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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벌꿀 Jul 12. 2020

고양이와 멜론

Melone 여름에 먹는 과일

나는 과일이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도 우선순위가 있다. 복숭아나 딸기, 자두처럼 새콤달콤한 과일을 제일 좋아하고 수박, 포도, 멜론처럼 단맛만 가득한 과일은 먹기는 하지만 못먹는다고해서 죽을것같지는 않은 입맛취향이다. 


멜론은 아마도 과일중에서도 내가 꽤나 늦게 알게된 과일이 아닐까 싶다. 추억속의 멜론은 수박보다 훨씬 값이 비쌌고 금스티커가 붙은 것처럼 고이 모셔야하는 그물망의 연녹색 과일이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한국에도 다양한 종류의 멜론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사시사철 과일과 채소가 풍성하게 자라는 이탈리아는 축복받은 땅이다. 이탈리아에서는 Melone 멜로네 라고 부르는 멜론도 이 땅에서는 여러가지가 자란다. 요리의 재료로도 사용을 하는데 특히나 가스불을 켜기에는 너무나 뜨거운 여름에 먹는 별미인 프로슈토를 멜론에 감아서 먹는 것이 유명하다. 



출처 : Photo by Chris Ralston on Unsplash



가장 흔한 캔털루프 cantaloupe 멜론 외에도 거대한 참외처럼 생긴 겉은 노랗고 안은 흰 멜론이나, 겉에 그물막이 없이 매끄러운데 안은 캔털루프처럼 주황색인 것도 있고, 겉은 짙은 녹색이고 안은 연두빛인 멜론도 있다. 박처럼 생겼는데 안에는 달콤한 과육인 것들이 이탈리아는 여름이면 잔뜩이다. 

 

복숭아와 자두가 더 땡기지만 그래도 여름이니까 멜론 한통정도는 먹어줘야지 할 적에 나는 항상 Melone Mantovano 만토바 멜론을 찾는다.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롬바르디아의 동남쪽에서 나오는 이 멜론은 언제나 대충 아무거나 골라도 아주 달고 맛있다.


며칠 전, 멜론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몇층사이에 살고 있는 마르코를 찾아간 이유는 고양이들 때문이다. 마르코는 귀가 접혀있는 회색의 엄청난 게으름보 릴루와 온통 새까맣고 꼬리가 맵시좋게 길다란 말썽꾸러기 피노를 기르고 있다. 


나는 가끔씩 마르코를 핑계로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한번은 피노와 한바탕 신나게 놀고 있던 나에게 마르코가 멜론을 썰어주었다. 후숙이 제대로 되어 한입 베어물적마다 멜론의 진한 단향과 즙이 뚝뚝 떨어졌다. 


멜론을 한입 베어물기 전인지 후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아무리 움직이려해도 꿈쩍도 안하던 릴루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활발함으로 단숨에 내 무릎위에 올라와 손에 들고 있는 멜론을 킁킁거렸다. 그날 고양이가 과일을 먹는 다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손가락 한마디만한 멜론조각을 날름 거리며 먹는 모습이 꼭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 같았다. 그에비해 피노는 멜론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고양이도 입맛취향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멜론 한조각을 더 주고 싶었지만 이미 과체중인 릴루에게 다음번을 기약했다. 그리고 그후 나는 마르코를 방문할 적마다 멜론을 들고간다. 물론 릴루는 그 중에 손가락 한두마디 정도만 먹을 테지만. 


출처 : Photo by Chris Ralst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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