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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 숏폼과 빈티지

숏폼과 빈티지, MZ세대가 만든 새 쇼핑 공식

by Roi Whang

숏폼 커머스와 빈티지 의류 시장이 동시에 성장하며 MZ세대의 소비 패턴이 패션 유통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짧게 보고 오래 쓰는 이들의 선택이 브랜드 전략과 산업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패션 유통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만 해도 온라인 쇼핑의 경쟁력은 ‘빠른 배송’과 ‘낮은 가격’이었죠. 그러나 2025년 현재, 경쟁의 중심에는 ‘짧게 보여주는 콘텐츠’와 ‘오래 입을 수 있는 상품’이 함께 자리 잡았습니다. CJ온스타일이 티빙 쇼츠를 통한 주문액이 월평균 174%나 증가했다고 발표한 것은 소비자가 구매 전환을 결정하는 시간이 얼마나 짧아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브랜드는 이제 더 이상 긴 설명과 화려한 매장 연출보다 15초 안에 상품 매력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획력이 필요해졌습니다.


트렌비,_숏폼_라이브_쇼핑으로_중고_명품_시장_공략.jpg 트렌비, 숏폼 라이브 쇼핑으로 중고 명품 시장 공략


숏폼 콘텐츠는 단순히 홍보 채널이 아닙니다. ‘구매를 위한 마지막 한 방’이 되었죠. 트렌비가 숏폼 기반 라이브 쇼핑으로 중고 명품 시장을 공략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상품의 착용감이나 상태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은 중고 거래 특유의 불안감을 줄이고 신뢰를 높입니다. 이는 소비자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 부조화 해소’ 효과와 유사합니다. 짧지만 설득력 있는 정보가 구매 결정을 견인하는 겁니다.


여기에 빈티지, 세컨드핸드 시장이 강하게 결합하고 있습니다. 에이블리와 4910이 빈티지 카테고리를 신설하며 2만 5천여 점의 중고 의류를 최대 80% 할인 판매하는 전략은 단순한 재고 소진이 아닙니다. MZ세대가 중고를 ‘낡은 것’이 아니라 ‘나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흐름을 읽은 겁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 경향은 뚜렷합니다. 유럽과 일본에서 빈티지 아이템은 개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국내 플랫폼들이 이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습니다.


에이블리·4910,_빈티지_의류_카테고리_론칭.jpg 에이블리·4910, 빈티지 의류 카테고리 론칭


MZ세대가 이 흐름을 이끄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가성비를 넘어 ‘가치소비’를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저렴해서가 아니라 윤리적 생산, 지속 가능성, 브랜드 스토리 등 무형의 가치를 구매에 반영합니다. 둘째, ‘경험의 소유’를 선호합니다. 숏폼을 통한 쇼핑은 즉각적인 재미와 정보를 주고 빈티지 구매는 개성과 지속성을 보장하죠. 이 조합이야말로 MZ세대의 소비 심리를 충족시키는 완벽한 공식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이 변화는 단순한 마케팅 트렌드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숏폼 친화성’을 고려해야 하고 상품 라이프사이클을 연장할 수 있는 디자인과 소재 선택이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듈형 디자인이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제품은 숏폼에서 화제가 되기 좋고 빈티지 가치도 높아집니다. 이는 곧 재판매 시장에서의 상품 회전율을 높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만듭니다.


글로벌 패션 업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디다스, 쉬인 등은 온라인 점유율 확대와 함께 숏폼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미국, 유럽 리테일러들은 빈티지 라인업을 강화하며 Z세대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세컨드핸드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5~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숏폼 콘텐츠는 이 시장을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2025년 패션 유통의 경쟁력은 ‘짧게 보여주고 오래 쓰게 하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숏폼과 빈티지가 만들어낸 이 새로운 쇼핑 공식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소비자 경험 설계의 근본을 바꾸는 혁신입니다. 브랜드가 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단순히 매출을 잃는 것이 아니라 세대와의 연결 자체를 놓칠 수 있습니다.


Date: 2025.08.13 | Editor: Roi W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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