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하는 여름요리 Peperonata
내가 살고있는 곳, 이탈리아에서도 나름 북쪽 산악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Friuli 프리울리 지역도 요즘 한낮에는 36도를 찍고있다. 해발고도가 높은 산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아무리 산과 강이 눈앞 근방에 파노라마처럼 굽이져 보여도 공기도 바람도 그 자체가 뜨겁다. 매년 다들 똑같은 말들을 하지만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다. 2주가 넘게 연일 35도 위아래를 왔다갔다 하는 기온이라니.
이렇게 더운 여름이면 나는 얼음을 가득채운 음료만 잔뜩 마시고 주방 가스불을 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름을 알리는 Peperonata 페페로나타를 한번 맛보고 나면 자꾸만 그 맛이 생각나 이 더위에 가스불을 켜지 않을 수 없다. Peperonata 페페로나타는 Peperoni 페페로니, 이탈리아 피망(파프리카)으로 만든 대표적인 여름요리다. 노랗고 빨간 피망, 양파와 토마토소스를 넣고 자작해질때까지 끓여내 차게먹는다. 구운 빵위에 올려 Bruschetta 브루스케타로 먹어도 맛있고 그냥 사이드디쉬로 먹어도 좋다. 파스타에 소스처럼 섞어도 그럴듯한 한접시다.
지역마다 집집마다 올리브를 넣기도 하고, 바질을 첨가하기도 하고, 마늘을 넣기도 하고 취향것 만들면 된다. 한 이탈리아 친구의 어머니는 늘 "페페로나타는 양파를 많이넣어야돼, 그리고 피망이 아주 익도록 충분히 끓여야돼" 라며 자기의 레시피를 공유해주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뜨거운 여름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 익은 알록달록한 피망, 껍질을 벗겨 그냥 먹어도 단맛이 날것 같은 양파와 찐한 토마토소스가 한접시로 어우러진 맛은 꽤나 맛있다. 나는 차갑게 먹는 것을 좋아해 점심에 만들면 냉장고에 넣었다가 저녁에 먹는다. 요리의 재료도, 먹는 순간의 시원함도 모두 여름이다. 다만 만드는 과정이 푹푹찌는 한여름에 가스불을 켜야한다는 것뿐.
달짝찌근하고 몰캉몰캉하게 익어버린 양파와 피망. 그리고 살짝 매운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말린 타임이나 오레가노를 살짝뿌려 먹는 것이 나의 레시피다. 그리고 더운 여름을 그래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중에 하나가 내게는 이 요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