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도 먹습니다
이탈리아 요리하면 보통은 파스타와 피자가 먼저 떠오른다고들 한다. 이탈리아에 여행왔던 지인들도 식당의 메뉴판을 보면 죄다 비슷하다며 메뉴선택권이 다양하지 않다고 불평을 하곤했다. 파스타가 여러 종류지만 결국에는 그냥 밀이 재료인, 파스타 아니면 고기 아니면 생선이라는 것이다. 치즈는 밥으로 칠 수 없으니 빼고. 듣고보면 그런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한가지 더하자면 쌀도 있다.
Risotto 리소토 리조또 리조토 라고 들리는 이 요리는 파스타처럼 쌀에다가 뭔가를 넣은 음식이다. 내가 처음 먹은 이런 류의 음식은 아마 어렸을 적, 토마토소스를 섞은 밥위에 쭉- 늘어나는 모짜렐라 치즈를 올려 전자레인지에 데웠거나 오븐에 데운 치즈 그라탕이라고 불렀던 것이지 싶다. 그리고 리소토도 그런 음식인줄 알았다.
처음 이탈리아에 와서 잠시 지낸 곳은 Verona 베로나 근처의 작은 마을이다. 한여름 태어나서 따가울정도로 뜨거운 햇살을 처음 경험하던 그때는 스파게티만 알고 있었지 이탈리아사람들이 쌀을 먹는지, 빵을 먹는지도 잘 몰르던 때였다. 건너건너 알게된 이탈리아 가정집에 머물고 있었는데 주말이였는지 그냥 평일 저녁이였는지, 어쨌든 근처에 사는 주인부부의 친구부부가 저녁식사를 하러 오기로 한 날이였다.
친구부부는 후라이팬과 쌀에 버터에 뭔가를 손에 잔뜩들고 나타나 인사를 했는데 신기하게도 오늘 저녁식사는 그들이 담당한다고 했다. 우리는 맛있게 먹는 역할을 하면된다고 말이다. 그나저나 지금도 주방팬까지 가져온 것이 나에게는 미스터리다.
알레산드로는 바로 주방으로 직행해 이것저것 준비를 했고, 주인부부는 나에게 리소토를 할 거라고 얘기해주었다. 그때만해도 나는 리소토가 하얗게 된 음식인지, 붉은 음식인지, 어떤 이미지인지 머리에 들어있지 않았던 것 같다. 뭔지 대충은 들어본적 있는데 이탈리아에서 먹어본 적은 없었으니까.
직접 리소토를 만드는 알레산드로는 유쾌한 중년사내였는데 내가 놀란 것은 리소토에 들어가는 버터의 양이였다. 그가 가져온 버터의 크기는 벽돌만했는데 그날 저녁을 위해 몽땅 다 넣은 것 같았다. 마늘을 넣었는지, 양파를 넣었는지, 쌀은 언제 넣었는지, 육수는 뭐였는지는, 허브가 들어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날 온통 내가 기억하는 것은 버터였다. 그리고 진짜배기 이탈리아북부 사람이 만든 리소토가 정말정말 맛있다는 것이다.
주인부부는 나에게 '알아 알아 맛있지? 호호호 그런데 맨날 먹었다간 뱃살이....'라며 빵빵해진 볼과 손동작을 해가며 얘기해주었다. 그렇게 처음 먹었던 리소토의 맛은 지금도 생각만하면 침샘이 폭발한다. 여름저녁의 추억때문일 수도 있지만 진짜배기로 맛있었다.
<사진출처 : Photo by Julien Pianetti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