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zo Criminale> 70년대 로마의 마피아스토리 영화
대게가 가족과 종교얘기가 빠지지 않는 이탈리아 드라마들 중에서 재미있게 본 시리즈가 있다. 영화로도 있고 두 시즌의 TV 시리즈로도 만들어 진 <Romanzo Criminale 범죄소설> 이다. 이야기는 70년대부터 로마에서 벌어진 범죄조직 Banda della Magliana 반다 델라 말리아나 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Banda 반다는 이탈리아어로는 그룹, 밴드, 모임같은 뜻이며 Magliana 말리아나는 로마의 한 구역 이름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처럼 <Roma nun vole capi 로마는 보스를 원하지 않는다>, 로마는 현재도 다른 마피아들로 유명한 도시들과 달리 큰 보스가 없다. 과거에도 큰 보스 없이 구역별로 제각각 다른 조직들로 나눠져 있던 로마를 Banda della Magliana 반다 델라 말리아나, 이들이 전부 장악하게 된 실제 로마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안에서의 삶과 관계 등이 흥미롭게 표현되어 있다. 그 시절의 이탈리아 스토리들이 언제나 그렇듯 지금도 여전히 누가 그들을 정치적으로 뒤에서 뒷받침해주며 로마의 마피아 보스로 원했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야기는 로마가 배경이기 때문에 반세기쯤 전의 로마를 상상하며 보는 재미도 있다. 포폴로 광장이 지금과는 다르게 거대한 주차장처럼 자동차들로 가득한 장면이나, 천사의 성 앞을 누구나 자동차로도 다닐 수 있던 모습들은 로마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다른그림 찾는 것같이 흥미로운 장면들일 것이다.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는 로마사투리를 듣는 것이다. 로마출신의 마피아들이다보니 로마사투리가 배경이다. 이탈리아어는 도시와 지역마다 사실은 굉장히 다양한데, 로마 사투리는 개인적인 느낌을 비유하자면 이렇다. 보통 이탈리아어가 말끔한 수트를 차려입은 멀끔한 중년남성의 느낌이라면, 로마사투리는 배가 큼직하게 나온 중년아저씨가 집 소파에 앉아 흰 러닝티를 입은채 티비를 보며 자신의 배를 긁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니까 로마사투리는 우아함이나 아름다운 억양과는 거리가 먼 언어다. 사운드 자체가 거칠고 말끔하지 않으며 듣기에 예쁘지 않다.
허나 귀로 들리기에는 아름답지 못하나 로마사투리는 비유와 표현에 있어서 굉장히 다채롭고 영리한 언어다. 로마사투리지만 이탈리아 마피아 영화에서 종종 들리는 단어 중에는 <Cravattaro 크라바따로> 라는 단어가 있다. 이 드라마에서도 보다보면 종종 들리는데 'Cravattaro 크라바따로' 는 이탈리아어로 넥타이를 부르는 'Cravatta 크라바따' 에서 나온 로마사투리다.
Cravatta 넥타이 -> Cravattaro 넥타이 매주는 사람. 마피아와 넥타이가 무슨 관련일지 싶지만 조금만 상상을 더하면 그럴 듯 한 이해가 간다. 그러니까 'Cravattaro 크라바따로' 는 양장점같은 옷가게에서 넥타이를 매주는 사람 이라는 뜻인데 즉 나의 목에 넥타이를 매어 주어 나의 체면, 모습을 멀끔하게 해주는 사람인 동시에 넥타이를 목에 매어 쥐고 목을 점점 조여오는 사람, 즉 돈을 빌려준 사람을 의미한다. 돈을 빌려줬으니 돈을 빌린 사람이 멀끔한 모습을 하게 도와주지만 동시에 긴장과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다. 로마사투리는 이런 재미있는 비유와 표현들로 가득한 언어다.
범죄와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에 또 잘 나오는 로마사투리 중에는 <uscire coi piedi davanti> 도 있다. 집 밖으로 나갈때 발부터 먼저 앞쪽으로해서 나간다는 말인데 이탈리아의 장례문화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묘사한 말이다. 집에서 사람이 죽으면 관에 죽은 시신을 넣고 관을 집밖으로 들고 나갈때, 죽은 시신의 발부터 집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말이다. 즉 'esci coi piedi davanti 너는 발부터 나간다'는 말은 죽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발 piedi 과 관련된 로마 사투리중에서 <bussare con i piedi 발로 똑똑 노크하다> 는 친구들과 대화 중에 흔하게 쓰는 표현이다. 예로 들면 친구와 '우리집에서 그럼 저녁먹자, 내가 음식 준비하거나 '니가 발로 노크하던지' 라고 흔하게 말할때 사용하는데 짐작하듯이 '너의 손이 음식으로 가득하여 손으로 노크를 할 수 없으니 발로 노크를 하는'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러니까 '음식 준비해와' 라는 말을 로마사투리에서는 '발로 문을 노크해라' 라고 말한다.
로마사투리는 이렇게 비유적으로, 듣고나면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언어이기도 하다. 외국인이 듣기에는 미스터리한 암호같기도 하지만 알고나면 재미있는 표현들이다. <Romanzo Criminale>처럼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들은 이러한 로마사투리를 염두해두고 감상한다면 그 재미와 생동감이 훨씬 더 보태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