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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 누가 소비자의 지갑을 열까?

할인 경쟁과 브랜드 경험, 누가 소비자의 지갑을 열까?

by Roi Whang

패션·리테일 산업이 동시에 초저가 확장과 프리미엄 경험 경쟁을 펼치고 있어요. MZ세대와 글로벌 시장을 잡기 위해 브랜드들은 가격·채널·상품 포트폴리오를 전방위로 재구성하고 있죠. 이런 흐름은 ‘양극단 전략’과 ‘멀티 채널 전쟁’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됩니다.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은 1년 만에 130개 가맹점을 확보한 초저가 워크웨어숍 ‘워크업’과 90% 할인 뷰티 아울렛 ‘오프뷰티’로 시장을 넓히고 있습니다. 자본력과 사입제를 무기로 빠른 점유율 확보를 노리는 전형적인 가격 주도형 확장입니다. 이 전략은 단기적으로 소비자의 발걸음을 모으지만 브랜드 충성도를 쌓기보다는 ‘가성비 쇼핑 허브’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둡니다.


롯데백화점_‘키네틱_그라운드’.jpeg 롯데백화점, MZ세대 겨냥 ‘키네틱 그라운드’


반면 롯데백화점의 ‘키네틱 그라운드’나 롯데몰 은평점의 유스 캐주얼 MD 개편은 MZ세대와 관광객 경험을 강화하는 방향이에요. 면세점 미입점 브랜드, 인기 캐주얼 브랜드 재배치 등은 단순히 판매 공간이 아니라 ‘발견의 즐거움’을 주는 큐레이션 전략이죠. 해외에서도 디올이 뉴욕 플래그십 ‘하우스 오브 디올’을 열어 브랜드 헤리티지와 현대적 공간 경험을 결합하며 소비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접근을 택했습니다.


이 두 흐름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속도’와 ‘채널 확장’입니다. 아몬즈의 일본·북미 진출, 지그재그의 슈즈 카테고리 확대, 무신사의 신학기 잡화전, 신세계면세점의 K-브랜드 해외 진출 지원은 모두 단기간에 신규 수요층을 확보하려는 시도입니다. 온라인·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이런 확장은 소비자 접점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지만 각 채널의 경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죠.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납니다. 이케아는 징둥닷컴 입점으로 중국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며 2027년까지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고 스위스 시계업계는 미국 고율 관세로 가격·유통 전략을 재검토 중입니다. 한편, 멕시코와 아디다스 간 전통 디자인 도용 논란은 글로벌 확장에서 문화·윤리 감수성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원참치×BTS_진,_‘슈퍼_참치’.jpg 동원참치×BTS 진, ‘슈퍼 참치’ 캠페인


국내 마케팅 트렌드에서는 ‘생활 속 침투’가 돋보입니다. 먼데이커피·러쉬코리아·스프라이트 등은 팝업스토어보다 소비자의 생활 공간 안으로 브랜드 경험을 가져왔어요. 이는 브랜드를 ‘일상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친구’로 인식하게 만드는 전략이죠. 동시에, 동원참치×BTS 진, 리바이스×비욘세 같은 스타 협업은 글로벌 팬덤의 파급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재무 성과 면에서는 코오롱FnC, 젝시믹스가 분기별로 기복을 보이고 있지만 해외 매출 성장은 뚜렷합니다. 이는 내수 소비심리 위축과 맞물려 해외 시장이 ‘리스크 분산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신호예요. 반대로, 나일로라처럼 디자인·마케팅 차별화로 재구매율과 회원 수를 크게 늘린 사례는 ‘브랜드 경험’이 가격 경쟁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정리하면, 현재 산업은 세 가지 전선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째, 초저가·대규모 할인으로 빠른 점유율을 확보하는 전선

둘째, 프리미엄 경험·큐레이션으로 고객 체류와 충성도를 높이는 전선

셋째, 글로벌 시장·멀티채널 확장으로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전선


브랜드 입장에서 중요한 건 이 전선들을 ‘분리’가 아니라 ‘조율’하는 능력입니다. 초저가 전략이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면서 프리미엄 경험을 병행해 충성도를 유지하고 동시에 글로벌 확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죠. 앞으로 경쟁은 가격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이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Date: 2025.08.11 | Editor: Roi W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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