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조만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두 아들은 당연히 학교를 옮겨야 한다. 어제가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의 마지막 날이었다. 아빠로서 두 아들에게 마지막 날의 기분을 물어보니 슬픔반 기대 반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유학생으로 호주에 20여 년 전에 왔다.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익숙하고 소중한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슬픔과 두려움이었다. 한국에 있는 홀어머니와 친구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 모든 과정이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도 무언가 성공을 하기 위해 선택한 유학이었기에 군말이 필요 없었고 1-2년이면 다시 한국으로 복귀할 거라는 기존의 내 생각과는 반대로 이제는 한국에서 살아간 시간보다 호주에서 거주한 기간이 더 많을 정도이다.
우리는 좋든지 싫던지 익숙한 곳을 떠나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그것이 힘들고 두려울 때도 있고 기대가 될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런 떠남은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나 자신에게는 상당한 유익이 될 때가 많았다. 위에서 언급한 유학을 생각해보면 가끔 유학을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 인생이 잘되었을까? 아니면 잘 안되었을까? 이런 생각 들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과는 관계없이 어떤 선택을 했던 내 인생을 위해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바로 떠남은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제공한다. 나라를 떠나는 것, 지역을 떠나는 것, 학교를 떠나는 것, 회사를 떠나는 것 등 인생을 되돌아볼 때 새로운 챕터들의 시작과 마지막은 익숙한 곳을 떠나고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이 대부분인 거 같다.
떠나는 것만 생각한다면 분명 마음 아픈 것들이 있을 수 있다. 가끔 소중한 것들과 그간의 추억들을 두고 와야 한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떠나는 것이 새로운 곳으로 향한 ‘도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르다. 그것은 새로운 기대감을 주고 내 삶의 재부팅의 시간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 코로나 기간에 온 세계가 시끄럽다. 이럴 때 새로운 곳으로 떠남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기간의 충분한 재부팅으로 각자의 다음을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 분명히 여러 가지로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것을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인생에 다시없을 좋은 기회와 경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