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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 고가 전략의 조건

아크테릭스, 파타고니아가 남긴 숫자의 의미

by Roi Whang

아크테릭스는 수천억 원 규모 매출을 견인하는 ‘가격 결정력’을, 파타고니아는 환경과 지속 가능성 철학을 전면에 내세운 ‘가치 설득력’을 무기로 삼았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각각 1,800억 원,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 두 브랜드는 단순히 가격을 높인 것이 아니라 가격이 설득력을 가지도록 맥락을 치밀하게 설계해 왔습니다.


아크테릭스.jpg 아크테릭스


미국 SEC 공시와 Amer Sports의 실적 자료를 보면 아크테릭스는 프리미엄 마진과 가격 결정력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표 제품인 Alpha SV 하드쉘 재킷은 시장 평균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도 판매량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는 고객이 제품에서 느끼는 ‘인지 가치(perceived value)’가 가격 저항을 상쇄시키는 전형적인 가치 기반 가격(Value-Based Pricing) 사례입니다. 반면 파타고니아는 ‘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과 워른웨어(Worn Wear) 프로그램처럼 판매보다 환경 철학을 강조하는 마케팅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었습니다. 이 철학은 구매 결정에서 가격보다 우선하는 가치로 작용하며 한국에서도 매장 평균 20% 매출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두 브랜드 모두 경험을 신뢰의 토대로 삼고 있습니다. 아크테릭스는 직영점과 팝업스토어를 통해 제품의 소재, 구조, 설계 철학을 소비자가 직접 느끼게 합니다. 리페어 서비스는 단순한 사후 관리가 아니라 제품 수명을 연장하며 브랜드의 진정성을 체험하는 접점이 됩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 다큐멘터리, 사용자 스토리, 커뮤니티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 철학을 생활 속 경험으로 연결합니다. 이런 전략은 경험 기반 신뢰 구축(Experiential Trust Building)의 전형으로 가격을 제품이 아니라 경험과 가치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파타고니아.jpg 파타고니아


유통 전략에서도 일관성이 돋보입니다. 무분별한 확장보다 브랜드 이미지와 맞는 채널을 선별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가격 통제와 이미지 유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선택적 유통 전략(Selective Distribution)입니다. 최근 마무트, 피크퍼포먼스, 하글로프스가 오랜 공백 끝에 다시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채널을 줄이는 대신 브랜드 철학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편집숍, 온라인 플랫폼,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택한 것입니다.


PIS_2024_행사사진.jpg PIS 2024


소재와 기술 혁신 역시 가격을 지지하는 핵심 축입니다. PIS 2025 전시회에서 다수의 브랜드가 기능성, 친환경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단순한 제품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가격 정당성의 근거를 마련하는 움직임입니다. 아크테릭스의 GORE-TEX Pro, 파타고니아의 재활용 폴리에스터와 유기농 면 소재는 소비자에게 “내가 지불하는 금액은 더 나은 기술과 환경을 위한 투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한국 시장의 흐름은 분명합니다. 소비자는 여전히 가성비를 찾지만 아웃도어, 럭셔리, 뷰티처럼 ‘가치비(Value-for-Money)’로 판단하는 카테고리에서는 가격보다 맥락을 먼저 봅니다. 가격표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뒷받침하는 이야기입니다. 아크테릭스와 파타고니아가 남긴 성과는 고가 전략이 성공하려면 가치 설득, 경험 설계, 일관된 채널 전략, 그리고 기술/소재 혁신이 하나의 서사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Date: 2025.08.14 | Editor: Roi W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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