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영화 <Perfetti sconosciuti 완벽한 타인>
«Ognuno di noi ha tre vite: una pubblica, una privata e una segreta.»
우리 모두는 누구나 세가지 삶을 가지고 있다 : 공적인 삶, 개인적인 삶 그리고 비밀적인 삶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이탈리아 영화가 있다. Paolo Genovese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의 <Perfetti sconosciuti> 다. 영화는 쉽고 유쾌하면서도 '나는 어떤가..'라며 영화를 보는 본인에 대해 찝찝하면서도 살짝 서늘한 감정이 들게하는 재미있는 이탈리아 영화다.
영화의 태그라인처럼 스토리는 로마의 전형적인 친구들과의 저녁식사자리에서 벌어지는 관계와 비밀에 관한 이야기다. 서로를 완벽히 알고있다고 장담하는 연인과 친구관계인 이들이 농담반으로 시작한, 저녁식사 동안 각자의 핸드폰에 오는 문자와 통화를 모두 공개하기로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이들 모두 조금씩은 공감할 감정들이 오간다.
이탈리아 영화이기 때문에 이탈리아 사람들만 공감하는 몇몇 대사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Anzio 에 대한 대화가 그렇다. Anzio 는 로마 밑쪽에 있는 바닷가의 작은 도시인데 Bianca 비앙카가 자신은 Anzio 라면 당장 내일이라도 이사가겠다는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대한 Cosimo 코지모의 반응을 보면 'A n z i o 에, 당장? 이사가겠다고? 라며 말도안된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데 왜냐면 사실 Anzio 는 바닷가 마을이긴 하지만 예쁜바다가 있는 곳은 아니다. 아쉽게도 로마 부근의 바다는 지중해바다 라고 떠올리면 상상되는 반짝이고 투명하며 눈부신 바다가 아니다. 아름다운 지중해 바다를 보기위해서는 적어도 소렌토와 아말피 해안으로 유명한 나폴리 밑으로 까지 내려가던지, 아니면 토스카나까지는 올라가야 그래도 볼만한 바다가 나온다. 그러니 로마 근처에 별볼일없는 바닷가마을 Anzio 에 자신이라면 내일이라도 당장 이사가겠다는 Bianca 비앙카 의 말에 코지모의 그러한 반응은 로마사람들에게는 당연히 공감되는 표현이다.
그리고 티라미수에 관한 짧은 장면. Rocco 로코가 티라미수를 리코타로 만들었어? 마스카르포네로 만들었어 라고 물으며 마스카르포네를 넣었다니 만족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 티라미수의 맛을 중시한다면 무조건 지방함량이 굉장한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넣고 만들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다이어트 음식에 해당하는 리코타 치즈를 넣고 만들면야 가볍게 칼로리는 낮아지겠지만 맛은 마스카르포네를 넣은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오븐도 켤 필요없이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는 디저트로 유명한 티라미수는 사실 커다랗게 만들어서 숟가락으로 퍼먹는 느낌의 집디저트(?)다. 이탈리아는 집집마다 제각각의 레시피로 티라미수를 만들어 먹는다. 아이가 있는 집은 커피빼고 우유로만 사보이아르디를 적시기도 하고, 커피에 우유를 섞기도 하고, 티라미수의 크림도 계란 노른자를 넣는 집도 있고, 생크림과 마스카르포네로만 만드는 집도 있고, 지방함량이 높은 마스카르포네 치즈대신 리코타치즈를 넣는 집도 있고.
허나 가장 클래식한 레시피는 역시 묵직하고 버터처럼 고소한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넣은 티라미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레시피는 일반 Savoiardi 사보이아르디 (레이디 핑거스 쿠키라고 알려진) 보다는 Pistokeddos /Savoiardi Sardi 라고 부르는 사르데냐의 사보이아르디를 에스프레소에 적셔 만드는 것이다. 이 사르데냐의 사보이아르디는 계란함량이 더 많아 맛이 훨씬 부드럽고 촉촉하다.
그리고 티라미수는 만들어서 하룻밤 지나고 먹으면 더 맛있다.
그외에도 영화에는 로마 사람들의 다채로운 표현과 정서가 풍부하게 담겨 있는데 저녁밤 가벼운 마음으로 집중하며 보기에 괜찮다. 그러나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나 자신에 대한 찜찜한 느낌이 남는데 아마 그런 공감성 때문에 이 영화가 세계 여러나라에서 리메이크가 된 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