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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벌꿀 Jul 09. 2020

코로나19, 이탈리아, 바티칸 그리고 미국

코로나19와 미국과 이탈리아, 바티칸 그리고 영화 어부의신발 

코로나19와 미국과 이탈리아, 바티칸 그리고 영화 <The Shoes of the Fisherman 어부의 신발>



로마는 코로나19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도 못하던 국가 봉쇄령을 경험하고, 락다운이 풀리고 한달정도는 다들 어리벙벙한 상황이였다. 그 후로 다시 한달쯤 지나 여름이 진해져 갈 수록 이제야 조금 일상생활을 되찾고 있다. 평생 마스크를 써본적 없는 사람들도 이제는 집밖에 나갈때면 제일 중요하게 챙기는 필수품이 되었다. 24시간 코로나19 뉴스만 내보내던 두달전보다는 진정된 상황이긴 하다. 


그러다 얼마전 만난 이탈리안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영화가 바로 떠올랐다. 이탈리아영화는 아니지만, 앤소니 퀸 (Anthony Quinn) 이 나온 <The Shoes of the Fisherman 어부의 신발> 이다.



지인은 암 재발을 예방하는 치료를 하러 얼마전 병원에 갔는데 담당의사 왈 '백신 치료 약이 지금 이탈리아에 동이 났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미국에서 공급이 끊겼어요. 이탈리아 전국에 그 약이 끊긴지 몇주됐어요. 그냥 기다리거나 혹시... 바티칸에 아는사람 있으면 부탁해서 구입해오시면 치료해드릴게요'


생사를 논하는, 당장 다급하게 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였지만 결핵 백신으로 알려진 BCG가 이탈리아 전국에 동이 났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공급이 중단되어서. 


다행히 지인은 바티칸에서 일하는 아는 사람을 통해 암시장(?)에서 거래하듯이 바티칸약국에서 BCG 구입을 부탁해 약을 손에 넣어 치료 스케쥴을 그대로 따를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한번 바티칸의 파워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약공급을 끊은 미국으로 인해 전 이탈리아 국토에 없는 약을 로마의 그 작은 바티칸 땅덩어리 안 약창고에는 가득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엄청난 정보력과 자본으로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바티칸의 존재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렇게 드러난다. 


그리고 만약 지인이 아는이가 없었다면 별다른 방법없이 그저 기다리는 수 밖에 없게 되는 이탈리아의 현실이 깝깝하게 생각되기도 했다.



<The Shoes of the Fisherman 어부의 신발> 영화는 Conclave 콘클라베,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추기경들의 비밀 회의처럼 바티칸 내부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보여준다. 러닝타임도 길고 영화를 보면서 바티칸에 대해 공부하는 느낌이 드는 영화라 재미는 없었지만 로마와 바티칸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번쯤은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중세시대처럼 돌아가는 시스템과 그들의 권력 등 영화를 보면 바티칸이 얼마나 보수적인 곳인지를 세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 대사를 위해, 이 영화를 끝까지 보았다고 할 수 있는데.


<To be invited inside if you're not a churchman...You would probably have

to be a papal prince...a monarch from another land...a member of the Italian government...a general or a senior diplomat. Unless, of course. You do it the old Roman way...which is to know somebody who knows somebody...who has a name>


그렇다. 나의 지인처럼, 로마는 내가 아는 사람과 그 아는사람의 아는사람의 아는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다. 한국의 학연 지연과는 살짝 다른데, 말그대로 아는이다. 이탈리아에서 지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아는 것이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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