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에는 7개의 루트가 있다.
땅의 길을 가다보니 어느새 하늘의 길을 만났다.
내가 다녀온 곳은 하늘길이 있는 곳,
아프리카의 영혼이라 불리는 킬리만자로이다.
킬리만자로는 각 대륙의 최고봉 중에서서 그래도 가장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산으로 알려져 있다.
킬리만자로에는 마랑구(Marangu), 움브웨(Umbwe), 시라(Shira), 마차메(Machame), 레모쇼(Lemosho), 므웨카 (Mweka), 롱가이(Rongai)의 7개 루트가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마랑구 루트’는 완만하기 때문에 ‘코카콜라 루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움브웨 루트’와 ‘시라 루트’는 오르기가 쉽지 않지만 경치가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마차메 루트’는 빠른 고도 상승으로 고소적응이 힘들기 때문에 일반인이 오르기 쉽지 않다. 그 외에도 산을 가로지르는 ‘므웨카 루트’와 유일하게 북쪽 능선을 타고 정상을 오르는 ‘롱가이 루트’, 가장 긴 거리를 걷는 쉬라와 레모쇼 루트가 있다.
실제로 트랙킹을 하는 4박 5일 중 정상을 오르는 4일차를 제외하고는 체력적으로 크게 힘든 날은 없다. 매일 5-7시간의 가벼운 산행 코스를 걷는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고산병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하루에 1,000m 이상은 고도를 높이지 않는다. 고산병 때문에 실제 정상 등정 성공률은 30% 정도에 머문다.
우리가 선택한 루트도 코카콜라 루트인 마랑구다. 마랑구 루트는 1일차에 이미 한라산보다 높은 1970m에서 출발한다. 약 4일에 거쳐 하루 평균 고도를 최대 1,000m씩 높이게 되는데 고도 적응을 위해서 더 여유있게 일정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다.
Marangu Route
1일차 : 마랑구 입구 (1,980m)
2일차 : 만다라 산장 (2,700m)
3일차 : 호롬보 산장 (3,700m)
4일차 : 키보 산장 (4,700m)
우후루 피크 (5,895m)
호롬보 산장 (3,700m)
5일차 : 만다라 산장 (2,700m)
마랑구 입구 (1,980m)
하산
킬리만자로 등반은 반드시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야 하며, 포터와 가이드 고용이 의무사항이다. 음식을 사먹을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요리사도 같이 고용하게 된다. 등반하는 1명당 평균 3명의 현지인이 팀을 이루어 산을 오른다.
킬리만자로 가이드는 주로 킬리만자로 주변에 거주 하는 차가(Chaga) 부족이 맡는데, 이들 사이에는 오래 전부터 활화산인 킬리만자로 봉우리에 대한 설화가 내려오고 있었다.
이 설화에 의하면 옛날에 키보*와 마웬지라는 형제가 있었다. 게으른 마웬지는 늘 형인 키보에게 불씨를 빌려달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웬지가 하루에 세 번이나 불을 꺼뜨리고 또다시 불씨를 빌리러 왔다. 이에 화가 난 키보가 마웬지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 때 마웬지의 정상이 눌리면서 오늘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키보는 킬리만자로의 최고봉, 마웬지는 두번째 높은 봉우리다.)
*이 글은 2009년 12월 21일부터 약 90일간 호주, 아프리카, 유럽의 3개 대륙을 이동했던 세계 일주 여행 중 킬리만자로에서의 이야기만을 담아낸 것으로 계속 연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