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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벌꿀 Jul 27. 2022

이름도 귀엽다, 포리 Porri

이탈리아의 대파

사진출처 : Photo by Izabela Rutkowski on Unsplash


나에게 대파는 떡국 육수 낼 때나 쓰는 재료였다. 특유의 향, 미끄덩거리는 동시에 질긴 풀의 식감이싫어 먹는 재료라기보다는 육수용 재료로나 취급했었다. 


그런 대파를 처음 먹는 재료로 만난 것은 호주에서였다. 멜버른에서 여행 중 우연히 먹게된 대파와 단호박을 갈아 만든 수프. 그때 본 서양대파 Leek 의 신기함이란. 서양대파는 한국대파 너 댓개를 뭉쳐놓은 굵기의 사이즈였다. 그 거대한 대파의 충격. 거기에 또 이걸 음식자체로 먹는다니. 버터, 서양대파와 단호박을 넣고 곱게갈아 만든 수프는 정말 괜찮았다. 육두구를 첨가하는 것도 포인트다. 


그때 처음 맛본 이 거대한 대파는 이탈리아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포리 Porri 라고 부르는데 이름이 귀엽다. 익으면 단맛이 강한데 볶아서 계란물을 넣어 프리타타 오믈렛으로 익혀 먹기도 하도 그릴에 구워서 먹기도 하고, 익힌 대파에 베샤멜소스를 올려 그라탕으로, 라자냐로도 만들어 먹는다. 


내가 주로 시도하는 대파요리는 키쉬다. 계란물에 냉장고에 있는 야채나 치즈, 햄 등의 재료를 적당히 넣고 파이지에 구워내는 쉬워보이는 요리법인데 의외로 완벽하게 만들기가 어렵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파이를 Quiche 키쉬라고도 부르고 Torta salata 토르타 쌀라타 (짠 케이크) 라고도 부른다. 레시피대로 시도해보지만 매번 만들때마다 계란찜맛이 될때도 있고, 파이지와 속의 내용물이 따로노는 맛이 될때가 다분하다. 


나는 주로 대파를 볶아 냉장고에 생크림이 있으면 생크림을 넣고, 치즈도 조금 넣고 계란물과 섞어 파이지를 채워 오븐에 굽는다. 아니면 볶은 대파, 리코타치즈와 계란을 섞어 파이지를 채워도 좋다. 재료도 간단하고 쉬운 레시피인 것은 분명한데 늘 굽고나면 결과물에 만족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 커다란 대파를 볼때면 다른 레시피들 보다도 언제나 키쉬 생각이 난다. 언제쯤 대파로 만든 파이를 만족하게 구워낼 수 있을까


사진출처 : Photo by Angèle Kamp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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