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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 ESG가 아니라 OSG

by Roi Whang

올해 패션/라이프스타일 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더 이상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닙니다.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성패를 가릅니다. 데이터 보안, 현장 안전, 거버넌스 체계, 이 세 가지는 이제 부차적인 조건이 아니라 성장의 뼈대입니다. ESG의 ‘환경(Environment)’이 강조되던 시대를 넘어 2025년은 OSG, 즉 운영·안전·거버넌스가 브랜드 경쟁력의 중심이 되는 해입니다.


올해 여러 뉴스 흐름을 하나로 묶으면 가장 눈에 띄는 건 ‘운영 신뢰도’에 대한 시장의 민감함입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신제품이나 이벤트만으로 브랜드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서비스 복구 속도, 현장 관리 수준, 내부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줍니다.


퀸잇,_4050세대_겨냥_숏폼_서비스_론칭.png 퀸잇, 4050세대 겨냥 숏폼 서비스 론칭


운영(Operations) 측면에서 보면 쿠팡의 ‘키즈 셀렉트 스페셜관’ 리뉴얼, 퀸잇의 4050세대 전용 숏폼 서비스, 지그재그의 배송·프로모션 전략 모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핵심입니다. AI 추천, 시즌별 기획, 빠른 배송은 마케팅의 영역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운영 효율성의 결과물입니다. 소비자 경험의 질은 ‘운영 정확도’와 직결되고 이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와 프로세스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안전(Safety)은 더욱 절박한 주제입니다. 포스코이앤씨의 반복되는 중대재해 사례는 건설업 이야기 같지만 공급망, 매장 인프라/이벤트 현장까지 확대하면 리테일과 패션 산업에도 직결됩니다. 팝업스토어 설치, 대형 행사, 물류센터 운영에서의 안전 리스크는 한 번의 사고로 브랜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이제 브랜드는 협력사 안전 KPI, 현장 점검 프로토콜, 사고 대응 리드타임까지 ‘마케팅 메시지’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거버넌스(Governance) 차원에서는 문화적 감수성과 지속가능성 검증이 전면에 나섭니다. 아디다스의 원주민 디자인 표절 사과는 창작 과정에서의 권리/문화 존중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비콥 인증 확대, 렌징의 친환경 섬유 전시는 ‘지속가능성’을 말하는 브랜드가 이제 ‘무엇으로, 어떻게 검증받았는가’를 동시에 답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검증 가능한 거버넌스 없이는 ESG 메시지도 설득력을 잃습니다.


렌징,_PIS_2025서_친환경_섬유_전시.jpg 렌징, PIS 2025서 친환경 섬유 전시


OSG의 3요소는 서로 분리되지 않습니다. 운영 효율은 안전 규율 위에 세워지고 거버넌스는 운영과 안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를 구축합니다. 예를 들어, 타임스퀘어의 팝업 확장 전략이 성공하려면 현장 안전 매뉴얼, 폐기물 최소화 계획, 소비자 데이터 보호 프로세스가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체험은 일시적 화제에 그치고 브랜드 평판에는 잔상조차 남기지 못합니다.


이제 실무적으로 필요한 건 ‘OSG 대시보드’입니다. 매출, 전환율, 방문객 수 옆에 안전 준수율, 운영 오류 건수, 거버넌스 감사 결과 같은 지표를 함께 보고 관리하는 것이죠. 이를 주/월간 단위로 공개하면 내부적으로는 리스크를 조기에 포착하고 외부적으로는 투명성을 무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2025년의 승자는 화려한 마케팅 슬로건을 내거는 브랜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운영과 안전, 거버넌스까지 설계해낸 브랜드일 것입니다. 소비자는 이제 제품과 경험뿐 아니라 그 경험을 가능하게 한 ‘운영의 무대 뒤편’을 함께 보고 있습니다. ESG에서 OSG로의 전환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시장이 이미 요구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Date: 2025.08.12 | Editor: Roi W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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