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벌꿀 Jul 19. 2020

젤라또 위에 생크림

로마에서 젤라또 먹는 법 'doppia panna'

이탈리아의 여름이 견디기 힘든 것은 낮기온이 39도까지 올라가게 하는 자글자글한 태양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의 시원한 냉면 생각때문이다. 시원한 요리라고 해봤자 신선한 모짜렐라 치즈에 올리브오일을 뿌려먹거나 토마토를 같이 먹는 것이니 냉면처럼 한사발 먹고나면 시원하게 잘먹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멜론을 잘라 프로슈토와 함께 먹는 것도 멜론을 냉장고에 뒀다 먹을 수는 있지만 살얼음 띄운 한국의 냉면과는 비교가 안된다.


시원하게 먹는 것이라고는 젤라또뿐이다. 당때문인지 먹고나면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싶어지지만 젤라또는 먹는때 만큼은 여름 더위도 생각나지 않게 달콤하다. 이탈리아의 젤라또 집들은 여름 한철만 장사를 하는 집들도 많고 여름이면 자정 넘어서까지 영업하는 곳들도 있다. 전국 곳곳에 젤라또 대회에서 상을 받은 집들부터, 아는 이들은 아는 맛집이라고 소문난 집들도 많다. 그러니 여름이면 맛볼 젤라또들이 넘쳐난다. 이탈리아의 젤라또 맛집 기준은 피스타치오맛을 먹어봐야 한다고들 하지만 실은 주문할때부터 눈여겨볼 점이 있다. 


이탈리아 사람치고 한가지맛으로 통일해 젤라또를 주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두세가지 제각각 다른 맛을 고르는데 만약 젤라또를 퍼주는 사람이 세가지 맛을 다 말하기도 전에, 첫번째 고른 맛을 콘위에 올리는 집이라면 그 젤라또집은 땡이다. 젤라또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맛에 따라 더 빨리 녹는 것과 천천히 녹는 것, 이 맛과 어울리는 맛, 먼저 먹어야 그 다음 맛도 더 맛있게 느껴지는 맛 등 조합을 생각하고 젤라또를 콘에 올려야한다. 그러니까 젤라또 스쿱을 뜨는 사람은 주문하는 사람이 세가지 맛을 다 말할때까지 기다렸다 '젤라또의 조합'을 봐가며 젤라또를 올려야한다. 


이탈리아에서 젤라또를 먹는 아이들을 보면 대게 젤라또에 생크림을 올려 먹는다. 성인이 되서는 어렸을 적의 추억으로 생크림을 올리는 사람도 있고 이제 생크림은 됐다는 사람도 있다. 다만 로마에서는 젤라또를 주문할때 누구나 흔하게, 'doppia panna 더블 생크림이요' 라고 말한다. 


원하는 맛을 고르고 '더블 생크림'이라고 말하는 것은 로마에 와서야 배웠다. 로마에서는 콘에 생크림을 넣어 밑에 깔고 젤라또를 올리고 그 위에 다시 생크림을 올려 먹는다. 그러니 위 아래, 더블 생크림, doppia panna 이 된다. (보통 이 더블 생크림은 무료였으나 요즘엔 생크림 추가금액을 받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젤라또에 생크림을 올려 먹었던 첫 느낌은 오묘했다. 차가운 젤라또와 상대적으로 밋밋한 생크림의 온도차가 내 입맛에는 영 어색했다. 물론 젤라또를 다 먹어버리고 남은 콘에 들어있던 생크림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랬던 입맛은 어느새 생크림이 없으면 뭔가 아쉬운 입맛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이번 여름도 젤라또집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무슨맛을 먹어볼까 고민하는 사이, 젤라또 몇개를 먹고나면 이 더운 여름도 지나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 Photo by Heather Barnes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이탈리아에 맛조개는 없는 줄 알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