓아가던 중, 제 모습을 돌아보며 해당 문장을 다시 한번 떠올렸습니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허문다는 것이 곧 제가 오페라에 관한 지식을 쌓아가는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생각은 저 개인에서 더 나아가 우리도 뻗쳐 나갔습니다. 오페라 곡의 감동적인 문장들이 모인다면 우리 삶에 큰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든 것입니다.

'방구석 오페라' 프롤로그에서...

첫 번째 선물 : 오페라와 뮤지컬 차이점 이해


제가 받은 첫 번째 선물은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오페라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역사나 인생의 역경을 표현하는 문학적 줄거리를 노래합니다. 다채로운 매력으로 완전한 문학적 서사를 펼치는 무대, 성악가의 육성으로 전해지는 '전율'을 오페라에서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사들이 모두 노래로 되어 있으며, 번역이나 개사없이 원곡 그대로를 노래하고 있어 제대로 이해하려면 내용을 미리 알고 가야 합니다. 


반면, 뮤지컬은 19세기부터 시작되었고, 개인의 꿈과 사랑의 드라마를 노래합니다. 전용 극장 외에도 소극장이나 야외 공연도 병행하기 때문에 접근이 용이합니다. 일상적인 대사로 극이 전개되고, 중간에 노래나 춤 등 쇼적인 부분이 들어가므로 대중적이고 친숙한 느낌이 듭니다. 따라서, 보기에도 더 편하다고 합니다.


서두에 제가 관람했다고 한 <노트르담 드 파리>는 사실 오페라가 아닌 뮤지컬이었네요. 



두 번째 선물 : 25개 오페라 작품을 공짜로 감상


책은 총 5개로 파트로 나누어, 파트별 5개씩 총 25개의 오페라 작품이 담겨 있습니다. 작품의 배경, 줄거리, 번역된 가사와 인문학적인 해석이 실려 있고, 공연의 유튜브 링크까지 QR 코드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25개 작품의 관람티켓과 작품 해설을 공짜로 선물 받은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트 1]  그 무엇보다 용감한 아리아의 시작 (사랑하는 사람을 구원)

1) 사랑하는 이를 구출하기 위한 변장 (피델리오)

2) 죽음도 극복한 불멸의 사랑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3) 긴 기다림이 빚어낸 고결한 사랑 (율리시스의 귀환)

4) 약혼자를 구하기 위한 용사의 분투기 (리날도)

5) 신에게 제물 대신 바친 사랑 (이도메네오)


[파트 2]  순수한 사랑은 지고 남은 것은 (복합한 애정 관계)

6) 묘약이 만든 사랑의 코미디 (요정의 여왕)

7) 사랑할 사람을 착각하면 생기는 일 (피가로의 결혼)

8) 피로 얼룩진 황금왕좌 (나부코)

9)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방법 (포기와 베스)

10) 황금보다 값비싼 사랑 (서부의 아가씨)


[파트 3] 악을 처단하라(혼란스러운 세상 속에 한 줄기 빛)

11)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자의 최후 (돈 조반니)

12) 밤의 여왕의 노래 (마술피리)

13) 불처럼 타오르는 사랑 (일 트로바토레)

14) 죄책감이 불러온 광란의 몸부림 (보리스 고두노프)

15) 영혼을 판 사라의 총알 (마탄의 사수)


[파트 4] 선이 악을 이기기는 쉽지 않을 텐데 (사랑과 비극은 하나)

16) 피로 얼룩진 욕정의 춤 (살로메)

17) 절개와 희생의 아이콘 (라 조콘다)

18) 연인을 갈라놓은 사악한 음모 (오텔로)

19) 마법 반지가 불러온 파멸 (니벨룽의 반지)

20)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토스카)


[파트 5] 소신과 가치를 지켜내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는 결말)

21) 사랑으로 쟁취한 왕관 (포페아의 대관식)

22) 죽음이 남긴 교훈 죽음이라는 수수께끼 (투란도트)

23) 노래로 쟁취하는 사랑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24) 젊음의 대가를 치르다 (파우스트)

25) 어긋한 사랑의 말로 (카르멘)



오페라에 완전히 문외한이지만,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오텔로, 파우스트, 카르멘과 같은 작품은 광고 및 전단 등을 통해 작품명을 들어본 적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이 중 책을 통해 알게 된 정보를 기반으로 역사상 최고의 오페라로 평가받는 피가로의 결혼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작곡, 작사]

오페라는 작품 전체가 하나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어, 유명 작곡가가 곡을 쓰게 되는데, 18세기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작곡했습니다. 계몽주의 성향의 작가 로렌초 다 폰테가 대본작가로서 함께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시대적 배경]

작품이 만들어진 당시는 왕과 귀족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신분제 사회였고, 시민 계급의 불만과 저항이 고조되며 혁명의 기운이 무르익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로맨스를 소재로 사용했지만, 시민계급의 분노가 작품에도 집약되어 관객들의 지지를 받게 됩니다. 1786년 파리에서 초연될 당시 루이 16세는 불같이 화를 내며, 이 작품의 상연을 전면 금지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시민 계급의 저항이 문학 작품으로도 표출된 셈인데, 몇 년 후 프랑스 대혁명(1789년~1794년)으로 결국은 실현되었습니다. 


[줄거리]

알마비바 백작의 하인 피가로와 백작부인의 하녀 수잔나는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수잔나는 자신을 좋아하는 백작이 초야권(신부의 결혼 첫날밤을 소유할 수 있는 영주의 권리)을 부활시키려 한다고 피가로에게 귀띔 합니다. 피가로는 분개하며 백작부인(로시나), 수잔나와 함께 계략을 꾸며 백작을 혼내주려 합니다. 수잔나는 백작에게 밤에 정원에서 몰래 만나자는 편지를 보내고, 그 장소에는 수잔나로 변장한 백작부인이 나타납니다. 백작의 열렬한 사랑 고백을 들은 백작부인은 하인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진실을 폭로하고, 골탕을 먹은 백작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아내에게 무릎 꿇고 사죄합니다. 백작은 이번 사건에 가담한 모든 사람을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말하지만, 백작 부인이 전원 사면을 선포하며 극은 행복하게 막을 내립니다.  


[오페라 작품 유튜브 감상 평]

책 속에 포함된 QR 코드 링크를 통해 작품을 촬영한 유튜브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무려 2시간 57분 분량의 작품 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었는데요. 연극 무대를 연상케하는 세트에, 18세기 의상을 착용한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케스트라 연주를 배경으로 배우들의 성악 발성 대사와 연기로 작품이 이어집니다. 사실, 원어 그대로 번역 없이 성악 발성으로 이어지는 대사는 미리 내용을 읽어보지 않은 이상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성악으로 대사를 뱉어내는 모습이 이질감이 들기도 했고요. 배우들의 의상, 표정, 몸짓으로 누가 백작이고, 하인이고, 백작부인인지 유추하며 볼 수밖에 없었는데요. S석의 경우 6만원 이상을 주고 봐야 하는 오페라를 방구석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오페라가 이런 거구나 하는 체험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현장에서 오케스트라의 실황 연주를 들으며, 감상한다면 또 다른 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책장을 덮으며...


우연한 기회에 '오페라'라고 하는 새로운 예술 장르에 살짝 발을 담그고 왔습니다. 오페라를 만든 창작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기에, 이렇게 음악과 연기를 조합한 새로운 문학 장르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모차르트, 베르디, 바그너 등 당대 최고의 음악가들이 주체할 수 없는 재능을 표출하는 데 있어, 오페라는 분명 매력적인 수단이었을 것 같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오는 동안 반복되어온 사랑, 질투, 증오, 복수를 소재로 삼고, 당대 사회의 내재된 욕망을 스토리라인에 담아 내려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열정이 어렴풋이 느껴집니다. 자신이 직접 작곡한 선율에 배우의 연기와 대사를 실어 내는 과정에서 느꼈을 창작의 고통이 그려집니다. 작품을 감상한 관객들이 박수갈채를 보내 주었을 때의 기쁨도 그려집니다.


오페라를 소재로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작가님의 생각이 결실을 맺어, 저처럼 오페라 문외한에게까지 이렇게 전달되었습니다. 작가님 덕에 오페라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창작을 향한 우리 인간의 동기와 욕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책이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건축이 되었든, 조각이 되었든, 음악이 되었든, 영화가 되었든, 뮤지컬이 되었든, 오페라가 되었든 창작물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생각을, 내가 가진 최고의 재능에 담아 표현하려는 노력이 불씨가 되어, 내 주위로 퍼져 나가고,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따스한 온기를 전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 서평을 읽고 단 한 줄이라도 가치 있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생긴다면 소소하지만 저도 우리 인류의 삶에 작은 기여를 한 것이겠지요.  


서평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창작이라는 인간의 행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신 리텍 출판사에 감사드리며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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